'개 식용 금지 특별법' 찬반토론에서 인용된 통계... 사실은

  • 기자명 박지은 기자
  • 기사승인 2023.11.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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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vs 대한육견협회' 토론 발언 따져보니

정부와 여당이 지난 17일, '개 식용 종식 및 동물 의료 개선 종합대책 민당정 협의회'에서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종료되는 2027년까지 개고기용 사육, 도살, 유통,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이전부터 논의된 개 식용 종식을 실제화한다는 것입니다.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은 현재 국회 심사가 진행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와 대한육견협회 주영봉 위원장의 개 식용 금지법과 관련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주요 발언들을 따져봤습니다.

◇ 개는 최초로 가축화된 동물? 인도적 도축 규정이 없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개 식용 금지법을 찬성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개는 다른 가축과 달리 인도적 도축 규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 유통되는 축산물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하에서 가축의 사육, 도살 등 모든 시설과 절차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2조 제1호에서는 식용 목적 동물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에 한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에서는 사슴, 토끼, 칠면조 등의 동물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개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조희경 대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상 가축으로 개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법 제7조 제1항의 도살 및 유통 또한 불가능한 동물이라는 것입니다. 즉, 동물자유연대 측의 주장은 현행법에 '개 식용 금지'라고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도 개 식용을 위해 거쳐야 하는 도축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대한육견협회에서는 '세계 최초로 가축화된 동물이 개'라고 주장했습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게시물에서도 개가 최초의 가축화된 동물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논문해외서적에서도 '가장 처음 가축화된 동물이 개'라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앞서 '가축'에 개가 포함되지 않았던 축산물 위생관리법과는 달리, 주영봉 위원장 말처럼 현행 축산법에서 규정하는 '가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개고기가 축산물로 인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육견 협회 측은 축산물에 가축이 포함돼 있고, 개의 도축 규정이 법에 없으니 개 도축 행위가 문제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 개 식용 금지 관련 통계 인용, 모두 맞을까?

동물자유연대와 대한육견협회는 여러 통계도 인용했습니다. 개 식용 금지에 반대하는 육견 협회는 2021년 진행된 리얼미터 통계를 인용하면서 '국민의 21.5%만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72.1%는 개인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결과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리얼미터가 2021년 11월에 시행한 개 식용 금지 입법화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를 확인한 결과, 개 식용 금지 입법화 반대 비율이 48.9%, 찬성 비율은 38.6%로 해당 통계에서 개 식용 금지 입법화 반대 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었으나, 주위원장이 인용한 수치와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리얼미터, '개 식용 금지 입법화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개 식용 금지에 찬성하는 동물자유연대는 국민 90% 가까이 이미 개 식용에 대한 의사가 없다며 식용 개를 안 먹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나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측에 해당 통계의 근거를 문의해 원문을 확인했습니다.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조사한 통계 외에, 동물복지 문제연구소 어웨어의 발간물에서 조대표가 인용한 통계 수치와 일치한 통계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웨어의 <2022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 개 식용에 대한 인식 부분에서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94.2%가 '없다'라고 응답했습니다. 같은 응답자에게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없다’는 응답이 88.6%로 나타났습니다. 

동물복지정책연구소 어웨어,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동물복지정책연구소 어웨어,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 육견협회, "개 농가 통계 잘못됐다“

대한육견협회 주영봉 위원장은 농림부의 개 농가 통계(식용 개 농가 약 1,150여 개)가 잘못됐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지난 해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는 농가는 1,156개로 파악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환경부 자료에서도 가축 농가 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부 기준 광역지자체별 가축사육 농가수 및 두수에 따르면, 2020년 총괄 개 농가 수는 27,428호, 신고된 개 농가 수는 2,809호입니다. 올해 발간된 2021년도 보고서에서는 총괄 개 농가 수는 17,601호, 신고된 개 농가 수는 1,776호로 나타났습니다.

육견 협회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실태조사에는 단체회원 농가가 아닌 곳은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농림부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무소속 농가나 미신고 농가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해당 실태조사에 응하지 못해 누락된 농가도 있다는 것입니다.

농림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단체 측 주장대로 농가 개소 수에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해당 통계는 농가 현황을 반영해서 실시한 사실상 공식적인 통계”라며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제정되면 지금보다 완전하게 조사해 정확한 숫자를 확정하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한국육견권리보호연합회, 사회적 논의기구 논의 결과 내용 중 일부. 뉴스톱 재가공
출처= 한국육견권리보호연합회, 사회적 논의기구 논의 결과 내용 중 일부. 뉴스톱 재가공

한편, 육견 업종 관계자들은 17일 정부의 갑작스런 발표에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개 식용 문제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종식 시점을 잠정적으로 합의했는데, 논의 결과와 다르게 종식 시점이 일방적으로 통보된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육견권리보호연합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개 식용 금지 입법화에 반대했지만, 이제 시대에 발맞춰가야 하는 부분을 저희도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논의기구 결과와 다르게 17일 발표된 사안에 대해서 지원과 대책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국회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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