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생리대 면세, 실질적 가격 혜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 기자명 박지은 기자
  • 기사승인 2023.12.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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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생리대는 면세 대상이라 부가가치세가 안 붙는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관심을 모았습니다. 댓글과 공유글에서는 ‘생리대가 면세인지 몰랐다’, ‘세금도 안 붙는데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냐’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생리대)부가세가 면세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가격과는 상관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생리대 면세가 소비자의 실질적인 가격 혜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관련한 내용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 생리대 면세 상품이다? → 사실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생리대는 면세'라는 주장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같은 세율이어도 소득별로 다르게 영향이 가는 조세부담의 역진성을 완화하고 소비자 가격 부담 경감을 위해 생활필수품이나 국민후생과 관련된 재화・용역 등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면세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즉, 부가가치세 면제는 소비자가 내는 가격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입니다.

생리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의약외품 범위 지정 고시로 지정한 의약외품 중 ‘생리혈 위생처리 제품’에 해당하며, 약사법 제2조 제7호 가목에 규정돼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법 제26조에서는 생리대와 같은 ‘여성용 생리 처리 위생용품’의 부가가치세를 면세하고 있습니다. 국세 법령정보에서는 생리대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면세에 해당하는 위생용품, 생필품 등에 대한 관련 질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04년부터 생리대 소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소득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여성 생리대를 기초생활필수품으로 분류하여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 생리대 부가세 면세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 사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포럼 11월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포럼 11월호 

하지만 생리대에 부가가치세 면세가 적용됐다고 해서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포럼 11월호(부가가치세 면제에 관한 소고)>에서는 여성 생리대의 부가가치세가 10% 면제되었을 시점에 이론적으로 가격 역시 10% 감소할 것을 예측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처음의 부가가치세 면제 취지와는 다르게 면세로 인한 혜택이 결국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가지는 않은 셈입니다.

체감할 수 없는 부가가치세 면세로 인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부가세가 면제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가격과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현 세무회계 김현지 세무사는 이에 대해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일정하게 고정된 상황에서 부가세 10%가 과세된다면 가격 부담이 있는 것과 달리, 면세사업의 경우 사업주는 부가세를 소비자한테 받을 필요가 없어져 그 부분을 제외하고 가격이 산정된다"고 했습니다. 

웰스 세무회계 김서하 세무사 또한 “기업의 책정 가격이 비싸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과 부가세 면세 간의 관련이 없다고 느껴질 수는 있다”고 했지만, “과세가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비싸다고 느껴진다면, 과세 시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진다”고 답했습니다.

 

◇ 국내 생리대 국외에 비해 비싼 편이다? -> 사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환경부에서 발표한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이 사용하는 월경 용품의 90% 이상이 일회용 생리대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월경 용품 중 일회용 생리대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만큼 생필품으로 자리 잡은 일회용 생리대의 가격은 이전부터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OECD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2017년 기준 개당 평균 331원으로 프랑스의 218원, 미국·일본의 181원보다 100원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6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 2023 일회용 생리대 가격 및 광고 모니터링

여성환경연대의 <2023 일회용 생리대 가격 및 광고 모니터링>자료에 따르면, 일본, 프랑스, 독일 등 11개국과 가격을 비교한 결과 '대형' 사이즈(크기)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 모두 국내 생리대 가격이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크기를 종합한 전체 생리대 1개당 평균 가격은 국내 생리대가 국외 생리대보다 195.56원, 비율상으로는 39.55%가량 더 비쌌고, 오버나이트, 탐폰 제품은 200원 이상, 팬티형은 500원 이상 국내 제품이 더 비쌌습니다.


정리하면, 생리대는 2004년부터 면세 대상인 건 맞지만, 소비자들이 면세 효과를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와의 가격비교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3.12.21 14:30 내용추가
김현지 세무사 인터뷰 내용의 대상이 불명확하다는 의견에 따라, 김 세무사 인터뷰 앞에 "체감할 수 없는 부가가치세 면세로 인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부가세가 면제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가격과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부분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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