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85% 신재생에너지'로 기온상승 1.5℃ 제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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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85% 신재생에너지'로 기온상승 1.5℃ 제한 가능할까
  • 박재용
  • 승인 2018.10.23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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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의 과학 팩트체크]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 무엇이 담겼나

지난 10월 1일에서 5일 사이에 인천 송도에서 제 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가 있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내놓으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가 21세기말까지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2~1.5℃이하로 묶어두자고 한 걸 지킬 수 없다는 이야기죠. 2015년 협약의 후속조치로 각국 정부가 나라별로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제출했는데 이를 모아보니 3℃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나라별 목표를 더 '빡세게' 가져가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따라 여러 논의가 있었고, 이번 송도 회의에서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만장일치로 승인되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온난화 1.5℃의 영향과 관련 온실가스 배출 경로 - 기후 변화에 대한 전지구적 대응강화, 지속가능발전, 빈곤 근절 노력 차원에서‘입니다. 물론 IPCC에서 채택되었다고 다는 아닙니다. 올 겨울 폴란드에서 열릴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근거로 활용될 뿐이며, 여기에서 최종적 목표가 다시 정해질 것입니다.

IPCC 48회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요약본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출처: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1℃ 상승했습니다.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면 2℃ 상승에 비해 일부 기후 변화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10cm 낮아지고, 북극해 해빙이 사라질 확률도 10년에 한 번에서 100년에 한 번으로 줄어듭니다. 산호초는 99%이상 사라질 것에서 70~9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요. 물론 이 정도 효과를 위해서 목표를 강화한 것은 아닙니다. 1.5℃ 이상 기온이 올라가면 2℃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기온이 상승하고, 기온 상승 자체를 인간의 노력으로 억제할 수 없어지며 동시에 생태계와 인간 생활조건이 회복불능의 위기에 처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결국 1.5℃는 일종의 임계점(singularity)인 것이죠. 이와 관련해서는 이전에 제가 쓴 칼럼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 목표(1.5℃)에 맞추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어야 합니다. 2030년까지 최소한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45% 줄여야하고, 2050년부터는 아예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력 생산의 70~85%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원전의 추가 증설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그리고 핵폐기물 문제 등은 여전하지만, 코앞의 불부터 피해야한다는 논리죠.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먼저 핵폐기물이 문제입니다.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온갖 노력을 다해 겨우 건설한 경주의 폐기장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지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할 시설은 아닙니다. 고준위 방폐장은 현재의 계획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라도 2053년에야 영구처분시설이 가동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35년이나 남은 것이죠. 그런데 경주 방폐장보다 훨씬 위험(해 보이기까지)한 그 시설이 자기 지역에 들어오는 걸 허락할 지역민들이 과연 있을까요? 현재의 계획에 따르면 주민 의사를 확인하고 부지를 공모하는 과정이 2024년까지로 되어있는데 앞으로 6년 정도일 뿐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아마 저 기간 내에 부지가 정해지긴 난망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누가 자기 지역에 원전 짓는 것을 허락할까요? 이제 대한민국에서 자기 지역에 원전 들어오는 걸 반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결사반대할 사람들이 부지기수지요.

전 세계적으로도 원전은 확대되기보다는 축소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찬밥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유럽이건 미국이건 아니면 중국이건 대규모 전기에너지가 필요한 지역 어디서고 원전 확대 소식은 없지요. 원전이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Photo by Roxanne Desgagnés on Unsplash

 

그렇다면 신재생에너지 쪽 사정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기준 전체 전력생산량 55만3530메가kwh 중 신재생에너지는 3만817메가kwh입니다. 6%가 되지 않습니다. 이를 25년 정도 만에 70%까지 올리란 이야기죠. 느낌상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가 OECD국가중 거의 꼴찌이기는 하지만 다른 국가들을 봐도 사정이 녹녹치는 않습니다. 아이슬란드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가 43.5%이고 독일 정도가 겨우 10%를 넘어서고 있을 뿐입니다.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모두 10% 이내죠(2014년 기준 국제에너지기구).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2017년 세계 전체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8.4%이고 OECD는 12.2% 한국은 2.8%에 불과합니다(BP 2018년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

 

전력만이 아니라 전체 에너지 추이를 보더라도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작성한 2017년 에너지통계 핸드북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1차 에너지 공급량 중 석유가 38.1% 석탄이 29.7% LNG가 15.2%로 화석연료, 즉 이산화탄소를 내놓는 부분이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원자력이 12.1%를 차지하여 이 둘을 합하면 95%가 넘어갑니다. 신재생에너지는 4.5%입니다.

 

그러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어떨까요? 당연한 일이지만 이 부분에서도 개인의 노력엔 한계가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에너지의 63.6%가 산업 부문에서 18.4%가 수송부문에서 소비됩니다. 전체의 82%죠. 가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16.7%에 불과합니다. 또한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 자체가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1995년 기준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0.653toe인데(1toe는 석유 1톤을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 석유환산톤이라 함) 비해 2015년에 0.714toe일 뿐이고 이마저도 2005년 0.765toe를 고점으로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국민 일인당 사용하는 전기전자 제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도 개인별 총 사용량이 늘지 않고 있는 건 이미 나름대로 절약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세계로 눈을 돌려볼까요? 현재 국가별 에너지 소비량 1위는 중국입니다. 3,105Mtoe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지요. 2위는 미국입니다. 2,201Mtoe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3위 4위가 인도와 러시아로 각각 934Mtoe와 744Mtoe입니다. 5위와 6위는 일본과 독일이고 대한민국은 7위입니다. 그런데 1~4위까지의 합은 6~10위까지의 합의 3배가 넘습니다. 결국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절대적 양을 저 네 나라가 차지하고 있지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아래 신재생에너지에 제대로 신경도 쓰지 않고 있고 러시아도 비슷합니다. 중국과 인도는 나름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유럽 국가들처럼은 아닙니다. 결국 저 나라들이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화석에너지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나머지 나라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별무소용이란 뜻이지요.

 

그래도 어떻게든 해봐야겠지요. 세 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먼저 동일한 활동에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절약이지요. 일단 각 산업부문별로 효율적 에너지 관리정책을 유도해야하겠지요. 간단하게 말하면 산업용 전기세를 올려서 기업이 에너지 소비를 더 효율적으로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빌딩 등의 에너지 절약도 필요합니다. 이를 스마트 빌딩이라 합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도 에너지 절약에 투자해야합니다.

 

두 번째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확대입니다. 물론 지금도 보조금 지급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장려하고 있지요. 그러나 보조금에 한계가 오는 시점이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늘수록 보조금 혜택은 막대한 비용이 될 것이고, 언제까지 보조금에 의지해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순 없습니다. 따라서 결국 신재생에너지의 ‘가성비’가 맞아 들어가야 합니다. 이 부분은 사실 과학과 기술의 몫이기도 하지만 정부 정책의 몫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이 영역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제대로 하는가에 따라 연구 성과가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지요. 현대과학은 ‘제대로 된 투자’에 의해서만 답이 나오니까요. 물론 신재생에너지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태양광의 경우 패널의 내구연한이 20년 정도 됩니다. 그 뒤에는 폐기되는데 이 때 나오는 환경오염물질도 만만치 않습니다. 풍력발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풍력발전의 경우 저주파 문제로 인가 부근에는 세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풍력발전소 세운다고 산을 깎아버리는 등의 환경파괴를 할 수도 없습니다. (벌써 그런 곳이 몇 군데 있긴 합니다만) 바다에 세우는 것이 가장 나은 대안인데 그마저도 문제가 없진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지점에 대한 연구도 같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는 수급의 불안정성이 문제가 됩니다. 흐리거나 밤이 되면 태양광은 소용이 없지요. 바람이 멎으면 풍력도 되지 않구요. 그래서 세 번째로 스마트 그리드가 필요합니다. 전체 전력수송망을 적절하게 제어해서 수급 불안정성을 줄이는 거지요. 물론 스마트 그리드는 그 외에도 전력 수송을 최적화하여 수송 중 사라지는 전기에너지도 최소화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스마트 그리드와 함께 전기저장장치의 개발 및 보급도 중요합니다. 전기가 남아돌 때 각 가정이나 기업들이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기 사용량이 급증할 때 자체 저장 전기를 사용하면 결국 최대 사용량이 줄어 발전소를 조금 덜 돌려도 됩니다. 이를 통해 발전소 자체의 총 공급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노력이 최선을 다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앞서 이야기한 목표가 달성될 지에 대해서 저로선 비관적입니다. 그러나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해야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니 어떻게든 최선은 다해야겠지요. 20~30년 후 제 3세계의 누군가가 높아진 해수면에 의해 혹은 혹한이나 혹서에 의해 아니면 이상 기후로 사망하게 될 때 그에 대해 제가 최선을 다했는지를 되물어볼 염치를 가지기 위해선 말이죠.

 

박재용    chlcns@hanmail.net  최근글보기
과학저술가. <경계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짝짓기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경계 배제된 생명의 작은 승리>, <모든 진화가 공진화다>, <나의 첫 번째 과학공부>, <4차 산업혁명이 막막한 당신에게>, <과학이라는 헛소리> 등 과학과 사회와 관련된 다수의 책을 썼다. 현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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