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또다시 나타난 5.18 유언비어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5.18 04: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유력 매체들이 '한국 총선 조작' 보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또다시 유언비어가 돌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미국 유력매체들이 한국의 지난 총선이 부정이라고 보도했다”는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또다시 나타난 5·18 ‘북한군 개입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 무장 폭동이다, 이런 유언비어들이 최근 또다시 나타났습니다. SBS에서 확인했습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SBS 방송화면 갈무리

5·18 당시 작성된 공식 문건에서 육군본부 정보참모부는 북한 군사 동향이 정상적인 활동 수준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전두환 씨 판결문에 인용됐습니다. 북한군 특이동향이 없었다는 미국 CIA의 비밀문서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이들에게 팩트는 상관이 없습니다.

“광주 사태는 북한군 특수부대원이 일으킨 폭동이다.” 2002년 8월, 지만원 씨가 일간지에 낸 광고 문구가 시작이었습니다. 학계의 반박, 피해자 증언이 계속 나왔지만 이후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등장과 맞물리면서 유언비어는 더 퍼졌습니다.

특수부대원 규모가 600명이라는 수치까지 나왔습니다. 전두환 씨까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부인했습니다. 언론의 팩트체크가 본격화됐지만, 유튜브 확산으로 유언비어는 더 빨리 퍼졌습니다.

그러자 전두환 씨의 태도도 변하고, 현직 국회의원까지 동참했습니다. 이미 사실이 아니라고 팩트체크했던 유언비어들이 또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2. ‘선거 조작설’ 미국 매체들이 보도?

“우리나라 선거 조작설을 미국 주요 언론이 다루기 시작했다”는 글이 온라인에 퍼지고 있습니다. JTBC아주경제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선거 조작설을 보도했다는 미국 언론은 ‘월드트리뷴’이라는 온라인 매체입니다. 지난 8일, 한국 총선 조작 의혹이 나왔다면서 QR코드 같은 기술이 부정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기사의 신빙성인데, 우선 기사를 쓴 사람을 알 수 없습니다. 기자 실명 없이 그냥 ‘월드트리뷴 스태프’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보통 언론사라면 기자의 이름, 이메일 주소 같은 것이 공개됩니다.

기사의 출처는 ‘타라 오’라는 인물의 주장입니다. 국내 보수 성향 유튜브에 자주 등장하는 재미 인사입니다. 기사에는 국내에 도는 선거조작설과 비슷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월드트리뷴’ 스스로도 주요 언론사와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류 언론이 놓치거나 묻어버린 기사를 제공하겠다”는 게 자신들의 사명이라고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팩트체크 기관은 이 매체에 대해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총평하기도 했습니다. “극우 편향적, 선동적, 출처 빈약, 비과학적이고 불투명한 운영” 등이 이유였습니다.

월드트리뷴은 과거에도 한국 사안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타라 오’라는 사람의 주장을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이 간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기사로 다루었습니다. 이런 기사가 일본 극우 성향 매체에 실리고 다시 이게 우리나라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월드트리뷴’ 말고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USA 투데이에 실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 총선 결과는 동전 1000개가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로 조작됐다”는 주장을 담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기사가 아니라 기업 보도자료나 개인 광고를 노출해주는 USA 투데이의 별도 공간에 있는 콘텐츠입니다. ‘24-7 프레스 릴리즈’라는 회사가 출처인데 보도자료를 배포해주는 미국 업체입니다.

원래 보도자료는 공병호 전 미래한국당 공관위원장 측이 쓴 것이라고 나옵니다. 이런 보도자료는 특별한 검증 없이 비용을 지불하면 여러 언론사에 광고처럼 실을 수 있습니다. 한국 총선 조작이라는 보도자료가 실린 USA 투데이 광고페이지에는 ‘코로나19 사태는 예수의 경고대로 이뤄진 것이다’라는 미국 종교 블로거의 주장도 실려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선거조작 의혹을 합리적인 것처럼 보도한 외신기사는 찾을 수 없습니다.

 

3. “모기가 코로나19 전파” 가능할까?

질병관리본부가 일본뇌염 주의보를 작년보다 2주 정도 빨리 발령한 가운데 최근 온라인에서 모기로 인한 코로나19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KBS 방송화면 갈무리

이 같은 우려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나온 바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홈페이지 내 팩트체크 코너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모기로 인해 전염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WHO는 “지금까지 모기에 의한 전염을 시사할만한 정보나 증거는 없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감염자의 침방울이나 분비물을 통해 퍼지는 호흡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선 손을 자주 씻고 기침·재채기를 하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내외 권위자들도 같은 맥락의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 최고의 호흡기 질병 권위자로 알려진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달 “모기에 물려도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고려대의료원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기가 흡혈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사람을 물어야 하는데 모기 체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을지를 잘 모르겠다.”면서 “이는 극히 희박한 가정의 연속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를 문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 경우 감염될 수 있다.”는 주장은 여러 과학적 근거로 볼 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한지 오래되지 않아 변종 가능성이 있고 명확한 연구결과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