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장연은 왜 출근길 시민의 발목을 붙잡을까 ②

'이동권' 시위인데 '탈시설'을 외치는 이유

  • 기사입력 2022.09.16 15:52
  • 기자명 김정은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면서 요구하는 상황은 ‘이동권 보장’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장애인 권리 4대 법률 제∙개정을 촉구(아래 표 참고)하고 있습니다.

표1. 전국장애니차별철폐연대의 요구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요구안 정리 (그래픽: 김정은 기자)

이 가운데 ‘장애인 탈시설 지원’은 전장연이 이동권 보장과 함께 핵심으로 요구하는 사항입니다. 이동권과 관련 없는 ‘탈시설’을 외치는 전장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구 갑 당협위원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려면 요구사항이 장애인 이동권에만 맞춰져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서도 시위의 목적이 오직 ‘장애인 이동권’에만 있었다”며 “장애인 이동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탈시설을 외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이동권만 해결된다고 나머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탈시설, 완전한 ‘선택’의 문제 될 수 있을까

전장연이 주장하는 탈시설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지원을 받아 자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재섭 당협위원장의 주장대로 탈시설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지역사회의 지원 부족과 경제적인 어려움 등의 이유로 탈시설을 반대하는 입장도 적지 않습니다.

정다운 정책실장은 “권력관계에 의해 의사가 왜곡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설에 입소할 때 이곳에서 사는 것이 좋은지를 장애인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며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의 입소 과정에서는 이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에 발간한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 경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 거주 시설 장애인의 10% 정도만이 시설 입소를 자발적으로 결정했습니다. 보고서는 “나머지 대부분의 장애인은 주변의 강제∙강권에 의해, 혹은 최종적인 결정은 본인이 했더라도 설득과 권유에 의해 입소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설 입소 과정에서 장애인의 자발적 동의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전장연의 목소리를 반영해, 2023년도 예산안에서 자립지원 대상자를 올해 200명에서 400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전장연은 자립지원보다 장애인거주시설 지원에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여전히 정부의 기조가 ‘시설’에 맞춰져 있음을 비판했습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도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탈시설 계획 시행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심의담당관인 게투르 퍼포미(Gertrude Oforiwa Fefoame) 위원은 “장애인단체들과 협력하여 모든 장애인 특화거주시설 폐쇄를 목표로 하는 전략적 탈시설화 계획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장연이 ‘지하철’을 시위 장소로 선택한 이유

장애인들이 교통수단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한국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1995년 영국도 장애인들이 버스와 기차를 점거했습니다. 약 1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고, 장애인들은 교통수단에 자신의 몸을 수갑으로 연결했습니다. 격렬한 투쟁 끝에 영국 정부는 시위가 일어난 해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장연은 왜 지하철을 시위 장소로 선택했을까요. 박경석 대표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하철이 아니라 다른 곳을 찾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청와대 안까지 쳐들어가거나 기획재정부에 낙서투쟁을 한 적도 있고, 국회의원실에서 시위를 벌여 연행된 적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정은 인턴기자

전장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을 전한다”며 “전장연에 대한 비난과 차별을 감당하면서 진행하는 진심을 조금이나마 함께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시민의 관심과 연대를 모으기 위해 ‘지하철’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1년 가까이 장애인의 지하철 시위가 이어지면서 출근길 대란이 벌어지는 등 시민 불편이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는 근본적인 이유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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