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음료든 컵 들고 버스 탑승 금지' 법적 근거 없다?

  • 기사입력 2022.09.16 16:56
  • 최종수정 2022.09.19 18:15
  • 기자명 김정은 기자

한 승객이 음료가 들어있는 컵을 들고 버스에 탑승하려다 승차를 거부당하자, 기사에게 폭언을 퍼부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YTN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버스 기사는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탑승한 승객 A씨에게 “음료를 들고 탈 수 없다”고 제지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법적인 근거를 얘기해달라”고 항의하며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무식하다”는 등 인격 모독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음료가 든 컵을 들고 버스를 탈 수 없다”는 주장의 법적 근거를 따져봤습니다.

 

서울시는 2018년 1월 4일부터 서울 시내버스 내 음식물 반입 제한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의 일부 개정에 따른 조치입니다. 해당 조례의 제11조(안전운행 방안) 6항은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의 안전을 위해하거나 여객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 컵(일명 ‘테이크아웃컵’) 또는 그 밖의 불결·악취 물품 등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

운전자가 승객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판단되면, 일회용 포장 컵을 들고 탄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A씨는 기사에게 “컵을 갖고 타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냐”며 “누가 만든 법이냐”고도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컵을 갖고 타는 행위가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은 버스 기사의 재량입니다.

<뉴스톱> 객원필자이기도 한 전범진 변호사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해당 조례는 명확한 근거규정”이라며 “운전자가 재량에 따라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시내버스 음식물 반입금지에 따른 세부기준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서울시가 발표한 세부기준(아래 표 참고)에 따르면, ‘일회용 컵에 담긴 뜨거운 음료나 얼음 등 음식물’과 ‘뚜껑이 없거나 빨대가 꽂힌 캔∙플라스틱 병 등에 담긴 음식물’은 버스에 반입할 수 없습니다. YTN의 보도에 따르면 A씨의 경우 ‘음료가 남아 있는 일회용 컵’을 들고 탔기 때문에, 서울시의 조례와 기준에 따라 운전자가 탑승을 거부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서울시 '시내버스 음식물 반입금지에 따른 세부기준'
출처: 서울시 '시내버스 음식물 반입금지에 따른 세부기준'

한편 A씨는 다른 승객이 “버스 내 음식 반입 금지 조례를 검색하면 나온다”고 말하자, “조례가 법이냐”며 “법이 아니고 그냥 가이드”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A씨의 주장과 다르게,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에서 제정되는 자치 ‘법규’입니다. 지방자치법 제28조(조례)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16년도 자치법규입법실무』에도, 조례는 법령과 같이 공표·시행되어 실효 또는 폐지될 때까지 효력을 가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범진 변호사도 “조례도 법”이라며 “서울시 조례는 서울시 의회에서 제정한 자치법규”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리하면 서울시 시내버스에서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버스에 탑승했을 경우, 버스 기사가 자치법규인 조례에 따라 탑승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반입 금지 세부기준에 따르면, 뚜껑이 없거나 빨대가 꽂힌 캔과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식물도 반입해서는 안 됩니다. “음료가 든 컵을 들고 버스에 탈 수 없다”는 법적인 근거가 있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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