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팩트체크] 법과 현실 따로... 화학제품 그린워싱 규제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6. 화학제품안전법상 표시·광고 제한하는 '환경성 표현'

  • 기사입력 2022.09.21 20:10
  • 최종수정 2022.09.21 22:58
  • 기자명 선정수 기자

그린워싱.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짝퉁 친환경’이죠.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친환경적 소비가 강조되면서 기업들도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린’, ‘에코’, ‘녹색’, ‘친환경’, ‘천연’ 등 말만 들어도 지구가 살아날 것 같은 단어들이 광고를 가득 채웁니다. 과연 그린워싱이란 무엇이고, 그린워싱에 속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뉴스톱이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시리즈를 통해 우리 곁에 있는 그린워싱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 이 시리즈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출처: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
출처: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

◈세탁세제, 살균제엔 '친환경’·'무해성' 표현 쓰면 불법?

화학제품안전법은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또는 살생물제품의 표시∙광고에 쓸 수 없는 특정 표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 34조는 “사람∙동물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오해를 일으키지 아니하도록 ‘무독성’, ‘환경친화적’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문구 또는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환경부령이 정하는 문구는 ①무독성 ②환경∙자연친화적 ③무해성 ④인체∙동물친화적 입니다.

법이 정하는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은 세탁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접착제, 방향제, 탈취제, 살균제, 기피제, 살충제, 살서제, 습기제거제 등입니다.

법대로라면 친환경 세탁세제, 무해성 살균제 등의 표시∙광고는 존재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서 ‘친환경’, ‘무해성’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너무나 쉽게 친환경 등을 강조하는 화학 제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0월29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살균제 350개 제품을 조사했습니다. 120개(34.3%) 제품이 화학제품안전법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무해성’(77개, 22.0%), ‘환경∙자연친화적’(59개, 16.9%), ‘무독성’(36개, 10.3%) 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또 295개(84.3%) 제품은 ‘안전한’, ‘안심할 수 있는’ 등 화학제품안전법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문구와 유사한 표현을 표시∙광고했습니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출처: 한국소비자원

◈’친환경’ 표현∙표시 광고는 안 되지만 ‘친환경’ 마크는 가능?

화학제품안전법 34조의 단서 조항을 살펴봅니다. “다만,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이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제17조에 따른 환경표지의 인증을 받은 경우 해당 표지를 부착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친환경, 무독성, 무해성 등의 표시∙광고는 못하지만 ‘친환경’ 마크를 달 수 있다는 모순적인 규정입니다.

이런 예외규정 때문에 정부가 내주는 ‘친환경 마크(환경 표지)’를 부착한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이 시판될 수 있는 겁니다. 정부의 친환경 제품 인증 현황을 검색한 결과 모두 712개 제품이 이런 유형으로 조사됐습니다. 표시∙광고에는 ‘친환경’이라는 말을 쓸 수 없지만 ‘친환경 마크’를 달고 출시되는 제품입니다.

뉴스톱이 조사한 결과 39종의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은 제품명에 '친환경'이라는 문구가 포함됐습니다.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문구를 제품명에 버젓이 사용할 수 있고, 정부가 주는 '친환경 마크'를 달고 판매되는 겁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도대체 뭘 금지하겠다는 건지 알쏭달쏭합니다.

다른 제품에 비해 환경성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런 화학제품들은 환경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생물을 죽이기 위해 만든 살균제, 살충제가 환경에 이로울 수 있을까요? 빨래할 때 쓰는 세제가 수질오염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을까요? 

물론 기업과 정부도 할말은 많습니다.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기술과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하고, 친환경 마크를 부여하는 것이 소비자의 제품 구매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꾸준히 환경성을 개선하는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죠.

출처: 제조사 홈페이지
제품명 자체에 '친환경'이 명시된 세탁세제. 화학제품안전법은 세탁세제에는 '친환경'이라는 표시·광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을 비롯한 39종의 안전확인대상화학제품의 제품명에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 알기쉬운 정보 제공부터

화학제품안전법은 가정, 사무실, 다중이용시설 등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으로서 사람이나 환경에 화학물질의 노출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생활화학제품’을 규제합니다. 그러나 위생용품법, 화장품법 등 다른 법령에서 규제하고 있는 제품은 규제 대상에서 빠집니다.

위생용품법의 적용을 받는 주방세제, 화장품법의 적용대상인 바디워시, 샴푸, 린스 등은 제품 표시∙광고에 ‘친환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위법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물론 환경산업기술법에 따른 환경성 표시∙광고 관리 제도에 따라 제조∙판매자가 입증 책임을 지지만 이를 위반해도 처벌이 미미한 실정입니다.

화학제품의 환경성에 관한 허위∙과대 광고에 대한 단속 인력은 극히 적은 실정입니다. 정책 우선 순위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온라인 판매의 비중이 높아지고, 온라인 판매자들이 난립하면서 단속 행정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초록누리'라는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을 통해 화학제품과 화학물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눈높이로 보면 이 시스템이 주려고 하는 정보가 도무지 뭔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환경시민단체 <환경정의>의 황숙영 유해물질대기팀장은 "단속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제품의 위해성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교육하고, 손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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