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가 불공정? 대안으로 선호투표제와 결선투표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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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가 불공정? 대안으로 선호투표제와 결선투표제가 있다
  • 김수민
  • 승인 2019.04.0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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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거제도 이야기 ② 과반 득표 후보 당선을 보장하는 선거제도
김수민의 <선거제도 개편> 시리즈

“집권 여당이 국회 의석 5석의 미니 정당에 후보를 내주고 자신들은 발을 떼려고 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 심판이 두려워 유권자를 기만하는 2중대 밀어주기.”(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말이 단일화이지, 실제 단일화인가. 이럴 거면 국민을 속이지 말고 정의당한테 공개적으로 양보하지. 슬그머니 단일화 과정을 통해 경제실패 책임을 넘겨버리려는 것”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진보원탁회의를 배신하고 묻지마 단일화를 한 책임은 정의당에 있다.”(민중당 손석형 후보 선거대책본부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정의당과 민주당 두 후보가 단일화한 3월 25일, 선거에서 경합하고 있던 3개 정당이 일제히 비판 논평을 내놨다. 단일화로 인해 선거에서 불리해진 정당들의 속은 충분히 쓰릴 만하다. 그런데 민주당과 정의당도 마냥 편안한 처지는 아니다. 민주당은 2012년, 2016년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단일화를 추진한 끝에 자당 후보를 사퇴시켰다. 2016년 총선에 이어 또다시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통해 승산을 높인 정의당으로서도 민주당에게 진 신세가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단일화를 한 정당과 못한 정당, 양보를 하는 정당과 받는 정당, 다수당과 소수당, 이 모두가 부담을 지고 있음은 한국 선거제도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강력한 신호이다. 이제는 선거 때마다 일어나는 후보단일화를 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모색할 때다. 대표적인 방안이 결선투표제다. 1차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한 후보자가 있다면 곧바로 당선시키고, 없다면 1, 2위를 차지한 후보자를 놓고 한 번 더 투표를 실시한다. 투표를 세 차례 이상하는 결선투표제도 설계실시가 가능하지만, 유권자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주로 1차와 결선, 이렇게 두 차례 투표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그래서 two-round system(TMS)이라고도 부른다.

결선투표제의 당위를 가장 강하게 각인시킨 국내 사건은 1987년 대선이다. 다수 국민이 정권교체를 원했지만 여당이 낸 노태우 후보가 득표율 약 36%만으로 당선되었다. 한국의 모든 공직선거가 이렇듯 단차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2008년 충남 논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인제 후보가 약 28% 득표율로 당선되어 개표 방송 도중 ‘어쨌거나 당선’이라는 자막이 뜨기도 했다.

2008년 총선 SBS 개표방송.

결선투표제: 다양성과 난립 사이에서

결선투표제에서는 적어도 최종투표에서는 과반 지지를 확인한 후보자만 당선된다. 유권자 사이에서의 거부도가 크면 당선될 수 없는 구조고, 당선자에 대한 불복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유권자는 우선 1차투표에서 자신이 최선이라 여기는 후보를 마음놓고 지지할 수 있어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현상을 방지한다. 이는 소수정당의 완주 가능성을 높이면서 다당제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굳이 후보단일화 전략을 펴야 할 개연성도 낮아진다. 후보단일화에 반발하는 정당, 특히 힘도 있는 거대정당인 경우, 왜 진작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자성해야 한다.

미국 선거에는 결선투표제가 없다. 2000년 대선에서 녹색당 랄프 네이더 후보가 민주당 고어 후보의 표밭을 갉은 덕택에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가 당선된 것이 가장 극적인 사례다. 이후 공화당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소수정당 후보에 투표할 엄두를 더더욱 내지 못했다. 반면, 프랑스는 비례대표가 아예 없으며 모든 국회의원을 지역구에서 1석씩 뽑는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는데도, 결선투표제가 없는 미국과는 달리 다당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대선은 물론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결선투표제가 도입된 탓이다.

물론 결선투표제에도 결함은 있다. 일단 후보자 난립으로 인해 결선진출자도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기 쉽다.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1, 2위를 기록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마린 르펜 후보는 각각 24.01%와 21.30%를 얻었다. 득표율이 4분의 1을 넘은 후보가 아무도 없었다. 이론적으로는 11명의 후보가 나와서 10%만 얻어도 1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한 3위 이하 후보자가 1, 2위와 표차가 별로 나지 않을 때 유권자의 승복도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17년 프랑스 대선이 바로 그랬다. 3위 후보와 4위 후보는 각각 20.01%와 19.58%를 득표했다.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과

마크롱 후보는 이런 4자구도 접전을 뚫고 결선에 진출했고, 외연확장성이 낮은 극우파를 상대로 만나는 대진운까지 좋아 대통령이 되었다. 결선투표제는 정당간의 정책 및 권력 배분 협상을 건너뛰고도 표를 결집시키는 장치이기도 해서, 마크롱은 타정당과 권력을 나누는 데도 공을 적게 들였다. 대신 그렇게 대통령이 된 마크롱의 권력 지반은 취약하다.  급진좌파와 극우 포퓰리즘 세력까지 뒤섞여 일으킨 노란조끼 시위가 그 방증이다. 이건 결선투표제가 달한 임계점이기도 하다. 

단, 프랑스 정치의 미래를 떠나 제도 원리를 짚자면, 결선투표제에서의 후보 난립은 해소가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예컨대 1,2위 안에 잘 들지 못하는 정치세력 사이에서 통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결선투표제가 밑도 끝도 없는 할거를 불러일으킨다는 법은 없다. 

 

선호투표제: 한 번에 결선투표까지

결선투표제는 추가로 비용과 노력을 요구하는 난점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 1차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2주만에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그 사이 걸리는 시간이야 그렇다 치자. 비용도 민주주의의 필수 비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두 번 연거푸 투표할 수 있는 공산이 높은 것은 아무래도 ‘여유 있는’ 사람이다. 선거불평등이 없지 않다. 직접적 조직력이 높은 정당에게 유리하기도 하다. 

따라서 또다른 제도가 모색되기도 한다. ‘선호(대체)투표제alternative vote(AV)’다. 한 번만 투표하면서도 결선투표제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즉석결선투표제’라고도 한다. 1, 2위 후보와 별 차이 나지 않는 득표력을 가진 3위 이하 후보에게도 당선가능성이 열려 있다. 선후투표제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다. 그 방식은 결선투표제보다 복잡하다. 투표용지에 오른 후보들을 두고 유권자가 자신의 선호 순위를 매긴다. n명이 나오면 1순위부터 n순위까지 매긴다.

선호투표제 투표지 예시

개표 방식도 다단계다. 1차로 1순위 투표를 집계하여 꼴찌부터 떨어트린다. 탈락 후보의 표는 탈락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 중 누구를 가장 윗순위로 지목했는지를 따져 다른 후보에게 이전한다. 집계할 때마다 꼴찌인 후보를 한 명씩 탈락시키며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과반 득점을 하는 후보가 나오는 순간 개표를 종료하고 당선인을 확정한다.

4명의 후보가 나왔다고 가정하자. 1차집계에서 각 투표용지의 1순위를 집계한 결과 A 후보 40표, B후보 22표, C 후보 20표, D 후보 18표가 나왔다. 4위이자 꼴찌인 D를 탈락시키고, D의 표를 따로 모아 그 표가 2순위로 어느 후보를 지목했는지 세서 나머지 후보에게 더해준다. 그 표들이 각각 A, B, C에게 2표, 6표, 10표씩 흩어지면, A 후보 42표, B 후보 28표, C 후보 30표가 되고,  B후보의 탈락이 확정된다. B는 1차집계에서 2위였지만 2차집계에서 역전을 당해 낙선하는 것이다.

그 다음 다시 B의 표를 모아 집계한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D의 표였다가 B로 이전된 것, 그러니까 1순위로 D를, 2순위로 B를 지목한 표들이 있다. 이 표의 3순위를 따져 이전해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B의 표 가운데는 2순위로 D를 지목한 표들이 섞여 있다. D는 이미 탈락한 후보라는 이유로 이 표를 묻어버리면 안 된다. 이 경우도 3순위로 누구를 지목했는가를 따져서 이전해줘야 한다. B 후보에게 얹혀져 있던 28표가 A, C후보에게 각기 7표, 21표씩 이전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최종 결과 A 후보 49표, C 후보 51표. 과반을 얻은 C후보의 당선이다. 1차집계에서 3위였던 후보가 2차 집계에서 2위, 최종집계에서 1위에 등극한 것이다. 

선호투표제는 한국에서 한 차례 도입된 적이 있다. 공직선거는 아니지만,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노무현 후보를 선출했던 바로 그 선거다. 그러나 이 경선이 선호투표제였음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다. 후보자가 하나둘씩 연달아 사퇴하면서 마지막에는 두 명의 후보만 남았다. 당시 경선 룰은 사퇴한 후보자의 표는 그 후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폐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부당한 룰은 아니다. 사퇴 후보자의 표를 폐기하지 않을 경우, 추후의 이합집산을 노리고 일부러 전략적으로 후보들이 출마해서 선거를 어지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선호투표제에도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기표하는 유권자 입장에서 난감하다. 후보자수만큼 순위를 다 표기해야 한다. 후보자가 많을수록 까다롭다. 또 위의 시뮬레이션처럼 1순위 집계에서 3위를 했던 후보가 최종적으로 당선되는 것은, 결선투표제하에 1차선거 2위를 기록하거나 선호투표제하 1순위 집계 2위 후보가 당선되는 것보다 낙선자측과 그 지지자들의 불복심리를 키울 수 있다. 위의 시뮬레이션처럼 1차집계상의 3, 4위 후보간 격차가 근소하다면 그런 경향은 더 강해진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면 결선투표해야

마지막으로 결선투표제와 선호투표제에 공통적으로 깔린 뚜렷한 한계를 하나 더 지적한다. 지지율과 의석의 비례성을 높이려면, 결선투표제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비례대표 없이 결선투표만 시행하는 프랑스 같은 선거제도에서는 가령 전국 득표율이 10%인 정당이라도, 어느 한 선거구에서도 2위 안에 들지 못하면 의석수는 0이 된다.

2017년 프랑스 총선 결과

실제로 2017년 프랑스 총선에서 ‘불굴의 프랑스(FI)’는 1차투표에서만 전국 기준 11%의 득표율을 올렸음에도 최종의석점유율은 2.95%에 그쳤다. 반대로 마크롱 대통령의 소속정당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REM)'는 1차투표에서 28% 얻은 실력을 갖고도 결선투표에서 43% 가량을 따내며 전체 의석의 53.38%를 가져갔다. 결선투표제는 정치적 다원성을 보장한다는 점에 비례대표제와 공통점이 있을 뿐, ’지지율 대 의석수의 비례성 제고‘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크게 부족하다. 비례성을 높이고 정치적 다원주의를 쟁취하려는 입장에서, 전면 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제 및 선호투표제 중 하나만 고르거나 우선시하라면 답은 전자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를 확산 내지 전면화하는 쪽을 지지하거나 결정한다고 해서, 결선 또는 선호투표제를 외면할 당위 또한 없다. 비례대표제가 전면화된 선진국들은 결선투표제를 실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그 속내를 살펴봐야 한다. 첫째, 스웨덴, 핀란드 등 유수의 국가는 지역구에서부터 여러 명을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뽑는다. 어차피 근원적으로 결선투표제가 필요하지 않다. 둘째, 독일이나 뉴질랜드처럼 연동형 비례제와 지역구 소선거구제를 병행 실시하면서 결선투표는 없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전체 의석이 지지율에 맞게 배분되기에 결선투표제가 절실하지 않았기도 하겠으나, 냉철히 짚자면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거대정당으로서는 연동형 비례제에 이어 결선투표제까지 수용하기는 버거웠을 터이다. 

2017년 독일 총선의 지역구 선거 결과에서도 결선투표제 또는 선호투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제1여당인 기독민주연합은 지역구 지지율 30.2%를 갖고 지역구 299석 중 61.87%인 185석을 휩쓸었다. 제2여당인 기독사회연합(기사련)은 지역구 지지율이 7%에 불과했지만 바이에른주에 집중분포된 지지층 덕에 지역구 의석의 15% 넘게 가져갔다. 반면 녹색당은 지역구에서 기사련보다 높은 8% 지지율을 얻고도 지역구 의석의 0.33%(1석)만을 가졌다. 독일은 지지율과 의석을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제를 택하고 있지만, 지역구 선거 결과에서는 이렇듯 불비례성이 상당히 높다. 소선거구제를 실시하면서도 결선투표나 선호투표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명부 의석을 대거 들여 비례성을 보강해야만 한다. 정당명부 의석 비중을 확충하기 버거운 한국정치가 유의할 대목이다.

연동형 비례제든 아니든 지역구 선거에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기로 했다면, 결선투표제 및 선호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단차투표로 선거를 치르는 것보다 공정하다. 100% 소선거구제를 고집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최소한 결선투표제라도 끼워넣었다면, 거대정당의 부당한 특수이익을 어느 정도 포기했다는 긍정평가는 받았을 것이다. 


참고자료: 
2017년 프랑스 대선 결과
2017년 프랑스 총선 결과
2017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

김수민   sumin-gumi@hanmail.net  최근글보기
2010~2014년 구미시의회 의원을 지냈다. 정당에서 지역 실무, 선거본부 대변인, 홍보 책임자를 경험했다. 현재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을 진행하며 KBS 1라디오, SBS CNBC, KTV 등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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