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타협' 선거제 합의안, 복잡하지만 새로운 길
상태바
'절묘한 타협' 선거제 합의안, 복잡하지만 새로운 길
  • 김수민
  • 승인 2019.03.18 0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당 선거제 개편 합의안 의미와 패스트트랙 전망
김수민의 <선거제도 개편> 시리즈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중소3당이 선거제도 개혁안에 합의했다. 절반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내지는 준연동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각 정당이 지지율만큼 의석을 가져간다. 지역구 의석수가 그 의석에 모자란 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채워준다. 가령 지지율이 20%이며 지역구 의석수가 30석인 A당은 총의석 300석의 20%인 60석을 채우기 위해 비례대표에서 30석을 가져간다. 

이번 합의안은 그런 보정용 의석 중 절반을 일단 보장한다. 여기서 A당은 일단 모자라는 30석 중 절반인 15석을 비례대표에서 챙겨 45석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다. 1차로 이렇게 각당에 배분하고 남은 의석을 다시 기존 비례대표제처럼 각당 지지율에 맞춰 배분한다. 지지율과 의석을 연동시키는 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이고, 지역구 의석과 분리한 한정된 의석만 지지율에 비례해 배분하는 것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라면, 이번 합의안은 연동형과 병립형을 섞어놓은 것이다. 

'연동형+병립형+석패율제' 선거제 합의안은 타협의 산물

각당은 최종 비례대표 의석수를 6개 권역으로 배분한다. 이를 대비해 비례대표 정당명부는 권역별로 작성해둔다. △서울(총 14석) △경기·인천(23석) △충청·강원(10석) △대구·경북(7석) △부산·울산·경남(12석) △호남·제주(9석) 등이다. 

그 권역의 정당 지지율과 기확보한 의석수를 감안해 권역별 정당명부의 당선자가 확정된다. 그리고 각당은 권역에서 추가로 받은 의석 중 2석 이내를 아깝게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에게 줄 수 있다. 이른바 석패율제이다.

정치권과 미디어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는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기준은 전국단위 득표율이다. 정당별 최종의석수를 정하고 나서, 각 정당이 의석을 권역별로 배분한다. 전국단위 준연동제에 권역별 정당명부 방식이 더해진 것이다.

2015년 중앙선관위원회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권역별로 의석수를 분리해놓고, 그 의석을 해당 권역 정당 지지율 기준으로 배분한다. 최종의석수는 이들을 합산한 결과며, 전국단위 득표율은 기준이 아니다.  이렇게 권역을 쪼갠다는 것은 분모가 적어진다는 뜻이고, 각당은 권역마다 득표력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권역별 배분은 전국단위 배분보다 지지율과 의석수가 비례하는 수준이 떨어진다. 이번 합의안은 전국단위 득표율의 결정력을 우선시함으로써 비례성을 조금 더 담보하고 있다. 

상세한 제도 설명을 하기 앞서, 이 합의안에서 주목할 두 가지 맥락부터 짚는다. 첫째, 이 합의안은 세계사적 의의가 있다. 둘째, 이번 선거제 합의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놓은 것은 제20대 국회, 나아가 한국정치의 변곡점을 찍는 일이다. 

YTN 화면 캡처

대세는 소선거구제에서 비례대표 강화로 이동  

지난 1월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셧다운, 영국의 브릭시트 같은 교착 상태의 원인으로 ‘소선거구-단순다수제’와 합의가 어려운 양당체제를 지목했다. 미국과 영국은 모든 국회의원을 각 지역구에서 1명씩 뽑는다. 단차투표로 끝나는 이 나라와는 달리 프랑스도 결선투표제가 있다는 차이점 때문에 다당체제를 형성하고 있지만, 모든 국회의원을 각 지역구에서 1명만 뽑으며 비례대표제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동일하다. 

어떤 이들은 비례성 낮은 선거제와 양당제를 옹호하며 “민주주의의 본고장이 실시한다”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전한 강대국이면서, 이제 속으로는 썩어들어가고 있다. 필자는 이들 나라를 ‘민주주의의 몰락한 구도심’이라고 부른다. 선거제 개혁이라는 ‘도심 재생 사업’이 필요하며, 실제 이들 나라에서도 그런 논의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영국과 대조적인 선례로 후발 민주주의 국가인 핀란드와 스웨덴을 지목했다. 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들은 전면적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아예 지역구부터 광역 대선거구로 만든 다음, 지지 정당과 후보를 한꺼번에 지명하는 개방형 비례대표 방식을 써서, 지지율에 맞게 각당 의석을 정하고, 당내에서는 개인별 득표순위로 당락을 결정한다. 준강국이면서 복지선진국인 나라들 대다수가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필자 개인적으로는 독일식보다는 이쪽을 선호하며, 제2차 선거제 개혁운동의 방향도 그렇게 잡고 있다). 

독일, 뉴질랜드와 일본은 특수한 사례다. 독일과 뉴질랜드는 지역구 의원을 소선거구로 뽑되 전체 의석은 정당 지지율과 연동시키는 혼합형 연동제다. 패전 이후 독일에서, 보수정당 기독민주연합은 영미 모델격인 소선거구제를 추구했고, 진보정당인 사회민주당은 이웃 프랑스의 진보파처럼 전면적 비례대표제를 지향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자유민주당은 소수정당인 자신에게 유리한 전면적 비례대표제 손을 들어주었고, 대신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로 가닥을 잡아 타협했다. 뉴질랜드는 영국 정치의 영향을 받았기에 예전에는 영국식 소선거구제였으나, 정치 다양성을 선호하는 시민 여론과 소수정당의 운동을 통해 독일식 혼합형 연동제로 바뀌었다. 

일본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한국 선거제도와 골격이 같다. 지역구는 소선거구제이고, 한정된 의석만을 정당 지지율에 맞게 배분한다. 한국이 절반~준연동제를 실시하면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선거제도를 갖는 셈인 것은 맞다. 다만 그 제도 역시 혼합형 연동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라는 특수 모델 사이에 있다. 준연동제 합의안이 실현되면 한국 정치는 미국-영국-일본이 친 블럭에서 빠져나와 독일이나 뉴질랜드의 길로 들어선다.

 

양당제에서 다당제로...유연한 타협정치 가능해져

두 번째로 이번 패스트트랙이 제20대 국회와 한국정치사에서 갖는 의의를 짚겠다. 20대 총선 결과는 여소야대이자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었다. 1996년무렵 이후 가장 큰 정치다양성을 띠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여러 의사처리를 지연시키고 패스트트랙도 막을 수 있는 120석 이상을 확보했다.  

이윽고 박근혜 정권의 실정 때문에 야권연합이 형성되었다. 박근혜 탄핵에 필요한 200석에는 당장에 이르지 못했고 탄핵안 발의 의원은 180명도 안 되는 172명에 그쳤지만, 촛불이 탄핵전선을 확대시켰으며 새누리당 탈당파가 바른정당을 만들자 자유한국당은 개헌저지선(100석) 뒤로 물러나야 했다.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가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을 끌어들여 자유한국당은 다시 개헌저지선 앞으로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에게 불리한 사건이 벌어졌다. 과반의석에 필요한 캐스팅보터였던 국민의당이 분열하면서, 한쪽은 바른정당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고, 다른 한쪽은 정부여당에 협조적인 민주평화당을 만들었다.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이 연합하면 과반 의석으로 예산안 처리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으로의 추가 복당을 저지함으로써 자유한국당을 패스트트랙 저지선(120석) 밑으로 눌러놓았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민주당에게 매우 유리했지만 지금까지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말 ‘더불어한국당’ 대연정으로 예산안을 처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배제된 중소3당은 단결했고 손학규-이정미 단식으로 민주당을 끌어당겨 선거제 개혁의 불씨를 살리고 패스트트랙 가동을 준비했다. 1988년 여소야대 및 4당체제로 출범한 13대 국회는 2년도 안 되어 3당합당으로 제1야당이 포위되었었다. 이번에도 제1야당이 포위된 것은 같다. 다만 그것이 민주자유당 후신 자유한국당이라는 점에서 그 포위는 역포위이다. 30여년만의 반전이다. 

이번 선거제 합의안은 반전된 기세가 지속적으로 펼쳐짐을 암시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는 모자라지만, 지지율 대 의석수의 비례성이 상당히 강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유권자의 사표를 줄이고, 소수정당의 존립을 보장하며, 다양한 세력과 갈등을 대변하고, 정당끼리 유연한 연합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세먼지 기구 설치 및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위원장 임명을 제의하여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던, 얼마 전 있었던 일과 같은 사례가 많아질 것이다.  

합의안은 연동형과 병립형의 절충...통과가능성 높아져

이번 합의안이 시행될 경우 선거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시뮬레이션 해보자. 합의안에서 지역구 대 비례대표의 비중은 225석 대 75석이다. A, B, C, D당이 다음과 같은 지역구 의석과 정당 지지율을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실제 정당구도와는 무관한 가상 상황이다. 

정당

지지율

지역구 의석수

A당

40%

115석

B당

30%

95석

C당

20%

10석

D당

10%

5석


위의 결과는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A당 120석, B당 90석, C당 60석, D당 30석으로 이어진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이렇게 최종의석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그것이 계산 과정의 기준이 된다. 일단 지지율에 비례한 의석수에서 지역구에서 기확보한 의석수를 뺀다. 그리고 그 격차의 절반을 각당에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분한다. 그러면 A당은 2.5석, B당은 지역구 의석이 지지율만큼의 의석수를 넘어섰기에 이 배분에선 빠지고, C당은 25석, D당은 12.5석을 받는다. (소수점 이하는 계산의 용이함을 위해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그대로 두겠다.)

이렇게 배분하고 나면 75석 비례대표 가운데 40석이 나가고 35석이 남는다. 그 다음에는 이 35석을 두고 각당의 지지율대로 배분한다. A당에 14석, B당에 10.5석, C당에 7석, D당에 3.5석이 배분된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A당 131.5석, B당 105.5석, C당 42석, D당 21석이 된다. 

지역구 225석과 비례대표 75석을, 기성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배분할 경우는 이렇다. 

A당

지역구 115석 + 비례 30석

145석

B당

지역구 95석 + 비례 22.5석

117.5석

C당

지역구 10석+ 비례 15석

25석

D당

지역구 5석 + 비례 7.5석

12.5석


그리고 각 정당의 지지율과 지역구 확보 의석이 같다는 전제하에, 완전연동형과 이번 합의된 준연동제와 병립형에서 각각 산출되는 의석수를 비교해보겠다. 

 

완전연동형

합의안

병립형

A당

120

131.5

145

B당

90(95*)

105.5

117.5

C당

60

42

25

D당

30

21

12.5

* 95석은 지지율 대비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가 초과했을 경우 지역구 의석수를 그대로 두는 ‘초과의석’을 인정할 경우. 

이번 합의안이 대충 병립형 비례제와 연동형 비례제의 중간 지점에 있는 제도라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최종 산출된 각 정당의 의석수는 각 당내에서 권역별로 배분된다. 권역별 득표율과 기확보한 의석수를 감안한다. 가령 총 21석, 지역구 5석을 얻은 D당은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권역별 배정 의석

지역구 당선자수

추가되는 비례대표 당선자수

서울

6

1

5

경기인천

5

2

3

충청강원

2

0

2

대구경북

3

0

3

부산경남

3

1

2

호남제주

2

1

1

21

5

16


그리고 그 권역별로 배분된 의석 가운데 2석 이내에서 각 정당은 그 권역의 지역구 선거에서 비교적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후보자를 '패자부활' 시킨다. 석패율제다. 

이런 '권역별'이라는 당내 의석 배분 방식 이전에 평가해야 할 것은, 병립형 비례제를 어느 정도 남겨두되 연동형의 원리를 최소 절반쯤 넣은 이 선거제의 골격이다. 완전연동형에는 미치지 못하나, 한국 선거제도 역사에서 중대한 사건이라 할 만큼 비례성이 개선된다. 

지역구 대 비례 의석이 253 대 47에서 225 대 75로 조정됨에 따라 일어나는 비례성 확대도 있다. 더구나 비례성은 권역별보다 전국단위에서 높다. 필자는 권역별로 하면 완전연동형을 택하고, 준연동제의 경우는 득표율 기준을 전국단위로 할 것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해왔는데, 후자가 이뤄졌다.

준연동제는 민주당의 아이디어였다. 민주당 같은 거대정당은 지역구 의석수가 높아서 완전한 연동제를 실시하면 따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지 못할 공산이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은 지역구에 출마시키지 않은 인사(특히 영입된 전문가 인사)에게 비례대표를 줄 기회를 잃는다. 따라서 비례 의석을 얼마간 배분받을 수 있도록 별도로 의석을 빼놓기를 원한 것이다.
지난 연말에 이미 준연동제 이야기가 민주당에서 슬며시 흘러나왔다. 필자는 그때 결국은 그 안이라도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출연 방송에서도 그런 의사를 내비쳤다.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한 사람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것이 현재 한국 정치에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의 결과임은 긍정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시민사회단체들과 중소정당들은 국회 앞에 모여 시위를 하며 Queen의 <We Will Rock You>와 <We Are The Champions>를 불렀다. 목표한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크게 흔들어놨으니 국회 본회의 통과로 챔피언이 될 준비를 하면 된다. 

TV조선 화면 캡처

심상정, 손학규, 정동영, 문희상, 그리고 문재인

이번 선거제 합의안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인물 여섯을 꼽자면 이렇다. 시민단체와 녹색당, 자문기구에서 활약해온 하승수 변호사, 투쟁과 중재에 모두 노력한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장, 황혼의 단식 투혼을 보여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꾸준히 선거제도 개혁을 설파해온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정당과 정당 사이와 국회와 청와대 사이를 오가며 노력한 문희상 국회의장. 

마지막 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민주당 민주연구원에서 내놨던 “대통령제에서 연동형 비례제와 다당제는 맞지 않다”는 논리를 문 대통령은 기각했다. 오히려 그것은 자유한국당이 승계했다. 문 대통령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를 수 차례 공약했고, 그의 정치 선배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선거제도 개혁을 꿈꾸었다. 청와대를 찾은 문희상 의장 앞에서 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녹화하면서까지 선거제 개혁 약속을 지키고자 했다. 기존 선거제로 막대한 이득을 취해온 민주당이 다른 길로 새는 것을, 바로 ‘역사 앞에 선 단임 대통령, 문재인’이 막았다.

물론 앞으로도 험로가 남아 있다. 지역구 의석수를 253에서 225로 축소하는 데 진통이 따를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지역구 의석이 줄어든다고 국민들에게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이 줄어드는 대신 권역별 정당명부로 각 권역에 의원수를 더했다. 

또한 지역구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에게 비례대표 의석 일부를 줌으로써 낙선한 현역 의원들의 부활 그리고 지역구가 사라진 의원의 정당명부 등록 가능성이 열렸다. 현역 의원이 못마땅한 유권자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제도지만, 선거제의 결정권을 가진 의원들을 설득할 카드이기도 하다.

진보적 시민사회에서는 예전부터 석패율제에 대한 거부감이 짙었지만, 연동형 비례제를 지지하는 다수 여론 사이에서도 비례대표 당선자를 직접 정할 수 없다는 데 불만과 불안이 이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구에 출마해 득표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후보가 비례대표로 당선하는 건 시민의 반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석패율제에 딜레마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지역구는 출마 후보 가운데 복수가 의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석패율제를 채택한 일본이나 지역구-정당명부 중복 입후보제를 허용한 독일의 경우 부분적으로 중선거구제 효과가 있다는 말도 있다. 중선거구제는 지역구에서 의원을 2명 이상 뽑는 제도를 가리킨다. 

지역구에서 후보간 경합이 치열할수록 복수의 출마자가 당선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이 유권자 대중심리를 자극해 일부러 백중세 선거판으로 몰아갈 공산은 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이 큰틀에서 비례성 제고라는 목적을 달성했으며, 지역구 의석 축소와 '직접 뽑지 못하는 비례대표'에 대해 불만을 가진 쪽을 달래는 효과는 석패율제의 역효과를 능가한다. 

석패율제보다 더 큰 난점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사람을 많이 구하기 힘든 작은 정당의 경우 6개 권역별 명부를 다 작성하기가 전국단일 명부를 꾸리기보다 버겁다. 명부 등록자 지역 분포를 권역별 득표력에 맞게 분산시키거나, 각 권역내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한 후보가 석패자 구제로 돌아오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겠다. 

절박해진 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 가능성 있어

이 글을 읽으며 '다른 건 몰라도 몹시 복잡하다'라고 느낀 독자가 많을 것이다. 이점은 분명 여론 설득에 애로사항이 된다. 하지만 유권자에게 불편한 제도는 아니다. 의석 배분 방식이 달라질 뿐 기표 방식이 같기 때문이다. 유권자는 투표장에 가서 예전처럼 똑같이 지역구 투표지 하나와 정당투표지 하나를 쥐고, 한 장에 한 칸씩 찍으면 된다. 

지역구 의석 배분은 개표가 완료되는 대로 나올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수 배분과 당선 비례대표 명단 확정은 선관위와 미디어가 해준다. 언론과 평론가가 해설도 맡는다. 실제 결과를 놓고 보면 이해도 더 빠를 터이다. 올 가을 수능 <법과 정치> 문제에 이 제도에 관한 문제가 나와 수험생들의 머리가 아플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때는 아직 이 합의안이 시행중인 법이 아니다. 

최근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막기 위해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접촉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새누리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정개특위에 들어간 바른미래당 위원 2명 모두가 국민의당 출신이다. 18명 정개특위 위원 가운데 자유한국당 소속은 3분의 1인 6명. 패스트트랙 저지에 필요한 40% 선에 미달한다. 합의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타면,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남은 시간동안 전력 투쟁을 벌이다 본회의 상정 이후 필리버스터를 벌이는 수밖에 없다. 표결을 지연시킬 뿐 막지는 못하지만 지지층 단결을 위해 감행할 수 있다. 4년만에 필리버스터가 돌아올지도 모른다. 

*2019년 3월 18일 오전 11시 1차수정: 석패율제로 구제할 수 있는 후보자 범위에 대한 보도자료와 기사들간에 차이가 있어 해당 부분을 삭제했습니다.

김수민 팩트체커는 시사평론가다. 구미시의회 의원을 지냈고 녹색당 언론홍보기획단장을 역임했다. 현재 KBS, SBS, EBS, 김용민브리핑 등 여러 방송에 출연중이다.
김수민   sumin-gumi@hanmail.net  최근글보기
2010~2014년 구미시의회 의원을 지냈다. 정당에서 지역 실무, 선거본부 대변인, 홍보 책임자를 경험했다. 현재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을 진행하며 KBS 1라디오, SBS CNBC, KTV 등에 출연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