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해수욕장 불꽃놀이 불법이라고?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8.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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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법 위반... 손 놓은 지자체

해수욕장 불꽃놀이가 불법이란다. 그런데 해수욕장 근처 가게에선 버젓이 불꽃놀이용 폭죽을 판매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불꽃놀이를 구매해 즐긴다. 해마다 해수욕장 불꽃놀이로 인한 부상 등 사건사고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과연 해수욕장 불꽃놀이는 불법일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①해수욕장 불꽃놀이는 불법?... 사실

불꽃놀이가 불법이라는 보도에는 빠짐없이 관련 법이 등장한다. 바로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수욕장법)>이다. 이 법 22조는 해수욕장에서의 준수사항을 정하고 있다. ①항 8호는 “백사장에서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 제2조제3항제3호아목 장난감용 꽃불로 놀이를 하는 행위. 다만, 관리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돼 있다.

해양수산부 보도자료를 보면 백사장에서 폭죽놀이 용품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위반할 때마다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이는 해수욕장법 22조 ①항1호 “관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행위 또는 지정된 장소 밖에서의 상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②불법인데 왜 계속되나?... 행정력&의지 부족

불꽃놀이 마니아가 아니라면 해수욕장 나들이를 위해 미리 불꽃을 준비해가는 사람은 없을 거다. 대부분은 해변에서 폭죽을 구입한다. 해수욕장법은 “허가받지 않은 또는 지정된 장소 밖에서의 상행위”를 금지한다. 해변 상점에서 불꽃을 판매하는 것은 규제할 근거가 없다.

해수욕장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도 허점이 있다. 해수욕장법은 “백사장에서 꽃불로 놀이를 하는 행위”만을 금지한다. 해수욕장 내의 백사장 이외의 구역인 산책로, 야영장 등 편의시설에서의 불꽃놀이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해수욕장법은 시·군·구를 해수욕장의 관리주체로 정하고 있다. 백사장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피서객을 단속해야 할 사람은 시군구 공무원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일선 지자체의 행정력이 야간에 모든 해수욕장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단속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해수욕장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안전사고 유형 중 당국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물놀이 중 익사사고다. 폭죽놀이로 인한 사고는 후순위다. 해양경찰청의 <해수욕장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을 찾아봐도 폭죽놀이에 관한 내용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③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2023년 8월1일 KBS보도에 따르면 2014년부터 9년 동안 동해안 해변의 불법 불꽃놀이 과태료 부과 건수는 1건에 그쳤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전국 해수욕장과 그 근처에서 폭죽놀이를 적발한 건수만 3만8749건, 그런데 실제로 과태료(10만원 이하)를 부과한 사례는 고작 746건에 그친다. 

대부분 지자체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관리청의 방치 속에 해변 불꽃놀이로 인한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판매되고 있는 폭죽 중에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안전검증을 받지 않은 것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원이 밝힌 폭죽사고 예방지침은 다음과 같다.

폭죽사고 예방지침

-주의사항과 지시사항을 읽고 따라야 한다.

-사용하는 모든 폭죽은 어른이 책임감 있게 관리 감독하여야 한다.

-어린이가 가지고 놀거나 불붙이는 행위는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폭죽에 불붙이기 전에 주변에 사람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절대로 사람을 향하여 폭죽을 터트리거나 던지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집, 마른 잎, 불타기 쉬운 물질에서 멀리 떨어진 평평한 곳에서 사용하여야 한다.

-여러 개를 함께 사용해서는 안 되며 한 번에 하나의 폭죽만 불붙이고 불붙인 즉시 뒤로 물러난다.

-폭죽을 제조나 개조하지 않고 원래의 용도대로 사용해야 한다.

-완전히 작동하지 않은 폭죽을 다시 불붙이지 않는다.

-폭죽을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거나 금속이나 유리상자 내에서 터트리지 않는다.

-오작동하거나 화재가 날 경우를 대비하여 가까운 곳에 물통이나 호스를 준비한다.

출처: 속초시청
출처: 속초시청

④속초해수욕장에선 무슨 일이?

강원도 속초시는 지난해 8월 속초해수욕장에서 폭죽 소음이 사라졌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매년 휴가철이면 쏟아져 들어오던 해수욕장 폭죽 관련 민원이 사라졌다는 게 골자다. 속초해수욕장은 주변이 주거지역과 인접해 있어 해마다 휴가철이면 폭죽 관련 소음과 연기로 인한 민원이 빗발쳤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변신이 가능했을까?

핵심은 ‘강력한 계도’다. 속초시는 2022년부터 예년과 다르게 해수욕장 개장 8일 전부터 질서계도 요원을 배치했다. 근무인원도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2명을 더 증원하고 근무시간은 기존 오후 4시에서 12시까지 운영하던 것을 폭죽 사용이 집중되는 야간 시간대에 배치하기 위해 오후 8시부터 익일 오전 2시까지로 변경했다. 또한, 해수욕장 백사장 곳곳에 야간에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야광 재질의 폭죽 금지 팻말을 설치해 방문객들이 해수욕장 내에서 폭죽 사용이 불법이라는 점을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노력이 통해 지난해 속초해수욕장에서 폭죽 관련 민원은 사라졌고, 올해도 ‘폭죽 없는 해수욕장’이 이어지고 있다.  '귀감(龜鑑: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이라는 말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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