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결혼증여공제 1억원...혜택은 일부 청년만?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8.0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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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5천만원 포함 부부 합산 최대 3억원까지 증여세 면제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9천만원 이상 지원 전체 10명 중 2명

최근 정부가 결혼자금으로 부모가 보태는 돈에 붙는 세금을 깎아주는 혜택을 내놓자 논란이 뜨겁습니다. 기획재정부는 7월 27일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혼인신고 기점으로 전후 2년간 결혼자금 1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면제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도 5천만원까지 증여할 때는 세금이 붙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최대 양가 부부 합산 3억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됩니다. 이 경우 예비부부는 원래 냈어야 할 세금 약 1940만원(1인당 970만 원씩, 자진 신고 공제 3% 포함)을 아끼게 됩니다.

기존 10년간 5000만원이었던 증여세 공제는 혼인에 한해 부모가 자녀에게 1인당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증여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기획재정부
기존 10년간 5000만원이었던 증여세 공제는 혼인에 한해 부모가 자녀에게 1인당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증여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기획재정부

이를 두고 국민들 사이에선 “부자 특혜”라는 비판과 “새내기 부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결혼을 장려하고자 신혼부부 부담을 덜고자 함입니다. 이번 대책에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신혼부부는 전체 청년 가운데 얼마쯤 될까요? 또 증여세 부담 완화 자체가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건 맞았을까요?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정부..."신혼집 마련 경제 부담 덜고자 고안"

우선 정책을 입안한 정부 입장부터 살펴봅시다.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을 때 절세하는 방법은 ‘비과세 증여’가 유일했습니다. 성인 기준 10년 내 5000만원인 증여 비과세 한도는 2014년 오른 뒤로 9년간 바뀌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물가 상승 상황과 시대적 흐름에 따라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봤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과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과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기획재정부

이번 대책은 ‘혼인’을 전제로 증여재산 1억원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겁니다. 정부는 고소득층이 세금이 무거운 ‘상속’ 대신 ‘증여’를 선택하도록 해 경제활동인구의 소비력을 키우도록 유도하겠다고 합니다. 동시에 자녀 세대의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율까지 높이도록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고령층에 집중된 자산을 증여 방식으로 젊은 세대에게 넘겨야 소비가 늘고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돈다는 것이죠. 

‘1억원’이라는 혼인 증여 비과세 한도는 ‘전세 보증금’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부모가 결혼하는 자녀에게 전세자금 정도는 세 부담 없이 보태주게 하자는 취지라고 합니다. 신혼집 마련의 어려움을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는 20~30대가 부모 도움을 받아 결혼을 결심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비과세 증여 가능 기간은 혼인신고 전후 2년씩, 총 4년입니다. 기획재정부는 결혼 직후에 집을 구하지 않는 경우까지 감안해 폭넓게 잡았다고 합니다. 

 

◈야당...“상위 10% 초부유층만 수혜”

증여공제 대책은 부모가 1억5천만원까지 지원을 해줄 때 의미가 있습니다. 그 정도 돈을 보태주지 못할 가구가 많다면 정책 실효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겠죠. 

1억원 증여를 할 수 있는 가구는 얼마나 될까요? 일단 단순히 전체 가구 중에 자산이 1억원 이상인 가구 비율부터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한국은행 가계금융복지조사 가운데 가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보유액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순자산 보유액이 1억원 미만인 가구는 29.5%로 나타납니다. 3억원 미만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55.7%이고, 10억원 이상 가구는 11.4%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전 재산을 자식에게 증여하기는 어려울 테니 순자산이 1억원 미만인 가구에서 1억 이상 증여를 해 증여세 공제 혜택을 보는 경우는 드물겁니다. 따라서 단순히 살펴봐도 전체 국민 열 명 중 세 명은 자식에게 줄 1억 이상의 자산이 없습니다. 

2022년 12월 1일 발표된 한국은행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내용 갈무리. 가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구간별 가구 분포를 나타낸 결과임. 22년 3월말 기준 순자산 보유액이 1억원 미만인 가구는 29.5%에 달함
2022년 12월 1일 발표된 한국은행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내용 갈무리. 가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구간별 가구 분포를 나타낸 결과임. 22년 3월말 기준 순자산 보유액이 1억원 미만인 가구는 29.5%에 달함

이번 증여공제 확대는 상위 10% 정도만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의 '2022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자료에 따르면, 1억5000만원으로 늘어난 혼인자금 증여 공제 혜택은 금융자산을 보유한 50~60대 가구 가운데 상위 13.2%만 볼 수 있다고 나타났습니다. 

현행 제도상 증여세를 낼 수 있는 가구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의원실이 현재 증여세 대상은 '자녀 1명당 금융자산 1억 원'이 넘는 수준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전세 자금 등 용도로 지원하는 금액 중 5000만원을 넘어야 증여세 대상이 되고, 혼수나 결혼식 비용 등 애초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지원금으로 평균 5073만원이 든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이 정도 증여가 가능한 가구는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가구주(50~60대)의 평균 자녀수 2.1명을 적용해, 금융자산으로 2억 원 이상 보유한 가구로 추려졌습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가구는 상위 13.2%로 나온겁니다. 나머지 86.8%는 자녀 결혼에 증여세를 낼 만큼의 금융자산이 없어 이번 세제개편안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원실의 결론입니다. 

7월 13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보도자료 갈무리. 증여액이 커질수록 감면 혜택 역시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출처=장혜영 의원실
7월 13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보도자료 갈무리. 증여액이 커질수록 감면 혜택 역시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출처=장혜영 의원실

증여액이 커질수록 공제 확대에 따른 감면 혜택은 큰 것으로 나타납니다. 장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2억원을 결혼자금으로 증여하는 경우 공제한도가 1억5000만원으로 상향될 때 감면액은 993만원 정도인데, 3억원을 증여하면 1993만원이 감면된다고 합니다.  

 

◈신혼부부 부모 지원 양극화..."거의 안 받거나, 1억 이상 확실히 받거나"

신혼부부들 가운데 상당수는 결혼 자금 지원을 받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확실히 많이 지원받는 계층과 아예 지원 자체를 꿈꿀 수도 없는 계층으로 나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012년 8월부터 2019년 7월 사이 결혼한 부부들이 주거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신혼가구 10가구 중 7가구가 부모에게 지원받아 주거자금을 조달했다고 합니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혼부부의 주거자금 조달방식과 부모 지원의 젠더-계층적 성격' 보고서 내용 갈무리. 신혼부부 부모의 기여금액 정도에 따른 비율이 나옴. 남편 부모 측만 살펴보면, 아예 없는 경우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데, 9000만원 이상 지원하는 비율도 20%에 가깝게 나온다. 양극화된 측면이 있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혼부부의 주거자금 조달방식과 부모 지원의 젠더-계층적 성격' 보고서 내용 갈무리. 신혼부부 부모의 기여금액 정도에 따른 비율이 나옴. 남편 부모 측만 살펴보면, 아예 없는 경우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데, 9000만원 이상 지원하는 비율도 20%에 가깝게 나온다. 양극화된 측면이 있다.

다만 부모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지원 규모는 양극화됐습니다. 지원금 규모와 비중이 계층수준에 따라 편차가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보사연은 남편 측 부모의 지원금 규모는 전혀 없는 경우가 42.3%, 3000만원 미만인 7.7%를 차지하는 한편, 9000만원 이상 1억2000만원 미만이 9.7%, 1억2000만원 이상이 14.2%를 차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예 주거자금 지원을 못 해주는 남편 측 부모가 절반에 가깝지만, 한편으로 9000만원 넘게 지원하는 부모가 열 명 중 두 명은 있는 겁니다.

거주주택 자산가격 구간별 부모 지원 기여율 분포를 나타낸 표. 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0)
거주주택 자산가격 구간별 부모 지원 기여율 분포를 나타낸 표. 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0)

전체 주거자금에 대한 부모 지원 비중도 비슷하게 나옵니다. 부모 지원을 아예 안 받는 비중은 35.8%입니다. 받더라도 도 주택 가격의 절반 미만으로 받는 경우는 전체 33.6%입니다. 반면, 부모 지원금이 주택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경우가 전체의 30.7%입니다. 확실히 안 받거나 못 받는 사람과 주택 가격 절반 이상을 확실히 지원받는 쪽으로 나뉜 겁니다. 

연구진은 결론에서 "부부 10쌍 중 7쌍이 부모에게 지원받았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통한 주거독립과정이 여전히 사적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자산상위층에서 부모 지원의 비중과 규모가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즉 상위계층이 부모세대의 부를 자녀 세대로 대물림하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주거자금을 증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모가 주거자금을 대주는 것이 결혼을 실제로 돕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모의 자산을 자녀에게 손쉽게 넘기는 차원으로 쓰인다고 봤습니다.


정리하면, 정부가 발표한 결혼자금 증여공제 확대는 부모가 증여를 1억원 가까이 해주는 경우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과 비교하면 부부 양가에서 증여세 1940만원을 아예 부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결혼할 때 부모가 맘 놓고 전세 보증금 1억까지는 줄 수 있게 해주는 게 정책 취지라고 설명합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처음에는 반대입장을 보였지만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야당에서는 이렇게 1억까지 증여를 해줄 수 있는 가구가 상위 13% 정도에 해당하는 극히 일부에 국한된다고 봅니다. 정책 취지는 이해하나, 극히 일부만 혜택을 보는 대책이 필요하냐는 것이죠. 또한 현재도 결혼식 비용이나 혼수 등은 증여세 발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1억까지는 세금 없이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것 아니냐고 주장도 합니다. 

다만 한국에서 결혼할 때 상당 부분 부모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2020년 조사에서 신혼부부 열 쌍 중 일곱 쌍은 주거 마련에 부모의 지원을 받았으니까요. 다만 아예 지원을 못 받는 층과 1억원 가까이 확실히 큰 액수의 도움을 받는 층으로 양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증여가 가능한 쪽에라도 맘 편히 지원해서 더 결혼을 장려하는 게 맞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계층이 누릴 만한 결혼장려책을 택할 것인지. 양쪽 사이에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결정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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