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의대 증원’, ‘고용 지표’, ‘한국형 아우토반’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3.10.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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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의 한 주간 팩트체크 기사 소개

‘의대 정원 증원 논란’, “구직 활동을 쉰 인구와 고령 취업자가 늘면서 고용지표 호조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형 아우토반 안전할까?’, 지난주 관심을 모은 이슈와 발언입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크 관련 주요 뉴스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1. 의대 정원 논란 팩트체크

최근 외과, 소아과 같은 곳엔 의사가 부족하고 지방도 의사가 없지만, 의대 정원은 18년째 3058명 그대로입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이 알려지면서 의사단체들의 거센 반대 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 관련해 MBC, JTBC, TV조선에서 따져봤습니다.

■ 의대 정원 18년째 ‘3058명’ 이유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때는 의대 정원이 오히려 지금보다 많은 3507명이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됩니다. 병원에서 약 조제 못하고 처방전만 써주게 되자 수익 감소를 우려한 의료계가 파업을 벌였습니다.

종합병원 전공의는 물론 전국 동네의원 96%가 휴진할 정도였습니다. 정부는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서 정원을 줄여주겠다고 했고, 2006년 3058명이 됐습니다.

2010년대 들어, 의사가 수도권에만 집중되고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정부는 2012년과 2016년 각종 근거를 들어서 의대 정원을 늘리려 했는데, 그때마다 의사단체는 파업 카드를 들었고, 복지부는 “의사단체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며 번번이 물러섰습니다.

지난 정부도 2020년 의대 정원을 10년간 4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역시 무산됐습니다. 의사들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면서 코로나 환자 진료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정부는 ‘의정합의’로 갈등을 봉합했는데, 여기에 의대 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이 때문에 의협은 ‘우리와 왜 계속 협의하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JTBC방송화면 갈무리
JTBC방송화면 갈무리

■ 의사 수 ‘적다’ vs ‘지금도 과잉’

통계를 보면 인구 1000명 당 우리나라 의사 수는 2.6명입니다. OECD 회원국 평균인 3.7명에 못 미치는 최하위권입니다. 해마다 새로 배출되는 의사 수도 거의 꼴찌인데,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생 수는 7명을 조금 넘어 39개 나라 중 38위입니다. OECD 회원국 중에 감소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고령화가 계속 빨라지면서 의사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각 나라 사정이 다른데 단순 비교한 통계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반박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이 최대 48시간인데 우리나라 전공의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78시간 이었습니다. 근무 여건이 다르니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인구 당 의사 수가 우리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지원율이 점점 떨어져서 올해는 4분의 1 밖에 못 채웠습니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내과 모두 미달입니다. 전체 의대 정원을 늘려봤자 지금처럼 피부과나 성형외과 같은 특정 과로 쏠리는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필수 의료인력 부족은 계속될 거라는 게 의료계 입장입니다.

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 의대 증원 안 해도 의사 남아돌게 된다?

의사 단체들의 논리 중 하나는 지금의 정원을 그대로 둬도 의사는 부족해지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저출생으로 인한 빠른 인구 감소 속도를 감안하면, 머지않아 인구당 의사수가 OECD 평균을 넘기게 돼, 지금 의사를 늘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대한의사협회는 2047년이 되면 한국 평균이 5.87명까지 올라가, OECD 회원국 평균 5.82명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의사 증가율,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해 계산한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다른 연구들에서는 결과가 전혀 달랐습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2014년 보고서는 2030년이 되면 4천267명에서 9천960명의 의사가 부족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신규 의사와 은퇴하는 의사의 규모, 의사 한 명의 생산성에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수요를 감안해 예측한 결과입니다.

2020년 서울대 교수들이 잇따라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2050년이 되면 2만 6천여 명에서 2만 8천여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서는 의사 부족 속도가 더 빠르게 예측됐는데, 10여년 뒤인 2035년이면 2만 7천여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가장 최근인 올해 6월에 나온 KDI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비슷합니다. 현재 의료 이용 수준과 의사 업무량 유지를 위해선 2050년 2만2천명 이상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겁니다.

MBC 방송화면 갈무리
MBC 방송화면 갈무리

2. 쉬는 인구·고령 취업자가 고용지표 호조에 영향?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23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실업률은 2.3%로 역대 9월 기준 최하, 고용률은 63.2%로 역시 역대 9월 기준 최고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구직·취업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쉰’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지적이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활동 상태가 ‘쉬었음’으로 분류된 이들은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또, 고령층 취업자를 걷어내면 사실상 취업자는 감소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데일리에서 분석했습니다.

실업률은 실업자가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실업자는 조사 대상 기간에 일을 하지 않고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한 자입니다. 이 때문에 구직, 취업 활동을 하지 않고 막연히 쉬었다는 이들은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구직 활동을 쉬는 장기 취업준비생이나 원서접수 기간이 아닌 공시족, 구직단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다 보니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쉰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실업률이 감소하는 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올해 9월 기준 구직 활동하지 않고 쉬었다는 인구는 224만 8,000명으로 전년 동기(223만 7,000명) 대비 0.5%P가량 증가했습니다. 9월 기준으로 역대 통계를 살펴보면 2019년 처음 200만 명을 돌파한 쉬는 인구는 코로나19로 고용 한파가 몰아치면서 2020년 241만 3,000명에 육박했습니다. 2021년 233만 2,000명, 2022년 223만 7,000명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다시 1만 1,000명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20·30·40대 중 쉬었다는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2만 5,000명 증가했습니다.

고용률은 63.2%로 역대 9월 기준 최대치였습니다. 취업자 수도 2,869만 8,000명으로 역대 9월 중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나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분을 제외한 취업자들은 작년 9월보다 4만 5,000명 감소했습니다. 20대 취업자 수는 8만 7,000명 감소했고, 40대는 5만 7,000명 줄었습니다. 반면 30대 취업자 수는 5만 6,000명 늘었고,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들은 35만 4,000명 증가했습니다. 즉 고령층 취업자 증가가 고용률과 취업자 수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한편 20대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과 달리 20대 고용률은 61.1%로 전년보다 0.5%P 올랐습니다. 정부는 20대 취업자 수 감소에 대해 인구감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구감소 감소폭이 커지면 취업자 수가 줄더라도 오히려 고용률이 올라가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9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년 대비 20대 취업자가 줄어드는 폭이 전년 대비 20대 인구수 감소폭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쉬는 인구 증가는 실업률 하락에, 고령층 취업자 증가는 고용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기에 ‘쉬는 인구와 고령 취업자 증가가 고용지표 호조에 영향을 줬다’는 ‘대체로 사실’입니다.

 

3. 한국형 아우토반 논쟁…속도 무제한, 안전할까

전라남도가 광주에서 영암 사이 47km를 속도 제한 없는 고속도로, 이른바 한국형 아우토반을 만들기로 한 것이 화제입니다. SBS에서 짚어봤습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SBS 방송화면 갈무리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한국형 아우토반을 만들어서 지역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이 전라남도 구상입니다. 최근 전국체전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남지사가 다시 건의하면서 관련 내용이 주목받았는데, 반응은 엇갈립니다.

고속 주행 시 운전자 반응 속도를 연구한 국내 논문을 확인해봤습니다. 시속 100km과 120km, 140km에서 앞차가 급정거하거나 낙석 같은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브레이크를 얼마나 빨리 밟는지 봤습니다. 시속 100km였다가 140km로 속도를 올리면 브레이크 밟는 속도가 0.1초 정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운전자 긴장도가 높아져서 반응 속도가 빨라지는 것입니다.

아우토반은 전체 구간의 70% 정도가 속도 제한이 없습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아우토반에서 도로 1천km당 사망자 수를 비교해봤더니, 2015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속도 제한 없는 도로에서 사망자가 더 많았습니다. 최소 1.2명, 최대 5.7명이 더 많이 숨진 것인데, 유럽교통안전청 분석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전라남도는 설계 단계부터 안전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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