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4강전서 한국 이긴 요르단의 승리 공식

  • 기자명 김지석
  • 기사승인 2024.02.08 02: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지석의 스포츠체크] 후세인 아모타 요르단 감독의 관점에서 본 경기 전략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던 ‘역대급 스쿼드’ 대한민국 대표팀이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2대 0으로 패퇴했다. 피파랭킹 87위 팀을 상대로 유효슈팅 하나 만들지 못한 충격적이고 처참한 패배였다. 대회 내내 무전략과 무전술로 일관하며 선수들의 개인기량에 의존한 듯한 우리 대표팀 감독을 향한 축구팬들의 비난 여론이 매섭다.

반면, 아시안컵 최고 성적이 8강에 불과했던 팀을 부임 7개월여 만에 결승으로 이끈 모로코 출신의 '후세인 아모타' 요르단 감독은 우리를 상대로 어떠한 전략을 구상하고, 어떠한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을지도 궁금해진다. 상대의 승리 공식은 곧 우리의 패배 원인이기 때문이다.

상대팀 아모타 감독의 머릿 속에 그렸을 우리와의 4강전 전략을 상상해 본다.

AFC 아시안컵 홈페이지 갈무리
AFC 아시안컵 홈페이지 갈무리

일대일 능력이 부족한 수비와의 일대일 싸움 유발

대한민국이 보유한 ‘괴물 수비수’ 김민재는 이번 경기에 없다. 힘, 높이, 스피드, 기술 등 모든 것을 갖춘 중앙수비수 김민재가 없는 한국의 수비진은 일대일 방어 능력과 민첩성과 스피드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한국 수비의 약점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에 있다. 이번 대회 역시 한국은 이 곳에서의 실수가 잦다. 이 곳을 일체적으로 순식간에 압박한다면 한국 수비는 반드시 허둥대고 실수할 것이다. 여기서 끊어내면 단번에 득점 기회다. 상대 중앙수비수와 일대일 상황에서의 승산은 우리 공격수들에게 있다. 

요르단 대표팀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 SBS 뉴스 영상 갈무리
요르단 대표팀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 SBS 뉴스 영상 갈무리

어설퍼진 빌드업에 대한 압박과 빠른 역습

한국팀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세계적 강팀들을 상대로도 후방에서부터의 빌드업으로 성과를 냈다. 카타르 월드컵의 유산이 남아있는 한국팀은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유사한 축구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월드컵에 비해 밸런스가 확연히 떨어진 모습이다. 팀으로서 약속된 전개와 유기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다. 빌드업 중에 볼을 빼앗겨도 약속된 타이밍에서의 일체적이고 즉각적인 재압박이 없다. 선수들 개인 기량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비진의 몇몇 선수들에게서는 탈압박에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도 눈에 띈다.

상대의 어설퍼진 빌드업이 전개되어 나가는 곳은 후방 측면, 즉 우리(요르단) 앞선의 양 측면이다. 바로 이 곳에서 우리(요르단)은 반복적으로 싸움을 걸어야 한다. 여기서 볼을 탈취해내면, 일대일 능력이 탁월한 알타마리(10번)와 알나이맛(11번)의 스피드와 부분 전술을 활용하여 빠르게 역습을 전개할 것이다. 무언가 계산이 서는 것 같다.

요르단 대표팀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 SBS 뉴스 영상 갈무리
요르단 대표팀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 SBS 뉴스 영상 갈무리

체력적 문제 발생에 대한 확신과 공략

상대는 체력적으로 분명히 문제를 나타낼 것이다. 한국팀은 토너먼트에서 120분 경기를 연이어 뛰었다. 그 두 경기 간 휴식은 3일에 불과했다. 그리고 약 4일 만에 우리와 싸운다. 지난 호주전에서 보여준 한국 선수들의 체력과 초인적인 정신력은 정말 대단했다. 선수들의 컨디셔닝을 담당하는 한국팀 피지컬 코치진의 능력 역시 놀랍다.

그러나 오늘은 분명히 체력에서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체력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한국은 예선에서부터 지금까지 거의 동일한 선발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오고 있다. 오늘도 그러하다. 체력의 문제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상대팀 선수들 간의 간격은 넓어질 것이고, 속도감있는 역습에 강점을 가진 우리로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 한국팀의 공수 간격이 넓어지는지 지켜보고 공략하겠다. 우리의 부족한 기술은 체력적 우위와 속도로 상쇄할 자신이 있다.

요르단 대표팀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 SBS 뉴스 영상 갈무리 
요르단 대표팀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 SBS 뉴스 영상 갈무리 

걸어잠그되, 내려앉지 않는다

우리(요르단)의 포메이션은 3-4-3이다. 그러나 수비 시 측면 미드필더가 내려와 5백을 형성하고, 3명의 공격수를 제외한 전원이 밀집 수비를 구축한다. 실점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철저히 걸어 잠그되, 역습 상황에는 발빠른 3명의 공격수들이 신속하고 간결하게 올라가 (완전한 찬스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슈팅까지 마무리 짓는다.

혹, 우리가 선제골을 넣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뒤로 물러나 공격수까지 내려앉힐 생각은 없다. 호주, 사우디 모두 선제 득점 후에 물러서다가 한국에 당했다. 한국 공격수들에게 ‘가둬놓고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은 자살행위다. 역습의 위협을 끝까지 가져감으로써 경기 막바지에 일방적으로 상대가 우리를 몰아붙이는 상황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요르단 대표팀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 SBS 뉴스 영상 갈무리 
요르단 대표팀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 SBS 뉴스 영상 갈무리 

예상가능했던 상대의 전략적 시나리오, 대응 부재는 누구의 탓인가

요르단 대표팀의 관점에서 구상하고 들어왔을 전략을 개괄적으로 그려 보았다. 

그러나 사실, 특별한 점은 없다. 축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축구에 관심있는 팬이라면 누구나 상대의 입장에서 상상해 볼 수 있는 상황이고 전략들이다. 바꾸어 말해, 우리 입장에서는 경기 시작 전부터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상대팀의 시나리오였고, 우리가 미리 대응할 수 있었던 문제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응 부재’가 바로 여러 축구 전문가들이 연일 언급하고 있는 우리 대표팀의 전술 부재, 주먹구구식 용병술, 비효율적 선수 선발과 교체, 무계획적인 선수단 체력 관리 등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 MBC 뉴스 영상 갈무리 
클린스만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 MBC 뉴스 영상 갈무리 

아시안컵 4강이라는 비관적이지 않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축구팬들이 심히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경기에 패했고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특별할 것 없이 예상가능했던 상대의 노림수와 전략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상대 감독이 그리는 시나리오대로 일방적으로 끌려간 현재 우리 대표팀 리더십의 무능함에 절망스러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최선의 최선을 다했다. 예선부터 6경기를 모두 뛴 선수들 뿐 아니라, 대회 기간 동안 단 1분도 피치를 밟지 못한 채 묵묵히 훈련에 임해온 선수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모두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끝없는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