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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6개월 실형' 판결, 어떤 문제가 있나'국민청원 30만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 오해와 문제

9월 6일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제 남편의 억울함 좀 풀어주세요.. 도와주세요..'란 글이 올라왔다. 성추행 가해자로 의심받는 남성의 아내가 올린 글이었다. 남편이 억울하게 성추행 가해자로 몰렸고 1심 재판에서 6개월 실형과 함께 법정구속됐다는 내용이었다. 동일인이 같은 날 청와대 청원 게시판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렸고, 9월 19일 현재 청원인 3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이 사건을 기사로 다뤘다. KBS는 '"보배드림 성추행 누명사건" 판사 입장 들어보니'란 기사에서 해당 판결이 나온 부산동부지법의 입장을 전달했고 한국일보는 '단순 성추행에 실형...가혹한 판결일까'란 제목으로 형량의 적절성 여부를 따졌다. 서울신문은 남편측 목격자를 인터뷰한 기사에서 '대법원 양형기준을 초과한 판사의 직권남용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선일보는 '"내 남편 성추행범 아니다" 청원이 끌어낸 남녀 댓글전' 기사에서 사건의 진상과 관계없이 성대결 양상의 댓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머니투데이는 보배드림이 실시간 이슈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찾는 대화의 장으로 변했다는 기사를 썼다. 헤럴드 경제는 네티즌의 분노가 폭발해 판사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기사를 썼다.

하지만 이 사건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은 기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뉴스톱은 이 판결을 둘러싼 오해와 문제점에 대해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2017년 11월 26일 오전 1시쯤 대전 유성구에 있는 곰탕 식당에서 피고인 38성 남성 A와 피해자 32살 여성 B는 각각 자신의 일행들과 모임을 하고 있었다. 추가 진술에 따르면 남성 A는 시민단체 합동월례회에 참석했으며 해당 모임의 준비위원장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후 양측의 일행들간에 충돌이 있었으며 경찰이 출동을 했다. 1차적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사건은 남성 A의 주소지인 부산으로 이관됐고 6개월간의 법정 공방 끝에 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당초 검찰은 벌금 300만원과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구형했는데 검찰 구형보다 웃도는 형량이 나왔다. 아래는 피고인측에서 공개한 판결문이다.

'성추행 6개월 실형' 판결문.
'성추행 6개월 실형' 판결문.

'성추행 6개월 실형' 판결문.

1. 형량이 과하다?

사람들이 놀라고 분노한 이유 중 하나는 단순 성추행(의혹)에 6개월 실형이 나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성추행은 형량이 매우 센 범죄 중 하나다. 아내가 공개한 판결문을 보면 판사는 형법 제298조(강제추행)를 적용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형사재판 양형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추행(형법 제 298조)은 기본 형량이 6개월에서 2년이다. 법리적으로 6개월 실형은 과한 것은 아니며 양형 기준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판사가 유죄로 판단한 정황에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형량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2. 집행유예 사안이다?

단순 성추행에 실형을 선고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상습적이지 않은 성추행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부산지법의 해당 판사가 6개월동안 선고한 강제추행 판결 20건 중 12건은 벌금형, 5건은 집행유예였다. 기사에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20건 중 3건에만 실형을 선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일보가 인용한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6년 성범죄 사건에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22.6%였다. 다만 여기에는 강간 및 추행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성추행이 실형을 받은 비율은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성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례적'라는 표현을 쓸 정도는 아니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들은 대부분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했거나, 합의를 못했더라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며 "피고인이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추행의 방법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6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양형위원회 성범죄 양형기준 중 집행유예 요인.

성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위의 표에 열거한 참작사유 중 주요긍정사유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주요긍정사유가 주요부정사유보다 2개 이상 많을 때 집행유예가 권고된다. 반면 주요부정사유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주요부정사유가 주요긍정사유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실형이 권고된다. 이 사건에서는 '추행의 정도가 약한 경우'와 '동종 전과 없고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가 없음', '우발적 범행' 등이 집행유예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진지한 반성 없음'은 부정적 사유이고, 판결문에 쓰여 있듯이 피해자가 처벌을 강하게 원한다는 점이 고려되어 실형이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

양형기준표는 공정한 양형을 위해 대략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판사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추행의 정도가 약한지 강한지는 판사가 정황증거를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 어떤 판결이 나오든 논란의 소지는 있는 것이다.

성범죄 양형기준 중 집행유예 참작사유 평가원칙.

3. 피해 여성이 꽃뱀이다?

일부에서는 피해 여성을 '꽃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해 남성 아내가 올린 글에는 피해자측이 1000만원을 합의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피해자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있지도 않은 성추행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주장이다.

'꽃뱀 사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주어진 정황증거를 고려했을 때 이런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 목격자가 다수 있을 수 있고 CCTV가 설치된 식당에서 '성추행 함정'을 파는 것이 가능할까? 언제 누가 와서 부딪힐지 알수가 없는데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부딪히는 것을 기다렸다가 성추행 누명을 씌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개된 CCTV를 보면 여성의 얼굴은 벽쪽을 향해 있으며 뒤에 누가 접근하는지, 설령 오더라도 그게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다. 뒤로 여성이 지나갈 수도 있고 아이가 지나갈 수도 있다. 남성이 지나가자마자 즉각적으로 항의하는 여성의 모습을 볼 때 실제 접촉은 있었으며 가해자측에서도 청원 글에서 단순접촉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접촉의 의도와 강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지언정 접촉 자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청원 글을 올린 아내는 피해 여성측이 합의금 1000만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여성의 지인은 지난 8일 보배드림과 다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인은 "피해자는 절대 합의금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아내분이 제대로 된 확인도 거치지 않고 기정사실인양 글을 올린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한쪽의 주장이라서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합의금은 의뢰인을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 변호사들이 논의한 것이다.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 측이 피해회복을 위해 적절한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핵심 쟁점은 접촉이 실수냐 고의냐를 밝히는 것이다. 피해여성을 꽃뱀 취급하면 남녀간 소모적인 감정싸움이 될 뿐이다.

4. 판사의 직권남용이다?

가해남성의 지인이자 당시 모임의 주최자인 유지곤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 양형기준 등을 초과한 판사의 직권 남용에 대해 항의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변호사도 직권남용을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봤듯이 직권남용으로 몰아가기엔 무리한 부분이 많다. 징역 6개월은 양형기준표에 따른 형량이었으며 집행유예 역시 반드시 적용해야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공무원의 직권남용은 그 입증이 매우 어렵다. 형법 123조(직권남용)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①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②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된다. 5년 이하의 징역, 10년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이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지난 4월 대검찰청이 배포한 '직권남용 해설서'는 직권남용을 함부로 적용하지 말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판사가 누군가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이 인과관계로 입증이 되어야 직권남용을 적용할 수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판사의 잘못을 강조하기 위해 수사학적으로 '직권남용'이라는 단어를 쓴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5. 진술만으로 처벌하는 것이 문제다?

성추행ㆍ성폭행 사건이나 뇌물 사건은 다른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당사자 진술의 일관성과 진실성이 결정적 증거가 된다. 피해자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고 그 진술 정황이 구체적이고 일관될 때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 수원지법 평택지원 판사는 학교 여성 직원 A씨를 수년간 성추행한 혐의로 조기흥 전 평택대 총장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탐사보도 언론 뉴스타파가 보도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 역시 증거는 오직 피해자의 진술 뿐이었다. 직원 A씨는 조 전 총장으로부터 20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총장은 성폭력을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폭력을 계속 당하는 고통보다 일자리, 가정, 사회적 관계나 지위 등 더 많은 것을 한번에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20여 년에 걸친 성폭력을 참아왔으나, 나이가 들어가면 피고인의 성폭력이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가 어긋나자 가정이 파탄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피해사실을 고소했다”며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추행 사실에 대해 구체적인 경위와 경과, 행위 등 본질적인 면을 대체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경위와 내용은 다르지만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을 바탕으로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조 전 총장은 항소의 뜻을 밝힌 상태다.

반면 진술은 인정했지만 다른 증거가 없어 무혐의가 난 경우도 있다. 전주지검은 지난 9월 11일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입건된 유명시인 A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기소를 하지 않았다. 버스에서 여고생이 몸에 기대서 잠을 자자 깨우기 위해 시인 A는 손가락으로 여고생의 허벅지를 찔러 성추행 혐의를 받았다. 이 경우 시인이 손가락으로 여고생 허벅지를 만진 것은 인정이 됐지만 검찰은 다른 증거가 없어 성추행 혐의 없음으로 판단했다. 이처럼 진술은 성추행을 인정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때도 있지만 증거로 채택 안될 때도 있다.

뇌물 사건도 마찬가지다. 물증이 없고 뇌물 공여자의 진술만 있는 경우, 법원은 진술의 일관성과 진술 내용의 합리성, 진술자의 인간됨, 진술로 얻게되는 이익 등을 고려한다. 2009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에게 뇌물을 줬다는 진술을 했고 법원은 물증이 없었음에도 유죄를 선고 했다. 법원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일관성 있고 구체적이이서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판결문에서 판사는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내용, 피고인이 보인 언동, 범행 후의 과정 등에 대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자연스럽다. 또한 피해자가 손이 스친 것과 움켜잡힌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많은 남성들 앞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엉덩이를 만진 것을 바로 항의하였는데, 피해자의 반응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단순히 손이 피해자의 엉덩이를 스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판사는 피해자 증언의 일관성과 사건 정황상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에 주목을 했다.

6. 판결문이 부실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판결문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실형을 받은 피고인이 납득을 못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판사는 판결문에 왜 실형을 받을 사안인지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판결문만 보면 왜 실형을 받을 사안인지 알 수가 없다. 위에 기술한 성범죄 양형기준표를 보면 긍정적, 부정적 참작사유를 고려할 때 관점에 따라 집행유예를 내릴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상황이 그렇다면 왜 실형을 내릴 수밖에 없는지를 밝히기 위해 양형인자와 참작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판사는 판결문에 쓰여 있는 '피해자의 진술'과 '피고인이 보인 언동'이 무엇인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판사가 관성적으로 사건을 판단하고 판결문을 쓴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실형 6개월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의 형량인데 판결문을 보면 그 사유가 잘 납득이 안된다. 국민들이 분노하는데는 판사의 불친절과 불성실함에도 있다.

현재 이 사건은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이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라는 온라인 카페가 개설이 됐는데 이 카페에는 유사한 피해사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무죄추정원칙과 증거재판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10월 27일 오프라인 집회를 열 것이라고 공지한 상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성범죄 피해자(혹은 뇌물공여자)의 진술만으로 처벌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다. 이런 판결 관행이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법원이 이를 검토해 관행이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증언만 있는 성범죄 및 뇌물범죄를 입증하는 것은 힘들어질 것이다. 적당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김준일 팩트체커  open@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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