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매각' 우려에 일단 시간벌기 나선 일본...험난한 8월의 한일관계

[뉴스의 행간] 강제징용 일본기업 자산현금화에 맞대응한다는 일본

  • 기사입력 2020.08.05 11:18
  • 최종수정 2020.09.08 12:54
  • 기자명 김준일 기자

4일부터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패소한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가 가능해졌습니다. 법원에 따르면 일본제철이 포스코와 함께 세운 한일 합작회사 PNR 주식 81075주에 대한 채권 압류명령 효력이 4일 발생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이 지난 6월 일본제철에 보낸 채권압류명령 결정 공시를 일본 외무성이 수령해 일본제철에 전달하지 않았는데, 이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인 공시송달이 이뤄진 것입니다.

바로 현금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압류명령과 별도로 주식매각명령이 내려지는데, 매각명령 전에 자산감정과 기업 신문이 진행됩니다. 압류된 PNR 주식을 시장에 팔았을 때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는 절차입니다. 이 역시 일본제철이 불응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 핵심인사들은 한국 법원이 일본기업의 자산 매각시 맞대응 하겠으며 모든 카드를 총동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관세인상, 송금중단, 비자발급 요건강화, 금융제재, 주한 일본대사 소환,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본기업 자산현금화에 맞대응한다는 일본,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시간 벌기 나선 일본

자산현금화에 대한 일본측의 반응은 원론적 강경함입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향후 구체적인 정부 대응을 밝히는 것은 보류하겠다"면서도 "관련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 활동 보호 관점에서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겸 재무상 역시 한국 사법부의 결정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흐름상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보복조치를 취할 것을 암시했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인 일본제철이 즉시 항고를 예정하고 있다고 NHK 등 현지언론이 어제 보도했습니다. 법원의 공시송달 효력은 40시부터 발효됐으며 11일까지 항고하지 않으면 압류명령이 확정됩니다. 항고는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한국의 사법절차를 인정했다는 겁니다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확정 판결 이후 처음으로 일본측이 한국의 법체계 안에서 다툼을 벌이게 됩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와 일본제철은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의 사법제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정에서 당자사간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두 번째는 일본측이 시간벌기에 나섰다는 겁니다. 한국 법원의 자산 조속 매각-일본측의 즉각적 보복으로 인한 당장의 한일 관계 악화는 피했지만, 일본이 시간을 끌면서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령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사망할 때까지 버티겠다는 겁니다. 즉시항고 이유서는 즉시항고 제기후 1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일본측 속내는 앞으로 2주 뒤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아른거리는 '지소미아' 협곡

한국 외교부는 일본 자산 매각 관련해 사법부의 판단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며, 일본 조치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를 언제든지 종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소미아는 종료 3개월 전인 이달 23일까지 일본측에 통보해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미 조건부로 종료를 유예했기 때문에 올해는 만료시한과 상관없이 종료 통보 효력이 유지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종료를 90일전에 통보하지 않으면 협정이 자동연장되는 것이라고 일본측이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23일에 어떤 결정을 할 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다시 언급한 것은 일본의 강경대응에 원칙적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지난해도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가 11월말 종료시점에 근접해 미국의 중재, 사실상의 거센 압력에 못 이겨 지소미아의 조건부 유예, 사실상 연장을 결정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조건부 연장 9개월동안 여러차례 종료의 명분과 기회가 있었지만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한일 문제를 넘어 한미관계, 동아시아 지역안보와 관련된 문제로 지소미아가 비화한 상태입니다. 미국은 한일 관계에 개입하길 원치 않으며 경제문제와 군사협력은 분리해야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이 다시 지소미아 협곡으로 들어가 미국의 강한 압력을 버텨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변수가 있다면, 올해 11월쯤에는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3. 한일관계 변수 된 아베의 토혈

최근 일본의 한 주간지는 아베 총리가 피를 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어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피를 토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안했습니다. 토혈 자체는 인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2007년 지병인 궤양성 대장연이 악화되어 총리 취임 1년만에 물러난 적이 있으며 2012년 다시 총리가 된 뒤에도 건강문제가 제기됐는데 신약덕분에 완치됐다고 주장한바 있습니다.

현재 아베는 두달 넘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618이 국회 폐회 이후 잡힌 공식 기자회견도 회피했습니다. 일본에선 최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서는 등 재확산 조짐이 보이고 있고, 야당은 아베의 조기 사퇴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아베내각 지지율도 30% 중반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격무와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상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베는 그동안 혐한으로 정치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봐 왔습니다. 원칙주의자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때리기의 아베 총리가 충돌하면서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흘러왔습니다. 그 한 축인 아베가 만약 사퇴를 하게 된다면 한일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베의 토혈 기사에 눈길이 가는 이유입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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