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생활치료센터 확진자가 탈출해 경제 위축시킨다?

  • 기사입력 2020.08.28 15:02
  • 최종수정 2023.03.07 11:49
  • 기자명 선정수 기자

생활치료센터(생활치료시설) 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강원도 원주시의 애가 타고 있다. 공포와 이기심에 휩싸인 주민들이 생활치료센터 개소를 한사코 반대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 확보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병상 30개가 추가로 확보돼 급한 불은 껐지만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해당 지역의 의료체계가 붕괴될 위기이다.

원주시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추가확진자 발생에 대비하려면 생활치료센터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 주민들을 계속 설득하며 대승적 차원의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원주시는 이전까지 20명 대에 그쳤던 코로나19 확진자 광복절을 기점으로 급증해 28일 현재 103명에 이르렀다. 갑자기 늘어난 확진자로 인해 병상이 부족해졌고 20명이 자택에서 입원을 기다리는 상황을 맞았다. 

강원도와 원주시는 경증환자를 생활치료시설로 보내고 병원에선 중증환자를 치료하기로 하고 27일 원주시 황둔리 소재 치악산황둔청소년수련관에 생활치료센터를 열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농기계를 동원해 보건소 차량의 진입을 막는 등 거세게 반발해 개소가 무산됐다.

KBS 등의 보도를 보면 황둔리 지역주민들은 지역 경제 위축과 감염 전파 우려를 내세우며 생활치료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았다.

 

①생활치료센터가 지역경제 위축시킨다? → 절반의 사실

KBS 뉴스 화면 캡처
KBS 뉴스 화면 캡처

 

보도에서 주민들은 "관광 위주로 먹고 사는 곳이에요. 다 취소되고 있어요. 예약이. 그래서 지금 캠핑장이나 민박이나 식당이나 모든 게..."라며 관광경기 위축을 호소한다. 비단 이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관광지가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28일 현재 정부는 강화된 2단계,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키로 했다. 이 상황에서 관광경기가 좋을리 만무하다. 생활치료센터와 관광경기를 직접 연결짓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 생활치료센터가 들어서면서 해당 시설이 이후에 기피시설이 된 것은 사실이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초기에 신천지발 대구지역 확진자 수용을 위해 시설을 제공했던 김제시 모 기업 연수원측은 그 이후 시설이용에 대한 문의가 거의 중단되는 등 시설활용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방역 당국은 생활치료시설 설치에 협조하는 지차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복지부가 실시하는 각종 지역사업 평가와 주요 공모사업에 지자체의 협력실적을 연계해 가점을 부여하는 방침이다. 또한 각 부처에서 우수 지자체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가능한 분야를 발굴해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계속 협의할 방침이다. 

생활치료센터 설치를 거부하는 지역주민의 모습은 전국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관련 뉴스 댓글에는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는 놀러 안 간다", "지역이기주의", "저 X들은 치료해주지마라" 등의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②확진환자 탈출 가능성이 있다? → 대체로 사실

다른 주민은 "환자들이 여기서 탈출하면 여기 캠핑장이고 펜션이고. 또 주민들도 여기에 대한 부담감도 많고..."라고 말한다.

실제로 코로나19 관련 격리·치료 시설에서 탈출 사례는 종종 있었다. 사랑제일교회 교인 중 1명은 확진을 받은 뒤 병원에 입원조치 됐다가 탈출했고, 김포의 임시생활시설에선 베트남인 3명이 탈출했다가 뒤늦게 검거되기도 했다. 올해 3월엔 확진판정을 받은 20대 신천지 교인이 생활치료센터를 탈출해 인근 주민과 커피를 마신 사실이 적발되도 했다. 관련 시설에서 탈출한 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 건도 없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해 원주시는 "생활치료센터는 영구 시설이 아닙니다. 확진자 급증 시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병상 부족 문제가 해결되면 운영을 바로 중단할 것입니다. 환자 이송 시에도 음압차량을 이용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고, 원주시 확진자만 배정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생활치료센터에는 의료진, 지자체 공무원이 상주하고 경찰도 외곽 경비에 투입된다. 일부 탈출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확대해석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28일 오후 원주에선 생활치료센터 놓고 여전히 갈등중

원주시는 28일 오전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다행히 원주의료원 응급실에 오늘 병상 30개가 추가로 확보되어, 아직까지 자가격리 상태로 대기중이던 확진자 18명은 오늘 중으로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원주시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지역 주민들이 워낙 심하게 반대하고 있어 협상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관내외 공공·민간시설을 상대로 생활치료센터 설치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주시는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되었지만 추가 확진자 발생에 대비하려면 생활치료센터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역 주민들을 계속 설득하며 대승적 차원의 양해를 구하는 한편, 다른 지역에 적합한 시설이 있는지도 검토하여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운영 준비를 완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은 특정 집단, 지역, 직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당장 내일 내가 걸릴 수 있고 내 가족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해당 지역이 우려, 공포,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생활치료시설 설치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독자들도 이 지역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필자는 이 지역에 생활치료시설이 들어서면 코로나 종식 이후 여름휴가를 이 지역에서 보내겠다.


30일 황둔리 주민들이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치악산황둔청소년수련관 진입로 봉쇄를 풀었다. 이로써 강원도, 원주시는 해당시설을 코로나19 생활치료시설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당장은 원주시내 병상에 여유가 있어 생활치료시설을 가동하지는 않는다. 다만 차후 확진자 증가로 병상 가동률이 높아지면 무증상자와 경증환자를 생활치료시설로 옮길 계획이다.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황둔리와 송계4개리 주민은 황둔청소년수련원 내 생활치료센터 지정 반대 입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우리가 반대한 이유는 사전에 강원도와 원주시로부터 관련 설명도 듣지 못하는 등 지역 주민과 상의 없이 결정한 데 따른 서운함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치료센터에 들어올 입소자가 형제이고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코로나19 극복과 시민 모두의 건강과 빠른 쾌유가 우선이라는 점에 뜻을 모아 대승적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2020-08-31] 상황 변화에 따른 내용 추가>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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