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CD는 정말 음악애호가를 위해 만들어지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4.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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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판매가 대세...음반당 평균 7.8개 굿즈
굿즈만 취하고 CD는 버리는 일 다반사...분리해야!

혹시 댁에 워크맨이나 마이마이 같은 카세트 플레이어 있으신가요? 그럼 CD 플레이어는 있으신가요? 마지막으로 카세트를 이용해 음악을 들은 게 언제인가요? 그럼 CD는요? 기술 발달에 따라 음악을 담는 매체도 변해왔습니다. LP와 카세트 시대를 지나 MP3 플레이어와 CD플레이어가 한 세대를 풍미했고, 지금은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즐기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음반 시장은 아직도 CD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CD는 어떻게 팔리고 어떻게 이용되는 걸까요? 한국에서 CD는 음악을 듣기위해 팔리고 있을까요. 팩트체크 주제는 ‘CD는 음악을 들으라고 만드는 것’이라는 대중의 인식의 사실 여부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음반 산업 현황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콘텐츠 산업의 총 매출액은 128조 2870억원입니다.이 가운데 음악산업의 매출액은 6조647억원입니다. 여기엔 음악제작업, 음악 및 오디오물 출판업, 음반복제 및 배급업, 음반도소매업, 온라인 음악 유통업, 음악 공연업, 노래연습장 운영업 등 총 7개 산업이 포함됩니다.

2022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2021년 K-POP 음반 판매량은 5700만장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음악 이용 수단 또는 서비스에 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11.7%만 실물 음반을 이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온라인동영상 사이트(81.6%), 음원스트리밍(67.0%), 텔레비전 음악프로그램(38.0%)에 비하면 굉장히 낮은 비율입니다.

음악을 들을 때 이용하는 기기에 관한 문항도 있습니다. 86%는 스마트폰을 꼽았고, 43.1%는 노트북을, 40.1%는 TV를 꼽았습니다. CD/DVD/블루레이/콘솔플레이어는 7.7%에 그쳤습니다.

출처: 2022 음악산업백서
출처: 2022 음악산업백서

◈판매 실태

실물 음반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음반으로 소장하고 싶어서’가 54.0%로 가장 높고, 이어서 ‘아티스트 자체를 좋아해서/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이라’가 48.9%, ‘음반으로 듣는 것이 음질, 성능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가 26.9%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실물 음반으로 음악을 듣기 보다는 음반을 소장하고 싶어서, 팬심으로 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클차트에 따르면 2022년 연간 실물 음반 판매량은 8000만장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소장하고 싶고,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심으로 사는 것을 뭐라할 사람은 없습니다. 음악산업 백서는 세계적으로 실물 음반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현상을 짚으며 “1980년대 이전에 데뷔한 아티스트들의 대표 MD(Merchandise)가 티셔츠였다면 2020년대 이후 아티스트들에 있어서는 바이닐(LP레코드)이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글로벌 바이닐 판매 증가 경향은 레트로 열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음악 소비자들의 스트리밍을 통해 청취한 음악 경험을 물질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의 결과인 셈”이라고 분석합니다.

출처: 팬덤 마케팅 소비자 문제 실태조사, 한국소비자원
출처: 팬덤 마케팅 소비자 문제 실태조사, 한국소비자원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음반 업계의 ‘굿즈 마케팅’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출시되는 K-POP 음반의 경우, 단순히 CD만 들어있는 음반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안에는 포토카드, 포스터, 포스트카드, 스티커 등의 굿즈를 포함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팬덤 마케팅 소비자문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2년 내 발매된 주요 K-POP 음반(50종)을 조사한 결과 한 음반당 평균적으로 7.8개의 굿즈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중 랜덤 굿즈는 평균 2.9개로, 구성품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종류의 포토카드가 있는 음반의 경우 총 78종의 포토카드를 제공하는데, 1개 음반에 랜덤으로 6종이 들어있어 모든 종류의 포토카드를 수집하려면 최소 13장의 음반을 구매해야 합니다.

​출처: 팬덤 마케팅 소비자 문제 실태조사, 한국소비자원
​출처: 팬덤 마케팅 소비자 문제 실태조사, 한국소비자원

◈굿즈 마케팅 실태

굿즈를 소유하고 싶은 팬심을 자극하는 ‘굿즈 마케팅’, 또는 ‘랜덤 마케팅’은 반복 구매를 유도합니다. 가뜩이나 실물로는 듣지 않는 음반이 쌓이게 되는 것이죠. 소비자원 조사에선 K-POP 팬덤 활동 소비자들 중 52.7%는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에 대해 “현재 팬덤 시장에서 굿즈는 부가상품이 아니라 상품을 구매하는 주요 목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조사대상 음반의 온라인 구매 상세페이지에는 동봉된 굿즈의 종류·수량 관련 정보만 제공할 뿐 상품 이미지 등 상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품정보 등 거래 조건에 관한 정보와 품목별 재화의 정보·특성을 제공하도록 규정’하는 전자상거래 법의 ‘상품정보제공 여부’와 ‘필수 정보 제공’ 규정 취지에도 어긋납니다.

같은 조사에선 최근 2년간 활동을 한 팬들 중 7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과도한 양의 음반 구매 행위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했습니다. 현재도 포토카드 등의 굿즈만 얻은 채 버려지는 수많은 앨범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굿즈만 쏙 빼고 나머지 음반을 복지 시설 등에 기부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굿즈와 음반을 분리해야

랜덤 굿즈를 얻기 위해 팬들은 음반을 대량으로 구매합니다. 띠부실을 얻고 싶은 아이들이 포켓몬빵을 내버리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실물 음반은 CD, 케이스 등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구성되며 표면이 코팅되어 있는 등 재활용이 어려워 많은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키트 앨범, 플랫폼 앨범 등 CD를 포함하지 않은 디지털 형태의 음반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과잉소비를 유도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상품의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지 않고, 굿즈를 무작위로 제공해 같은 상품을 과도하게 많이 구매하게 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음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K-POP 소비자들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전자상거래 법 위반 행위 등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며, 그로 인한 환경오염과 폐기물에 대한 적절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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