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국내 실업급여 절반을 조선족이 가져갔다?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6.14 15: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 실업급여 지급자 가운데 절반이 조선족?
실업 상태에서도 장기간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
보험료 내고 실업급여 받는 비율...내국인이 외국인 2배
구직 중인 이주노동자 지급률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실업급여’를 외국인, 그중에서도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 많이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실업급여 수령액이 2020년 기준 1000억을 처음 돌파했고 국적별로 볼 때 ‘조선족(한국계 중국인) 비율이 1위를 차지했다. 

이 보도 이후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세금 낭비’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일부 유튜브 영상에는 “한국 내 전체 실업급여 가운데 50% 이상을 조선족이 받아간다”는 썸네일이 달렸다. 관련 기사 댓글 창SNS 게시물에는 외국인 노동자와 조선족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 담겼다. 

조선족 등 외국인이 전체 실업급여 50% 정도로 많이 가져가는 게 사실일까? 뉴스톱은 논란이 된 통계의 원자료를 살펴보고 팩트체크했다.

유튜브 영상 및 류여해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유튜브 영상 및 류여해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외국인 실업급여 지급총액 한국인의 0.7%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체 실업급여의 절반을 '조선족'이 가져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내국인(한국인) 실업급여 지급자 수는 161만9000명이고 외국인 지급자 수는 1만2107명이다. 인원으로 볼 때 외국인 지급자 수는 한국인 지급자 수 규모의 0.7% 정도다. 

그러면 외국인의 실업급여 금액은 더 많을까. 지난해 내국인 실업급여 총 지급액은 약 10조원인데, 외국인의 경우 762억원이다. 역시 외국인 지급액은 내국인 지급액의 약 0.7% 정도로 지급자수와 비슷한 비율이다. 

그렇다고 외국인이 실업급여 보험료를 평소에 안 내는 것도 아니다. 실업급여 보험료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2022년 7월 이후 실업급여 보험료율은 1.8%이고 사업주와 노동자 각각 보험료의 반씩(0.9%) 낸다.

2022년 기준 한국인, 외국인 구직급여 수급 현황. 출처=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 제공 자료 재가공
2022년 기준 한국인, 외국인 구직급여 수급 현황. 출처=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 제공 자료 재가공

◈ 실업급여 수령 한국인은 납부자 중 9%, 외국인은 4%

그러면 외국인에게 과도하게 실업급여가 지급되어 세금이 낭비된다는 류여해 전 위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2022년 기준 고용보험료를 납부한 외국인 수는 28만3284명인데 실업급여를 받은 수는 1만2107명으로 전체 부과 대상자의 약 4%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내국인은 1664만1000명이 보험료 부과 대상이었고 161만9000명이 실업급여를 받았다.  부과대상 중 9%가 실업급여를 받았다.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되는 비율이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풀어서 얘기하면 외국인은 실업급여를 내고 있지만 여러 이유로 내국인만큼 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더 많이 실업급여를 받기 때문에 세금 낭비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게다가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노동3권을 비롯한 기본권은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 국내 거주 조선족이 많아서 실업급여도 많이 수령

조선족이 가장 실업급여를 많이 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외국인 실업급여 수급자 1만2107명 가운데 조선족은 6938명(57%)이고, 중국인은 1506명(12%), 베트남 출신은 623명(5%)이다. 전체 실업급여를 받는 외국인이 10명이면  6명 가량이 조선족이기에 이는 사실이다. 다만 '전체 실업급여의 절반을 조선족이 가져간다'는 틀린 주장은 외국인 수급자 중 절반이 조선족이라는 내용을 오독해서 나온 것이다. 

2022년 기준 국적별 구직급여 수급 외국인 수. 단위는 '명'. 출처=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 제공 자료 재가공
2022년 기준 국적별 구직급여 수급 외국인 수. 단위는 '명'. 출처=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 제공 자료 재가공

조선족이 실업급여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것은 체류 외국인 가운데 조선족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체류한 전체 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조선족 포함) 37.8%(84만9804명), 베트남 10.5%(23만5007명), 태국 9%(20만1681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기태 연구위원은 12일 통화에서 "고용허가제(E-9) 비자로 들어온 다른 국적 사람보다 동포비자로 들어온 한국계 중국인이 훨씬 많기 때문에 (조선족이 실업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도별 주요 국적별 외국인 현황. 출처=법무부
연도별 주요 국적별 외국인 현황. 출처=법무부

고용보험료를 납부한 외국인 수도 조선족이 1위다. 2022년 기준 보험료를 납부한 외국인은 28만3천여명인데 이중 조선족은 9만5105명(33%)을 기록했다. 2위인 베트남은 2만7489명(9.7%), 3위 중국인은 2만1866명(7.7%)를 기록했다. 다만 전체 외국인 중 조선족의 고용보험 납부 비율은 33%, 수령 비율은 57%이니 조선족이 납부에 비해서 수령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다 .

2022년 기준 국적별 고용보험료 부과 외국인 수 현황. 단위는 '명'. 출처=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 제공 자료 재가공
2022년 기준 국적별 고용보험료 부과 외국인 수 현황. 단위는 '명'. 출처=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 제공 자료 재가공

이렇게 국적별로 실업급여 수급에 차이가 나는 이유가 있다. 국적별로 비자 유형이 다르고 고용보험 가입률도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고용보험 제도상 외국인의 경우 원칙적으로 고용보험을 적용하지 않는다. 가입을 원하는 외국인만 가입할 수 있게 했다.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당연 적용대상은 거주자(F2), 영주권자(F5), 결혼이민자(F6)다. 

2021년부터 상시 30명 이상의 근로자를 두는 사업장의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은 외국인근로자는 반드시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그런데 고용보험 가운데 고용안정, 직업능력개발 사업에 대해서만 의무가입 대상이 됐다. 구직급여(실업급여)에 대해서는 여전히 원하는 사람만 가입한다. 

제조업 등에서 일하는 네팔, 인도네시아 등 출신의 이주노동자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많이 입국한다. E9 비자 소유자는 실직 상태로 3개월이 지나면 추방 대상이 된다. 실업상태로 오래 지내기 어렵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게 된다.

반면 조선족은 동포 비자인 F4를 받을 수 있어 실업 상태 유무에 상관없이 오래 체류할 수 있으니 실업급여를 많이 받는다. 실제 실업급여를 받는 외국인을 체류 자격별로 보면 재외동포(F4)와 영주권자(F5)에 속하는 수급자가 많다. 

외국인 비자 유형별 구직급여(실업급여) 수급 현황. 출처=김영진 의원실 제공 자료 재가공
외국인 비자 유형별 구직급여(실업급여) 수급 현황. 출처=김영진 의원실 제공 자료 재가공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획과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외국인의 경우 원하는 대상자만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진 외국인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E9 비자를 받은 노동자는 사업장을 옮기려면 허가를 받아야 이동이 가능하다"며 이들의 경우 실직 상태로 급여를 받을 공백 기간이 생길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실업급여 수급액은 증가 추세

2021년까지 외국인 실업급여 지급액은 증가했다. 지급액 기준으로 2020년 처음으로 외국인 구직급여 수급액이 1000억원을 넘었다. 지급자 수도 2021년까지 계속 늘었다. 다만 지난해 지급자수가 줄어들었고 지급액도 다시 782억원대로 감소했다. 실업급여 수급액이 늘어나는 흐름은 증감 추세는 내외국인이 비슷하다. 내국인 역시 2021년까지 지급자수와 지급액이 늘었다가 지난해 소폭 줄었다. 

그러면 외국인은 한국인보다 개인당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을까? 1인당 평균 실업급여 지급액도 내외국인 차이가 거의 없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인당 평균 지급액은 매년 10만~60만원 정도 차이가 있는데 내국인이 더 많이 받는다. 2022년 기준 1인당 평균 지급액은 내국인 약 669만원, 외국인 629만원으로 40만원 내국인이 더 받았다. 

연도별 한국인, 외국인 구직급여 수급 현황. 출처=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 제공 자료 재가공
연도별 한국인, 외국인 구직급여 수급 현황. 출처=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 제공 자료 재가공

◈여전히 문턱 높은 외국인 실업급여 

여전히 외국인이 실업급여를 받긴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0년 외국인 근로자 실태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주노동자 고용보험 실태를 연구했다. 설문에 응한 1427명의 이주노동자 가운데 329명이 구직 중인 상황이었다.

이들 가운데 고용보험에 가입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185명이었다. 고용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낸 구직자 가운데 구직급여를 받은 수는 25명(13.5%)이다. 나머지 80%가 넘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없어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 결론에는 "2021년부터 고용보험 가운데 고용안정, 직업능력개발 부분의 가입을 이주노동자에게 의무로 한 것을 넘어서, 이제는 실업급여 가입 역시 중장기적으로 이주노동자에게 의무로 하여 구직급여 지급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고용보험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1년 보고서에 담긴 고용보험 가입 외국인 구직자 가운데 실업급여 수급 비율 관련 그래프. 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1년 보고서에 담긴 고용보험 가입 외국인 구직자 가운데 실업급여 수급 비율 관련 그래프. 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노재철 교수도 2019년 논문 '외국인력에 대한 고용보험적용과 고용부담금제 도입에 관한 연구'를 통해 "외국인근로자에게도 고용보험법을 동등하게 적용하는 것이 내외국인 평등원칙에 맞다"며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적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리하면 지난해 외국인에게 지급한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조선족이다. 당연히 이 수치는 '외국인 수급자 중' 조선족 비중이다. 한국인이 받은 실업급여 총액 대비 외국인이 받은 실업급여 액수는 0.7% 수준이다. 

따라서 "전체 실업급여 가운데 절반을 조선족이 가져간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한다. 류여해의 세금낭비라는 주장은 정치적 레토릭이므로 판단을 하지 않겠다. 다만 국가가 외국인에게 고용보험료를 안받았으면 몰라도 받아갔으면 실업급여도 지급하는게 당연하다. 

역지사지를 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인이 미국에서 일하다 잘렸는데 평소 고용보험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만 실업급여를 받고 한국인은 못받으면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2023.06.21. 14:00 내용 추가

뉴스톱은 기사에서 류여해 전 최고위원, 일부 언론보도와 기사에 달린 혐오성 댓글, 유튜브 영상 등을 대상으로 검증했습니다. 기사 검증 대상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 유튜버 ‘뉴욕 키다리쌤’ 측에서 메일을 통해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반론 요청 내용을 아래 1과 같이 추가하고, 일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문장을 2와 같이 수정했습니다.


1. (반론)

“<뉴욕키다리쌤>이 6월 1일에 편성한 프로그램에서는 썸네일에 제목이 “한국 실업급여 50%이상은 조선족이 받아간다?”로 되어있습니다. 물음표를 붙여서 이 사안에 대한 정확한 사실과 맥락을 시청자에게 전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영상의 하단 오른쪽 본문 제목 설명에는 “외국인 중”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방송내용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상 내용에서 “외국인도 실업급여를 냈으면, 당연히 실업급여 청구 수령이 있어야 한다”는 정확한 언급과, “한국 실업급여, 외국인 중, 50% 이상은 조선족이 받아간다”는 외국인이라는 단어의 언급도 수차례 있습니다.”

“<뉴욕키다리쌤>의 해당 프로그램에의 댓글 중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조선족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 부재합니다.”

2. (수정) 일부 유튜버는 '국내 전체 실업급여 가운데 50% 이상을 조선족이 받아 간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 일부 유튜브 영상에는 “한국 내 전체 실업급여 가운데 50% 이상을 조선족이 받아간다”는 썸네일이 달렸다.


뉴스톱은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의 수정 원칙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