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벼락칠 때 금속 장신구는 빼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6.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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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해변에서 낙뢰 사고로 인해 30대 남성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 사고를 계기로 언론은 낙뢰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장신구 때문에 벼락을 맞았다는 등 일부 보도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언급되고 있어 바로잡는다.

 

◈장신구가 벼락을 부른다 → 사실 아님

바다에서 서핑을 하고 있을 때 천둥소리가 들리면 곧바로 나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하며, 바닷가에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목걸이나 시계 등 금속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MBN, 2023.06.12

키가 큰 나무나 가로등, 전봇대 등 구조물에서도 떨어져야 하고, 빗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 등 물기가 있는 곳도 피해야 합니다. 목걸이나 시계 등 금속 액세서리도 착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SBS, 2023.06.12 

사고 해변에는 관광객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지만 천둥소리가 커지면서 서퍼들도 바다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서핑업체 측은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목걸이나 시계 등 금속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말고 천둥소리가 들리면 바다에서 나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MBC 2023.06.11

그러나 장신구 착용이 벼락을 끌어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전기연구원이 펴낸 낙뢰안전 가이드북을 살펴보자. 가이드북은 “안경, 시계, 목걸이, 팔찌 등 작은 금속류는 착용여부에 상관없이 낙뢰의 위험성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나무배트나 골프채 등 재질이 ‘금속물인가? 절연물인가?’에 상관없이 높은 곳일수록 낙뢰에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고무장화나 비옷 등의 절연물을 입고 있더라도 낙뢰를 피하는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라고 밝힌다.(아래 사진 참조)

바닷가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가 천둥소리가 들리면 신속히 물 밖으로 나와 안전한 실내로 대피하는 게 최선이다. 장신구 착용 여부는 당신의 안전과 크게 상관이 없다.

출처: 낙뢰안전 가이드북, 한국전기연구원
출처: 낙뢰안전 가이드북, 한국전기연구원

◈벼락 맞아 죽는 게 로또 맞는 것 보다 쉽다? ... 사실 아님

벼락 맞을 확률은 ‘28만분의 1’로 알려져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를 인용한다. 그러나 NLSI는 미국의 ‘국립’ 연구기관이 아니다.

여기서 주장하는 ‘벼락맞을 확률(Lightning Strike Probabilities)’의 계산식은 굉장히 단순하다. 미국의 인구를 2억8000만명으로, 연간 1000명이 벼락에 희생된다고 상정하고 확률을 계산한 것이다. 미국 전체인구를 벼락 사고 사망자로 나눈 것이다. 이 수치를 근거로 벼락맞을 확률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814만5060분의 1)보다 높다는 보도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2021년 미국의 인구는 3억3190만명이고 이 기간 미국에서 벼락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11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기상청은 매년 벼락에 맞아 숨진 사람들에 관한 집계를 내놓고 있다. 앞서 NLSI가 계산한 방식을 따르면 미국에서 벼락에 맞아 숨질 확률은 대략 3000만분의 1정도(3.31*10-8)가 된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따져보자. 행정안전부의 2022년 7월 <낙뢰 발생사례 및 행동요령>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낙뢰로 인한 인명피해는 모두 17건이었고, 7명이 숨졌고 19명이 부상했다. 이는 10년 동안의 집계이므로 연간 낙뢰 사고 사망자 1.7명을 인구 5000만명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인구 1억명당 3.4명 1000만명 당 0.34명에 해당한다. 역시 대략적으로 3000만분의 1정도(3.40*10-8)가 나온다.

미국의 NLSI가 제시한 28만분의 1보다는 훨씬 작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 814만분의 1 (1회 시행 기준)보다도 굉장히 낮다.

출처: 낙뢰안전 가이드북, 한국전기연구원
출처: 낙뢰안전 가이드북, 한국전기연구원

◈나무 밑으로 피하면 안전? ... 사실 아님

흔히 벼락은 높은 곳으로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벼락이 칠 때 나무 밑으로 피하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을 수 있다. 나무에 벼락이 떨어져 땅으로 흡수되면 자신은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전기연구원은 “낙뢰는 어디든지 칠 수 있지만 나무나 깃대 등 높은 물체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으며, 홀로 서 있는 나무는 특히 위험하므로 나뭇가지나 줄기로부터 10m 이상 떨어진 거리로 피하라”고 강조한다.

나무에 벼락이 떨어졌을 때 나무에서 인체로 전류가 흐를 수 있기 때문에 나무 옆에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한다. 이렇게 옆으로 떨어지는 번개를 ‘측격뇌’라고 부른다. (윗 사진 참조)

집의 처마 밑이나 버스 정류장 등 일부가 뚫려 있는 건물로 피하면 측격뇌의 위험이 따른다. 전기연구원은 “피뢰설비가 없는 헛간과 나무 또는 돌로 된 오두막이나 버스정류장과 같이 부분 개방된 피난처의 경우, 벽면으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진 중앙에서 웅크린 자세로 피하라”고 권고한다.

 

◈낙뢰 시 행동요령

번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핵심은 ‘회피’이다. 야외활동을 계획 중이라면 먼저 날씨예보를 확인하고 낙뢰가 예상되면 야외활동을 연기하는 게 좋다. 야외활동 중이라면 미리 이동 범위 내에 있는 적절한 피난장소를 확인해 둬야 한다. 번개가 치면 피뢰침이 설치된 건물 안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행정안전부 <낙뢰 발생사례 및 행동요령>에 따르면,  산지의 능선, 암벽, 계곡 주변은 낙뢰 위험지역이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낙뢰 인명피해 가운데 50%가 산지에서 발생했다. 공항, 골프장 등 평지도 낙뢰 위험지역이다. 낙뢰 인명피해 발생장소의 30%를 차지했다.

번개가 치더라도 우산을 쓰지 않고 우비를 입고 다니면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냐는 생각은 금물이다. 우비나 고무장화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인 것은 맞지만 이는 물에 젖지 않았을 때나 통하는 말이다. 비가 쏟아져 젖은 상태에서 벼락을 맞으면 절연체 여부와는 상관없이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번개가 치는 동안에는 실외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당국은 ‘30-30’을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언제 대피해야 하는지, 대피를 얼마 정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지침이다. 번개가 번쩍한 뒤에 30초 이내에 천둥이 치면 근처에 벼락이 떨어질 확률이 높으므로 즉시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라는 내용이다. 마지막 천둥이 친 이후 30분 정도는 안전한 곳에서 머물러야 한다.

큰 나무 밑이나 차폐가 되지 않은 구조물(팔각정 등)은 낙뢰차단효과가 없고 오히려 낙뢰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가까이 가선 안 된다. 펜스, 철제난간 등 전기 전도체 주변은 낙뢰가 유도‧확산되므로 역시 멀리 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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