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빈 일자리' 해법, 외국인으로 채운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7.1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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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이 부족해서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들여 일을 맡긴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의 절반은 외국인력 고용인원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사회 한 켠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들이 수십만명 존재한다.  빈 일자리는 남아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뉴스톱과 함께 빈일자리에 대해 짚어보자.

①실태

대한상공회의소(상의)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원사 502곳을 대상으로 외국인력 활용실태 및 개선사항을 조사해 17일 결과를 발표했다.(아래 그림 참조)

현재 생산 활동에 필요한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 고용인원이 충분한지를 묻는 문항에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7.2%)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부족한 이유로는 가장 많은 41.5%가 내국인 이직으로 인한 빈 일자리 발생을 꼽았다. 이어 고용 허용 인원 법적 한도로 추가 고용 불가(20.2%),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이탈(17.8%), 직무 적합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 어려움(16.4%) 순이었다.

한국무역협회(무협) 조사에서도 인력 부족 현상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무협은 중소 수출기업 484곳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담은 '무역 현장 외국인 근로자 활용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중소 수출기업의 56.8%는 현재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특히 비수도권 소재 기업은 그 비율이 60.1%로 더 높았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 중인 중소 수출기업들이 현장의 인력 수요 충족을 위해 외국인 고용 인원을 지금의 1.6배로 늘리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대한상의
출처: 대한상의

②미스매치 현실

2023년 6월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 5월 고용동향’을 살펴보자.(아래 그림 참조) 실업자는 78만7000명, 실업률 2.7%를 기록했다. 이만큼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정하는 실업자의 정의를 준용하고 있다. 조사시점 이전 1주 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고, 이전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수행한 사람을 실업자로 분류한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이 78만7000명이라고 보면 된다.

2023년 7월12일 정부가 발표한 ‘제 2차 빈일자리 해소방안’ 자료를 살펴보자. 2023년 5월 빈일자리수는 21만4000개다. 빈일자리수란 조사 시점에 비어있는 일자리에 일할 사람을 뽑기 위해 구인활동 중인 인원을 말한다. 2023년 5월, 일할 사람을 기다리는 비어있는 일자리는 21만4천개, 일하고 싶어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은 78만7천명이다.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과 일자리를 찾는 실업자의 벌어진 간극. 이걸 ‘일자리 미스매치’라고 부른다.

출처: 통계청
출처: 통계청

③빈 일자리 어디에 많나?

2022년 3분기 기준 미충원 인원이 많은 직종은 제조업의 설치·정비·생산직(3.0만명), 운수창고업의 운전·운송직(2.7만명), 보건사회복지업의 보건·의료직(0.9만명), 숙박음식업의 음식서비스직(1.2만명) 등이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기업의 미충원인원은 17.3만명, 300인 이상은 1.2만명으로 300인 미만 기업이 전체의 93.7% 차지하고 있다. 직능수준별로는 내국인 미충원인원(17.7만명)을 직능수준별로 살펴보면, 경력 2년 미만(전문대졸 이하)이 14.6만명으로 82.6%를 차지했다.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파악한 미충원 사유로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의 불일치’(28.1%),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 미비’(17.3%),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학력·자격 미비’(16.2%),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13.6%)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출처: 빈일자리 해소방안, 대한민국 정부, 2023.03.08
출처: 빈일자리 해소방안, 대한민국 정부, 2023.03.08

④외국인력? 처우개선?

해법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 일자리가 비어있는 이유는 사람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왜 사람이 오지 않나?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가 많거나, 일이 쉽거나, 복지가 좋거나, 회사의 목표와 노동자의 목표가 일치하거나, 뭐라도 매력이 있어야 일자리가 채워진다.

정부는 비어있는 일자리가 매력이 없는 이유를 인력양성 체계와 외국인 수급 불균형,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 등 잠재인력의 노동시장 진입부족으로 진단했다. 현장에선 생산·설비, 유지·보수 등 고졸 및 전문대 졸업자 급의 실무인력이 시급한데 우리나라 인력 양성 체계는 대졸 이상 고학력자를 배출하는 고등교육 중심이라서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2019년 50만3천명이던 단순외국인력(E-9, H-2) 체류 규모는 코로나 영향 등으로 3년간 12만9천명이 줄었다. 청년들은 하향 취업보다 구직기간 연장을 선택하고 있으며, 고졸 수준의 인력이 부족하지만 고졸 청년의 취업률은 30% 수준으로 낮다.

현실 진단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단기적으로는 외국인력을 더 빨리, 더 많이 도입하고, 중소기업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상의와 무협의 조사 결과처럼 기업은 외국인력 도입 확대를 원하고 있다. 왜일까? 싸고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빈일자리에 국내 인력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할 핵심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 ‘근로조건 개선’이다. 그만큼 현재 비어있는 일자리의 조건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빈 일자리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누군가가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업체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 상승, 즉 원가 상승을 의미한다. 외국인을 고용하면 내국인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인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꿀 필요도 없다.

출처: 2차 빈일자리 해소방안, 대한민국 정부, 2023. 07. 12
출처: 2차 빈일자리 해소방안, 대한민국 정부, 2023. 07. 12

⑤ 빈 일자리...외국인이 능사?

경제단체들은 외국인 이민확대에서 답을 찾고 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농어촌 등의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해결하는데 외국인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인구감소와 도심 인구집중화로 인해 앞으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규모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단순히 내국인 인력을 대체하는 차원을 벗어나 다양한 수준의 외국인력을 도입하고 이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은 “누적적 저출산에 의한 생산 인구 감소와 코로나19 기간 외국인 수급 차질이 무역 현장 인력난 심화의 원인”이라면서 “단기적으론 도입 절차 간소화 등 고용허가제 개선과 유휴인력 활용을 통해 수출기업 구인난을 해소해가는 한편, 장기적으론 외국인 이민 확대와 국내 출산율 제고밖에는 길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태껏 대한민국의 수출 기업은 상당수가 저임금 일자리를 기반으로 한 가격정책 덕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고,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인건비를 단순히 비용으로 치부하는 개발 연대의 마인드로는 신규 인력, 특히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어렵다.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대신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으로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시대도 이제는 끝물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잠시 데려다 쓰고 필요없으면 내보내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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