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바보야 본질은 사이코패스가 아니야

  • 기자명 선정수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8.08 13: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한 뒤 흉기난동을 부려 시민 1명을 살해하고 13명을 다치게 한 최원종에 대해 경찰이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했다. 흉악범죄가 일어나면 피의자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는 으레 진행하는 걸로 굳어졌다. 도대체 이 사이코패스 검사는 왜 할까? 끊이지 않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를 예방할 대책은 과연 있을까? 뉴스톱이 짚어봤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출처: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사이코패스란 무엇?

흔히 사이코패스(psychopath)라고 부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는 여러가지 인격장애 중 하나의 유형이다. 인격장애란 자신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보통 사람의 수준을 벗어나 편향된 상태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자신이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사회적 규범에 공감하지 못해 자신의 이득에 따라 쉽게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범한다. 또한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 없으며 그것이 잘못인지 공감하지 못한다. 예전에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정신병질자(psychopathy), 사회병질자(sociopahy)라고 불렀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판정하는 방법으로는 PCL-R 체크리스트가 있다. PCL-R은 캐나다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가 1991년 개발한 사이코패스 측정 및 검사 도구다. 국내에는 2008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에 의해 번안 및 한국 범죄자 대상 표준화 작업을 거친 뒤 한국판 PCL-R로 출간됐다. 20개 문항에 대한 답변을 0~2점 척도로 측정한다. 원판에선 30점 이상이면, 한국판에선 25점 이상일 경우 사이코패스로 판단한다.

PCL-R을 통한 사이코패스 판정은 피의자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고, 재범을 막기 위한 연구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 시행된다.

출처: 다음 뉴스검색
출처: 다음 뉴스검색

◈사이코패스에 과도한 집착

우리나라 언론은 흉악 범죄가 발생하면 범인이 사이코패스인지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범인이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흉악범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도무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지 가늠할 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흉악범죄를 저지른다고 치부해 버리는 건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는 자신이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용의자가 검거된 이후 사이코패스라는 판정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양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일각에선 범행 동기 파악과 재범 예방이라는 이유를 제시한다. 그러나 평생 사이코패스로 지내던 그 사람이 왜 그 시점에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를 판단하는 데 사이코패스 검사는 무용지물이다.

경찰은 살인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중요사건에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범죄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범죄자 스스로가 질문지에 체크하면서 진행하는 방식은 아니고, 프로파일러가 면담을 통해서 진행한다.

사이코패스는 뾰족한 치료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법무부는 뉴스톱의 질의에 대해 "현재까지 의학계에서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조현병이나 양극성 정동장애 등의 정신질환과 달리 약물치료나 심리치료 등 적절한 치료방법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공감능력을 배양하는 접근법 등 몇가지 방안이 제시되고는 있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해선 아직까지 검증된 바 없다.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흉악범죄를 저질렀다는 원인 분석은 범죄예방도 어렵게 만든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사이코패스 검사를 할 방법도 없을 뿐더러, 사이코패스로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흉악범죄자 A가 사이코패스로 판정됐습니다”라는 식의 보도는 우리사회가 조금이라도 안전해지는데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최원종 사건의 교훈

최원종은 2020년 정신과 진단(조현성 인격장애)을 받았으나 이후 최근 3년간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자신을 해하려 하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그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 범행했다고 하는 등 피해망상 증상을 보였던 걸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정신장애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자의로 치료를 받지 않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문제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게 아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현행 법과 제도에 의한 정신질환자 치료와 회복을 위한 시스템은 더 이상 환자, 가족 그리고 국민 누구도 제대로 구할 수 없으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7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파일을 다운로드해 볼 수 있다.

 

1. 환자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을 통해 누구나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2.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 사건 발생 시 국민의 안전과 정신건강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

3. 정신질환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를 위해 이러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이송제도를 포함한 법과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4.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정신질환 치료를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5. 정신응급과 급성기치료를 필수의료로 지원하고 지역사회 치료와 재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6. 사후예방을 위한 법정신의학의 활성화와 치료감호 시스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7. 정신질환 치료와 회복을 위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내 몸을 지키는 방법

흉기 난동이 잇따르면서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과연 호신용품은 흉기난동으로부터 내몸을 지킬 수 있을까? 부정적이다. 호신용품으로 많이 거론되는 삼단봉, 페퍼스프레이, 전기충격기 등은 범인과 대치 상태를 상정한 것이다. 호신술로 단련되지 않은 일반인이 범인이 흉기를 들고 다가오는 상황에서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호신용품을 구입한다면 꼭 모의훈련을 통해 사용법을 반복 숙달하기 바란다.

최원종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범인이 나의 뒷쪽에서 급습한다면 이런 호신용품들은 사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된다. 만일 흉기 난동범이 뒷쪽에서 다가오는 상황인데 나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적용된 이어폰으로 크게 음악을 듣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해보자. 사실상 무방비 상태와 다름 없는 것이다.

출처: 테러대비행동요령, 국무총리실 대테러센터
출처: 테러대비행동요령, 국무총리실 대테러센터

칼에 찔리는 것을 막아주는 방검복과 방검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비의 무게와 가격, 더운날씨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항상 긴장 상태로 주위를 살피면서 비명이나 특이 동향이 감지되면 위험으로부터 멀어지는, 즉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흉악범죄에서 범인의 무기는 총이 아니라 칼이기 때문에 근접한 상태만 피한다면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마약 청정국의 신화가 깨졌듯이 '치안 선진국'이라는 신화도 깨져간다. 정부는 경찰특공대 장갑차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위력과시를 하고 있다. 과연 이 방식이 치료를 거부하는 중증 정신질환자와 사이코패스 범죄를 차단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잘 치료·관리해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