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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비리유치원 명단공개는 적법' 확인하고도 공개 안했다정치하는엄마들, 감사원에 교육부 감사청구

지난달 전국 유치원 감사 결과를 발표한 교육부가 지난 7월에 이미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의 실명 공개가 적법하다는 법리적 검토를 해놓고도 명단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당국이 사실상 비리유치원을 비호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돼 교육부 감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6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비리유치원 비호·방조에 대한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6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비리유치원 비호·방조에 대한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비리 유치원 명단을 즉각 공개하지 않은 점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도입 사업을 돌연 취소한 점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정부 주최 토론회를 무산시켰는데도 공무집행방해로 고발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교육부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정치하는엄마들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7월 5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유치원·어린이집 합동점검 결과 업무담당자 협의회’를 열고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감사결과를 공개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적혀있다. 다만 ▲시도별로 처분 내용 차이에 대한 우려와 문제점 제기 ▲감사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여 교육청간 편차에 대한 문제 제기 ▲유치원은 의무교육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감사결과 공개시 존폐 문제 발생 우려 ▲인천, 정보공개 거부 취소 소송 중으로, 인천교육청 소관 유치원은 소송 이후 공개하는 것이 적절 의견 제시 ▲경중을 분리하여 공개하는 것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공개를 한다면 전체를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등이 이 협의회의 결과였다. 즉, 공개는 하되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시도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에서 지난 7월 5일 진행한 ‘유치원·어린이집 합동점검 결과 업무담당자 협의회’ 결과 보고서. 출처 : 정치하는엄마들

"비리유치원 공개 법적 문제 없어" 7월에 회신 받아

게다가 교육부는 협의회 개최에 앞서 서울고검 송무과와 정부법무공단으로부터 감사 결과 적발된 유치원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법리적 검토를 받아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관은 특히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가운데 제4~6호를 중심으로 법리적 검토를 했다. 제9조 제1항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 가운데 비공개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이 비공개 대상에 해당되지 않으면 공개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들 기관은 “비공개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비리유치원 명단공개는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제4호)’, ‘감사·감독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제5호)’,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제6호)’에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리유치원' 실명 공개와 관련해 교육부에 질의를 했다. 박 의원이 "실명공개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나"라고 묻자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이미 장관까지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교육부는 아무런 조치를 안했던 것이다. 박 의원은 “교육부에서도 위반사항이 적발된 기관의 명칭은 원칙적으로 공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시·도교육청에 전달했다”면서 “제3자 의견 조회를 7월 6일까지 했고, 7월 20일 유치원 명칭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은혜 장관은 “이 부분은 (기관) 이름을 포함해서 공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종합하면 교육부는 7월 이전에 비리유치원 명단공개에 법적 문제가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뒤늦게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공개하기로 한 것은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한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과 교육부의 강한 유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출처 : MBC 홈페이지

한유총 "실명발표는 중대한 법적 위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유총은 유치원 감사결과 실명발표는 법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여론에 떼밀린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최근 5년간 유치원 감사결과를 모두 실명공개하기로 밝혔다. 이에 대해 한유총은 지난달 18일 ‘유치원 감사결과 실명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중대한 법적 위험’을 거론하고 있다.

지난 3월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3년간 실시한 정기감사ㆍ특별감사에 적발된 유치원ㆍ어린이집 명단'을 정보공개하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 당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산하 177개 교육지원청 중 28개 교육지원청만 정보공개청구인에게 감사 적발 기관명을 공개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처럼 정보공개요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한유총이 오히려 이를 근거로 '법적 위험'을 거론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미 공개된 명단도 불법일까? 한유총은 비공개 처분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 감사에 대한 사항으로서 “‘적법·위법’을 확정 받지 않은 사항까지 공개되는 것이, 그 자체로 ‘적법절차의 원칙’과 ‘민주적 행정절차집행’에 반할 중대한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MBC는 “중대 비리가 있거나 감사를 아예 거부한 유치원 18곳은 수사 의뢰를 통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런 유치원들은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실명 공개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유치원 설립자와 원장 이름 등 개인정보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경우만 삭제했을 뿐 교육청에서 제출한 자료에 어떤 수정도 가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보도 및 교육부에 의해 공개된 명단과 관련해 한유총의 문제제기는 해당이 안되는 것이다.

유치원 정보공시 매뉴얼 및 지침서

'시정명령 바로 이행하면 공시 제외' 교육부가 비리유치원에 면죄부

비리유치원에 대한 교육부의 '너그러움'은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가는 수준이다. 현행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제5조2에 따르면, 유치원이 유아교육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았을 경우 원장이 이를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작성한 ‘유치원 정보공시 매뉴얼 및 지침서’에 따르면, 시정·변경명령을 1회 요구한 후 즉시 이행한 경우는 공시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정·변경명령을 받고 바로 이행 후 공시하지 않아도 면책되는 길을 교육부가 열어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리를 저지른 일부 사립유치원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이제 비리 사실을 알고도 방기한 교육부로도 향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부와 ‘유피아’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심 여론이 커지고 있으며, 유치원 비리 실태의 심각성과 방대함에 비하면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이 비리의 ‘뿌리’를 뽑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리 유치원을 근절하고 우리 사회 유아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교육당국의 발 빠른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교육부는 합법적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은 유치원 감사 결과 공개를 왜 진행하지 않았는지부터 국민 앞에 상세히 답해야 한다.

이고은 팩트체커  freetree@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5년부터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6년 '독박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다. 정치부, 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팀에서 일하며 저널리즘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리는 일에도 열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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