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할인' 금지 아니라 '묶음용 재포장’ 금지...한경의 '과장보도'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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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할인' 금지 아니라 '묶음용 재포장’ 금지...한경의 '과장보도' 전말
  • 권성진 팩트체커
  • 승인 2020.06.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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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재포장 금지법' 보도 팩트체크 해보니

한국 경제 신문이 작성한 <묶음할인 세계최초 금지> 기사는 논란을 낳았다. 주요 포털에서 기사를 접한 네티즌은 “불필요한 규제로 소비자의 후생만 후퇴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환경부가 내놓은 해명과 최초 보도자료를 이용해 기사를 확인한 결과 한국 경제의 해당 기사는 과장됐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뉴스톱>이 해당 기사의 내용과 ‘재포장 금지법’의 진위를 확인해 분석했다. 

논란을 만든 한국 경제의 기사
논란을 만든 한국 경제의 기사

환경부 정책 취지와 무관하게 사실 호도

19일 한국 경제는 “‘묶음할인’ 세계최초로 금지... 라면 맥주값 줄줄이 오를 판”이라는 기사를 썼다. 해당 기사는 포털을 통해서 유통됐고 ‘많이 본 기사’에 오르는 등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제목에 '단독'이라는 표현까지 붙인 한국 경제의 기사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자 다른 언론사들이 우후죽순으로 기사를 따라 쓰기 시작했다. 

한국 경제의 기사는 햇반 묶음에 대한 사례를 예로 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햇반을 6개 묶음으로 판매할 때 소비자는 25% 정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데, 환경부의 ‘재포장금지법’에 따라 묶음 할인은 금지된다고 한다. 경영학부 교수의 인터뷰까지 추가해 ‘세계 최초’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기사는 ‘평균비용’과 마케팅의 원리까지 설명하며 묶음 할인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불필요한 행위이며 경제의 원리에 배반하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환경부의 정책 취지를 잘못 이해했거나 왜곡했다. 환경부의 보도자료를 확인해보면 개정안의 주요 취지는 “제품 판촉을 위한 묶음 상품 등 불필요한 이중 포장을 퇴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품 판촉을 위해 묶음 상품(1+1)의 과도한 추가 포장을 문제 제기하며 포장재 사용 감속을 추진한다고 했다. 보도 자료 그 어느 곳에도 “할인 금지”라는 표현을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재포장 개선 사례(가격할인)의 사진을 보면 “2개 이상 구매 시 10% 할인”이라는 문구도 정확하게 표기돼 있다. 

환경부의 보도자료 사진. 해당 정책이 묶음 할인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부의 보도자료 사진. 해당 정책이 묶음 할인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부의 설명 보면 '할인 금지와 무관' 

환경부 자원정책순환과는 한국 경제의 기사 이후 추가 설명을 내놓았다. 환경부의 설명은 “기업 규제와 무관하다”는 일관성이 있다. 묶음 할인을 할 때 과도한 재포장을 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테이프나 띠지를 사용하거나 묶음 고리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도 만두와 같은 냉동식품은 테이프 형식으로 묶음 행사를 진행한다. 스포츠 이온음료의 경우 페트병을 묶어서 팔기도 한다.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면 가격 규제와 무관하게 정책 이전처럼 소비자는 편익을 누리고 기업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환경부의 추가 설명에 따르면 라면과 같은 묶음 행사에서 소비자가 불편을 누릴 일은 없다. 환경부는 공장 단계의 포장과 유통 단계의 포장을 구별해서 보고 있다. 라면 묶음의 경우에는 공장 단계에서 포장이기에 ‘재포장 방지법’과 무관하다고 환경부는 설명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배포한 가이드라인.
환경부에서 배포한 가이드라인.

'세계최초 금지' '업체간 차별'도 사실 아냐

한국 경제의 기사는 일부 사실관계조차 부정확하다. 해당 기사는 “선진국 기업들도 흔히 쓰는 묶음 할인 판매를 포장으로 규제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는 말을 인용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다. 유럽은 이미 10년도 전에 묶음판매를 사용하지 않는 모습이 일상화됐고 1차 포장도 간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 역시 ‘buy one get one free’와 같은 행사는 재포장을 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창고형 할인마트, 온라인 업체는 예외로 둬 업체 간 역차별을 둔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조 단계 포장과 유통 단계 포장만으로 구분한다”며 “온라인 업체도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하게 적용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환경부가 한국경제 기사 이후 발표한 재포장금지법 자체 팩트체크.
환경부가 한국경제 기사 이후 발표한 재포장금지법 자체 팩트체크.

해당 기사의 출고 이후에 여론은 들끓었다. "탁상공론식 정책", "무능한 정책", "사람보다 환경이 먼저냐"는 반응이 많았다. 여론이 생각보다 악화되자 환경부는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환경부는 해당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관련 업계와 논의를 더 하겠다고 했다. '재포장 금지법'과 관련해 환경부는 22일 오후 2시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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