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울시 설치 전신소독기, 코로나 막는다?

부작용 우려 전신소독기 지자체가 앞장서 설치...방역당국 권고 무시 논란

  • 기사입력 2020.10.22 15:18
  • 최종수정 2023.03.07 11:42
  • 기자명 선정수 기자

서울시는 관내 시립 노인복지관 26곳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신소독기 설치를 지원한다고 22일 밝혔다. 어르신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컵 자동 세척 살균기 설치 비용도 제공할 예정이다.

언뜻 보면 잘하는 일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구글에서 '전신소독기'로 이미지 검색을 하면 수 많은 설치 사례가 등장한다. 방역당국은 전신소독기(살균터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인체 위해성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구글에서 '전신소독기'로 이미지 검색을 하면 수 많은 설치 사례가 등장한다. 방역당국은 전신소독기(살균터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인체 위해성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①전신소독기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 근거 없음

서울시는 노인복지관에 건강 취약계층인 어르신들이 머무는 노인복지관에 전신소독기와 컵자동세척 살균기 설치를 돕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일부 자치구에서 노인복지관에 전신소독기를 도입했는데 반응이 좋았고 이후 일선에서 지원 요청이 많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전신소독기(살균터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출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제3-4판), 질병관리청
출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제3-4판), 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제3-4판)'를 통해 소독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미국 CDC는 "코로나19 확산방지 효과에 대한 증거가 알려져 있지 않고, 전신소독기(살균터널)은 피부, 눈, 호흡기를 자극하거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WHO는 "소독 터널 등의 장비를 이용해 소독제를 사람에게 분무/분사하는 방식은 환자의 비말 전파 또는 접촉 전파 위험을 감소시키지 않음", " 눈과 피부에 자극을 주고 흡입에 따른 호흡기 증상,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어떤 경우에도 권장하지 않음"이라고 설명한다.

②지자체들은 왜 살균터널을 설치하나?

전신소독기 설치는 비단 서울시의 문제만은 아니다. 뉴스톱은 지난 7월 강원도 속초시의 해수욕장 살균터널 설치에 대한 문제점을 보도했다. 당시에도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속초시 관계자는 "경찰서, 병원 등에도 이 제품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터넷 등을 참고해 결정했고 방역당국에 문의하거나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선 자치구에서 분사형으로 손소독기를 쓰고 있는데 불편함이 지속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설 출입시 손소독제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한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전신소독기의 낮은 방역 효율성과 위해 우려를 경고한 방역당국의 지침은 고려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신소독기 설치에 대해) "질병관리청과 상의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해성이 있다는 보도 등을 접한 부분이 있어서 상의를 하고 있다"며 "공개 경쟁을 통해 구매를 하게 돼 있으니 (위해성) 부분에 대해서 권고하겠다"라고 말했다.

 

③안심팔이에 몰두하는 지자체, 업체 + 손 놓은 방역당국

최근 밀폐공간에서의 공기전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코로나19는 기본적으로 비말과 접촉 전파로 확산된다. 전신소독기는 시설 출입구에 세워놓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소독약을 뿌리는 형태로 설치된다. 

안개 형태로 뿌려지는 소독약은 옷에 살짝 묻는 정도라 코로나19바이러스를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다. 업체들이 내세우는 소독효과는 실험실에서 소독약 원액을 미생물 배양접시에 떨어뜨리고 접촉시켜서 얻은 결과다. 실제 사용 조건과 전혀 다르다. 

전신소독기를 지나가는 동안 소독약이 피부와 점막에 달라붙게 되고 호흡기로 들어가게 되면 자극과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전신소독기를 통과한 이용자들이 방심한 나머지 오히려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을 소홀히 할 우려도 있다.

방역당국이 좀 더 확실한 경고를 발신해야 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전신소독기를 설치하게 되면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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