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해체 폭력의 일상화, 그 가운데에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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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해체 폭력의 일상화, 그 가운데에 아이들이 있다
  • 홍상현
  • 승인 2021.03.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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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현의 인터뷰]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아이들을 잊지 마> 스미타 야스시 감독
「아이들을 잊지 마」는 출장마사지 업소 운전기사(카와세 요우타 분)의 아들로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요이치(츠바키 산고 분)와 그가 속한 부자가정, 그리고 요이치를 괴롭히지만 공교롭게도 이복누이(유키나, 카마타 에리 분)가 바로 그 출장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미노루(스기타 라이루 분)와 그가 속한 재혼가정의 모습을 그린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아이들을 잊지 마」는 출장마사지 업소 운전기사(카와세 요우타 분)의 아들로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요이치(츠바키 산고 분)와 그가 속한 부자가정, 그리고 요이치를 괴롭히지만 공교롭게도 이복누이(유키나, 카마타 에리 분)가 바로 그 출장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미노루(스기타 라이루 분)와 그가 속한 재혼가정의 모습을 그린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지면에 글을 쓰는 외에, 인문사회교양 관련 서적들을 번역ㆍ출간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아이템을 선정하고 번역서를 기획, 편집자에게 제안해 성사될 경우 에이전시 역할까지 담당했던 책들의 성격이 대부분 비슷해 필자의 생각을 설명하는데도 유용해서다. 그렇게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7년 7개월 동안 4ㆍ5개월에 한 권 꼴로 도합 스무 권의 책이 나왔다. 변역이 주업은 아닌지라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피로감은 없었다. 책으로 우리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일에 특별한 보람을 느꼈으니까.

그런 필자의‘관련 도서 목록(bibliography)’에서 ‘아이들’과 관련한 화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첫 책은 어린이ㆍ청소년 빈곤에 대한 르포르타주(『우리 아이들이 굶고 있어요. : 신자유주의 체제의 굶주리는 아이들』), 다음은 집단 괴롭힘 문제에 평생 매달려온 정책전문가의 이론서(『이지메 해결의 정치학』)였다. 다행히도 독자와 해당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약한 어른들의 민낯을 살피는 데까지 범주를 넓혔다. (※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도박중독과 사행산업의 구조를 파헤친 『카지노믹스의 허구 : 굴뚝 없는 황금산업은 없다』나 평범한 부모로서의 시간마저 빼앗기는 노동자의 현실을 다룬 『블랙기업을 쏴라!: 청년들은 어떻게 회사에서 버려지는가』등의 타이틀이 있다)

「아이들을 잊지 마」는 올해 예순 두 살이 되는 스미타 야스시 감독이 제5회 메가박스일본영화제 초청작 「와루보로」 이후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요즘 그는 생계를 위해 비정규직 역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아이들을 잊지 마」는 올해 예순 두 살이 되는 스미타 야스시 감독이 제5회 메가박스일본영화제 초청작 「와루보로」 이후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요즘 그는 생계를 위해 비정규직 역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스미타 야스시 감독의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아이들을 잊지 마>는 이런 필자의 문제의식을 종합, 영화로 재구성해 놓은 느낌이다. 문제의 진단에 있어서도 견해를 같이한다. 주원인이 개인의 품성이나 도덕관념이 아니라 약육강식을 전제하는 사회구조에 있다는 것. 그렇게 신자유주의 사회는 여전히 미미하기 이를 데 없는 사회안전망을 파괴하며 아이들과 그 가족들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당연히 인간관계에서도 약자에 대한 가혹함이 상수로 존재할 수밖에.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마츠다 쇼타가 주연한 데뷔작<와루보로>(메가박스 일본영화제 초청작) 이후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스미타 감독의 신작 <아이들을 잊지 마>는 출장마사지 업소의 운전기사(카와세 요우타 분)의 아들로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요이치(츠바키 산고 분)와 그가 속한 부자가정, 그리고 요이치를 괴롭히지만 공교롭게도 이복누이(유키나, 카마타 에리 분)가 바로 그 출장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미노루(스기타 라이루 분)와 그가 속한 재혼가정의 모습을 그린다. 이렇듯 작품의 서사가 그저 아이들의 현상(the actual state)을 다루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동일ㆍ유사한 주제의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다. 여기에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국화와 단두대>와 국내 개봉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을 통해 각광받은 촬영감독 히로키 유이치의 비주얼은 때로는 다큐멘터리의 냉정함으로, 때로는 관객을 숨죽이게 만드는 장르영화의 강렬함으로 쾌락에 탐닉하며 아이에게 폭력까지 휘두르거나(요이치의 아버지), 재혼으로 만난 배우자(타츠로, 무라카미 준 분)가 의붓딸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는 데도 이를 외면하는 어머니(타에코, 아리모리 나리미 분) 등을 보여주며 ‘문제적 아이들을 만드는 문제적 환경’의 전체상을 드러낸다.

「꽃보다 남자」 시리즈로 유명한 마쓰다 쇼타(사진 오른쪽)가 주연을 맡았던 「와루보로」는 스미타 야스시 감독의 장편상업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공개 당시 제작사의 긍정적 전망과 달리 흥행에서 참패를 기록했다고. (C)2007 Waruboro Film Partners
「꽃보다 남자」 시리즈로 유명한 마쓰다 쇼타(사진 오른쪽)가 주연을 맡았던 「와루보로」는 스미타 야스시 감독의 장편상업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공개 당시 제작사의 긍정적 전망과 달리 흥행에서 참패를 기록했다고. (C)2007 Waruboro Film Partners

홍상현

예순 한 살 생일을 맞으시고, 감독으로서는 데뷔 13주년을 맞는 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오셨습니다.

스미타 야스시

초청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능하다면 대한민국 전주시를 방문해서 직접 관객 여러분의 반응, 감상을 듣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워요.

 

홍상현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으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스미타 야스시

데뷔작인 <와루보로>가 2008년 제5회 메가박스일본영화제에서 상영되었습니다. 당시 스승인 사와이 신이치로(<들국화의 무덤>, <W의 비극>, <이른 봄 이야기>, <단비의 기억> 등을 연출)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 열렬한 영화팬 여러분과 교류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지요.

그렇다 보니 이번 한국행도 정말 기대가 되었어요. 게다가 <아이들을 잊지 마>가 데뷔작과 무척 다른 성격의 작품에 도전한 결과인지라 한국 관객 여러분과 같이 보고 싶고 반응도 정말 궁금했습니다.

평소 저소득층, 빈곤층 가정 아이들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스미타 야스시 감독은 제작자로부터 “‘출장 마사지 업소 운전기사의 중학생 아들이 동급생에게 괴롭힘 때문에 자살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가해 학생의 누나가 바로 그 업소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스토리의 영화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듣고 대략 3년 간 생업을 하는 틈틈이 자료를 수집하며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평소 저소득층, 빈곤층 가정 아이들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스미타 야스시 감독은 제작자로부터 “‘출장 마사지 업소 운전기사의 중학생 아들이 동급생에게 괴롭힘 때문에 자살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가해 학생의 누나가 바로 그 업소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스토리의 영화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듣고 대략 3년 간 생업을 하는 틈틈이 자료를 수집하며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홍상현

다음은 “홍상현의 인터뷰”의 인터뷰이 분들께 늘 드리는 질문인데요. 좋아하시는 작품이나 감독, 배우 등이 있으신지요.

스미타 야스시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곽경택 감독의 <친구>입니다. DVD를 구입해서 생각날 때마다 다시 보고 있어요. <마더>, <똥파리>, <써니> 등도 무척 좋아하고요. 집단 따돌림 문제를 다른 <우리들>도 좋았어요.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더라고요.

 

홍상현

지금 필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이른바 “원 히트 원더”인데요. 일시적으로 대활약을 보이다 사라지는 스타를 가리키는 말인데, 실은 감독이 그런 경우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도쿄의 저소득층 거주지를 무대로 좌충우돌하는 청년들의 일상을 그린 청춘영화 <와루보로>의 경우, 당시 호화캐스팅과 다이내믹한 스토리로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된 적도 없는데 팬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이후 히트감독의 길을 걸어가실 거라 생각했는데 쭉 차기작을 발표하지 않으셨습니다.

스미타 야스시

“원 히트 원더”라 하시면 안타를 치고 사라졌다는 의미인데, 데뷔작인 <와루보로>가 그렇게까지 히트를 한 건 아니었어요. (웃음) 그리고 한참동안 작품을 만들지 못한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으니 그저 일이 들어오지 않아서고요. 이게 ‘팩트’예요. (웃음)

확실히 영화를 완성했을 당시 사내(도에이)의 평판이 좋아서 “틀림없이 히트 할 겁니다. 스미다 감독, 앞으로 바빠질 거예요”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흥행참패였어요. 영화자체와 관련해서 뚜렷하게 원인을 지적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더러 ‘<와루보로>를 좋아한다’는 분들은 계세요. 감사할 따름이죠.

“최근에도 일본에서는 코로나 19 사태로 부모가 직장을 잃거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진 가정의 아이들이 휴교 등으로 갈 곳을 잃고, 끝내는 비참한 사건에 휘말리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비참하고 기이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스미타 감독의 말이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최근에도 일본에서는 코로나 19 사태로 부모가 직장을 잃거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진 가정의 아이들이 휴교 등으로 갈 곳을 잃고, 끝내는 비참한 사건에 휘말리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비참하고 기이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스미타 감독의 말이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홍상현

최근까지는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역무원으로 일하고 계신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스미타 야스시

한때 영화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요즘엔 생계를 위해서 비정규직으로 역에서 몸이 불편하신 승객 분들을 돕는 일을 합니다. 물론 이 일을 하던 와중에도 신작의 기획이 몇 번 성사될 뻔한 경우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잘 안되었지요. 그래서 ‘이제 더는 영화를 못 찍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어요.

 

홍상현

그리고 13년 만에 신작을 발표하셨습니다. <아이들을 잊지 마>와 전작의 차이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직접 쓰셨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청소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깊이가 청소년문제에 대한 주제에 대해 치밀한 취재를 거쳐 만들어진 연구보고서 같다는 느낌입니다.

스미타 야스시

앞서 언급했던 제 스승, 사와이 감독과 <전쟁과 한 여자>의 제작자 테라와키 켄 씨는 원래 구면인 사이입니다. 그런데 테라와키 씨의 두 번째 프로듀스 작품 <벗 온리 러브(But only love)>가 개봉했을 무렵, 사와이 감독이 “다음 작품은 스미다에게 맡겨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는 거예요. 때마침 저는 저소득층, 빈곤층 가정의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수많은 비참한 사례를 조사하면서 그와 관련한 플롯을 테라와키 씨에게 보여드리던 참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테라와키 씨가 연락을 해서는 “‘출장 마사지 업소 운전기사의 중학생 아들이 동급생에게 괴롭힘 때문에 자살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가해 학생의 누나가 바로 그 업소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스토리의 영화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듣는 순간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 있겠다고 직감하고 대략 3년 간 생업을 하는 틈틈이 자료를 수집하면서 오리지널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최근에도 일본에서는 코로나 19 사태로 부모가 직장을 잃거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진 가정의 아이들이 휴교 등으로 갈 곳을 잃고, 끝내는 비참한 사건에 휘말리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비참하고 기이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극중에서 미노루(가운데)는 끊임없이 요이치를 괴롭히지만, 속으로는 요이치의 아버지가 있는 업소에서 일하는 이복누이에 대한 소문이 날까봐 전전긍긍한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극중에서 미노루(가운데)는 끊임없이 요이치를 괴롭히지만, 속으로는 요이치의 아버지가 있는 업소에서 일하는 이복누이에 대한 소문이 날까봐 전전긍긍한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홍상현

<아이들을 잊지 마>는 청소년문제와 관련해 궁극적으로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려는 의도를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런 영화의 경우, 메시지성에 집착한 나머지 극적인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들을 잊지 마>는 이런 한계를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도입부부터 효과적으로 관객의 주의를 모으는 장르영화의 감각이 돋보이는데요.

스미타 야스시

확실히 사회적ㆍ교육적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든가 “생생하다” 혹은 “리얼하다” 등의 감상을 들려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개중에는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일하시거나 북지 등을 담당하는 행정당국에서 근무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다만, 저는 20대 시절부터 영화와 TV드라마 등의 제작현장에서 조감독 생활을 계속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 제작에 관여해 온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이 <아이들을 잊지 마>에도 반영되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액션영화의 주인공들은 예외 없이 다양한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극한까지 내몰리지요. 그렇게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가운데 동료들의 도움에 힘입어 악과 맞서게 됩니다. 관객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요.

이러한 포맷은 <아이들을 잊지 마>에서도 존재합니다. 주인공인 두 명의 소년과 유키나가 여러 가지 장애물에 의해 극한으로 내몰리니까요. 시나리오 작법 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이 영화는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까닭에 카타르시스까지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물론 마지막에 희망의 실마리가 던져지기는 하지만요. 결국 장르가 다를 뿐이죠.

우리가 재미있게 보는 영화들은 대개 도입부에서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가족구성 등을 보여주면서 관객의 시선을 모읍니다. 처음부터 주의를 환기시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하는 생각에 눈을 때지 못하게 하는 거지요. 이는 영화 만들기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요. 전통적으로도 이렇듯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 이른바 ‘사회파 영화’는 일본영화가 꽤 자신감을 갖는 장르의 하나였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시대가 이런 작품들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고요.

스미타 야스시 감독은 ‘저소득층의 경제적 빈곤이나 부모의 이혼, 혹은 싱글마더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곤란 등이 결국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집단 따돌림 및 자살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잊지 마」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스미타 야스시 감독은 ‘저소득층의 경제적 빈곤이나 부모의 이혼, 혹은 싱글마더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곤란 등이 결국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집단 따돌림 및 자살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잊지 마」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홍상현

<아이들을 잊지 마>의 서사에서 중심에 있는 것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요이치의 부자가정, 그리고 요이치를 괴롭히지만 바로 그 출장마사지업소에서 일하는 이복누이에 대한 소문이 날까봐 조바심하는 미노루의 재혼가정입니다. 그런데 스토리가 이어질수록 부모들도 무한경쟁에서 패배한 일종의 피해자인 것이 드러나지요. 결국 아이들을 통해 사회적 한계에 대해 보여주려는 의도인 걸로 파악되는데요.

스미타 야스시

아주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아울러, <아이들을 잊지 마>를 그렇게 봐주셔서 대단히 감사하고요.

제가 존경하는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의 작품들도 어떤 메시지를 대전제로 내걸고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세심하게 연출해 나가는 것 아닐까 해요. 어른들도 특별히 악인으로 그린다기 보다는 그저 나약한 존재일 뿐이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정치가, 혹은 사회가 나쁘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보다 ‘가족’을 묘사하는데 좀 더 심혈을 기울임으로써 문제를 효과적으로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생각할지는 영화를 보신 관객여러분의 몫이고요.

 

홍상현

앞의 질문과 관련되는 것인데, 요이치의 아버지가 실은 출장마사지 업소에서 소문의 주인공인 미노루의 배다른 누나, 유키나를 담당하는 기사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설정은 결국 미노루가 위기를 맞고, 요이치의 사건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진실을 말하게 되는 결론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스미타 야스시

날카롭게 해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저예산 영화가 두 가족을 고루 묘사하는 건 제작예산이나 촬영기간 등을 볼 때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여하튼 이 부분에서 작품의 성패가 갈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출자 입장에서 볼 때 미노루와 요이치가 각각 속한 두 가정의 가족구성이나 양태가 결과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웠거든요. 두 친구는, 예전엔 분명 사이가 좋았을 겁니다.

두 배우의 얼굴이 닮았다는 이야기도 의외로 많이 들었는데요. 서로를 비쳐주는 거울과 같은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 아닐까 해요.

아리모리 나리미 배우가 분한 타에코(오른쪽)는 생계곤란에 직면하는 게 두려워 폭력적인 남편을 벗어나지 못하다, 끝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아리모리 나리미 배우가 분한 타에코(오른쪽)는 생계곤란에 직면하는 게 두려워 폭력적인 남편을 벗어나지 못하다, 끝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홍상현

그리고 주목하게 되는 것이, 일견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다가 순식간에 유키나에게 모든 것을 떠넘겨 온 무책임한 인물로 민낯을 드러내는 타에코의 캐릭터입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이누가미의 결혼>의 히로인, 아리모리 나리미 배우가 열연을 보여주었는데요.

스미타 야스시

최근 일본에서는 가족의 붕괴나 그밖에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부모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아이들의 문제를 정신의학적 견지에서 다룬 다큐멘터리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저소득층의 경제적 빈곤이나 부모의 이혼, 혹은 싱글마더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곤란 등이 결국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집단 따돌림 및 자살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이미 파악하고 계시다시피 <아이들을 잊지 마>는 바로 이런 사안들에 대한 제 문제의식이 반영된 작품입니다. 여기서 아리모리 배우가 연기한 타에코는 이런 총체적인 문제들을 체화하고 있는 캐릭터지요. 예컨대 생계곤란이라는 문제와 직면하는 게 두려워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결국 그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는 방법을 선택해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취급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이렇듯 ‘스스로의 의지와 무관한 원인에 의한 불행에 허덕이는 어른ㆍ어머니의 모습’을 이미지화해서 시나리오에 등장시켰는데, 감사하게도 아리모리 배우가 정말 멋진 연기를 보여주셨습니다.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 결국 미노루의 아버지, 타츠로의 가정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비극적 선택’을 하는 유키나 역의 카마타키 에리 배우. 30 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되었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 결국 미노루의 아버지, 타츠로의 가정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비극적 선택’을 하는 유키나 역의 카마타키 에리 배우. 30 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되었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홍상현

<아이들을 잊지 마>에서 단연 돋보이는 배우를 꼽아보라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서 결국 미노루의 아버지, 타츠로의 가정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비극적 선택’을 하는 유키나 역의 카마타키 에리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스미타 야스시

유키나 역의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대략 30명 정도의 배우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카마타키 배우를 만났을 당시 “이 역은 제가 맡고 싶다”면서 강한 열의를 내비쳤던 기억이 납니다. 시나리오를 열독해 와서는 “유키나의 마음은 제가 잘 안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분명 <아이들을 잊지 마>의 그 인물과 실제의 본인 사이에서 많은 접점들을 발견했겠지요. 저로서도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캐스팅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촬영이 진행되던 내내 지켜봤는데 오기가 강하고 워낙 노력파더라고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배역을 소화해내기가 수월하기만 했던 건 아닐 겁니다. 배다른 동생을 위해 친모를 버리고 의붓아버지와의 도피행각을 선택하게 되는 가혹한 설정이니까요. 게다가 유키나는 스토리의 중심에서 불안한 두 부부와 이복동생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거든요. 정말 훌륭하게 연기해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국화와 단두대」와 국내 개봉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을 통해 각광받은 촬영감독 히로키 유이치의 비주얼은 때로는 다큐멘터리의 냉정함으로, 때로는 관객을 숨죽이게 만드는 장르영화의 강렬함으로 ‘문제적 아이들을 만드는 문제적 환경’의 전체상을 드러낸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국화와 단두대」와 국내 개봉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을 통해 각광받은 촬영감독 히로키 유이치의 비주얼은 때로는 다큐멘터리의 냉정함으로, 때로는 관객을 숨죽이게 만드는 장르영화의 강렬함으로 ‘문제적 아이들을 만드는 문제적 환경’의 전체상을 드러낸다. (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홍상현

<아이들을 잊지 마>를 보면서 문제의식을 표현하기 위한 시각적 표현과 OST 등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요. 특히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빛과 어둠이 극단적인 대비가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갱스터무비와 뮤직비디오, 때로는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의 표현 등으로 다양한 영상미를 선보였던 전작에 비해 무거워진 느낌이었지만, 도리어 그래서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미타 야스시

촬영감독인 나베시마 아츠히로 씨와는 그가 촬영조감독을 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함께 가혹한 현장의 현실을 오랜 세월 경험했죠. 최근엔 주로 제제 타카히사(<국화와 단두대>)나 히로키 류이치(<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감독 등과 함께하는 메이저스튜디오의 영화부터, 저예산 독립영화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며 활약하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 둘 다 조감독이던 시절 만난 나베시마 감독과 지금의 그는 사뭇 다르더라고요. 협업도 수월하지만 무엇보다 기술적 역량이 예전보다 훨씬 나아져 있었거든요. 스케줄상 촬영을 11일 만에 끝마쳐야 했기 때문에, 야간촬영이 많은 데다 예산이 딸리다 보니 스태프나 기재도 부족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해줬어요. 일단 촬영기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은 만큼 준비를 워낙 단단히 해두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고민에 휩싸이거나 촬영이 멈춰진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틈틈이 배우들과 의사소통을 할 시간도 어찌 어찌 확보했고요.

뮤직비디오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OST를 <와루보로>에서 함께했던 엔도 미키오 씨가 맡았습니다. 깊은 슬픔을 여지없이 표현하는 한편,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재생’ 또한 느끼게 해주는 훌륭한 표현력의 음악이 정말 훌륭하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피아노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작곡한 것들이더라고요.

스미타 야스시 감독은 말한다. “빈곤은, 오늘의 세계가 국가를 막론하고 직면하고 있는 문제죠. 특히 아이들의 경우, 이 문제가 정면으로 노출될 수박에 없습니다. 부모들의 스트레스 또한 고스란히 악영향을 끼치고요. 그밖에도 오늘날 가족의 기능부전은 헤아리기 힘든 피해를 일으키고 있지요. 그렇게 곳곳에서 아이들의 미소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제가 늘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영화가 어떤 역할을 해날 것인가 입니다.”(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스미타 야스시 감독은 말한다. “빈곤은, 오늘의 세계가 국가를 막론하고 직면하고 있는 문제죠. 특히 아이들의 경우, 이 문제가 정면으로 노출될 수박에 없습니다. 부모들의 스트레스 또한 고스란히 악영향을 끼치고요. 그밖에도 오늘날 가족의 기능부전은 헤아리기 힘든 피해를 일으키고 있지요. 그렇게 곳곳에서 아이들의 미소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제가 늘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영화가 어떤 역할을 해날 것인가 입니다.”(C)2020 Don’t Forget the Kids Film Partners

“<아이들을 잊지 마>는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다 보니 연출하기가 수월했습니다. 시나리오 집필 단계에서 수많은 장면의 이미지가 만들어졌으니까요. 다만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 줄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큰일이었는데, 각 연령대에 맞는 캐릭터를 소화함은 물론, 영화가 원하는 바를 걸음걸이 하나까지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우수한 연기자들이 모여들어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가 있었습니다.

빈곤은, 오늘의 세계가 국가를 막론하고 직면하고 있는 문제죠. 특히 아이들의 경우, 이 문제가 정면으로 노출될 수박에 없습니다. 부모들의 스트레스 또한 고스란히 악영향을 끼치고요. 그밖에도 오늘날 가족의 기능부전은 헤아리기 힘든 피해를 일으키고 있지요. 그렇게 곳곳에서 아이들의 미소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제가 늘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영화가 어떤 역할을 해날 것인가 입니다.

물론 해결이 그리 쉽지는 않겠지요. 특히나 부모들조차 진정한 의미에서의 어른이 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는 아이인 채로 머물러 있는 이런 현실에서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구하는 일은 미래를 개척하는 일에 다름 아니라고 저는 믿습니다.

부디 이런 주제를 생각하는데 있어서 제 작품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차기작 계획을 묻자 “어떤 기획이 될지 아직 미정이지만, 일단 사회파 영화를 추구하는 지향성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문득 다음에는 좀 더 진보된 형태의 ‘스미타 야스시 표 사회파 영화’를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이번보다는 훨씬 짧아진 기간 안에.

홍상현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한ㆍ일 두 나라 매체에 분석 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교수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출신. 같은 대학 이미지인류학연구실(IAL)의 네트워크 멤버였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의 논쟁적인 저작을 소개한 번역가이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거쳐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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