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불가리스 받아쓰기' 누가 앞장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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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불가리스 받아쓰기' 누가 앞장섰나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1.04.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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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팩트체크 하지 못한 뉴스톱의 반성문

남양유업이 지난 13일 자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바이러스를 막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뉴스톱은 이 연구에 대해 <[팩트체크] 불가리스는 '살균제'인가?> 기사를 통해 '대체로 사실 아님'이라고 판정했다. 소비자의 음용 습관과는 동떨어진 조건으로 실험했고, 섭취했을 때의 효능이 아닌 바이러스와 접촉했을 때의 살균력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의 실험결과가 담긴 보도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들은 아무런 검증도 없이 받아쓰기에 급급했다. 다행인 것은 일부 언론들의 검증 시도가 있었던 점이다.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검색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검색

◈받아쓰기 경쟁

주요 통신사들은 남양유업의 발표 당일(13일) 별다른 검증 없이 발표 내용을 보도했다. 민영 통신사 뉴시스는 오후 3시6분 <"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77.8%">제목으로 첫 보도를 내보냈다. 이어 오후 3시47분에는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효과"···남양유업 전환점 마련(종합)>으로 의미를 부여한 기사를 내보냈다. 오후 5시37분에는 <"불가리스 마시면 코로나 예방? 항바이러스 효과 입증 의미"(종합2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1보와 종합에선 없었던 내용이 종합2보에 포함됐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이번 실험 결과를 두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있다'고 과대광고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소비자도 많다. 백순영 전 가톨릭대 미생물학 바이러스학 교수는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와 실제 예방률 관련성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뉴시스, 2021.4.13. 17:37:45>

뉴스1은 발표 당일 오후 4시32분 <"불가리스 마시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도움"…과학적 근거 공개>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역시 별다른 검증은 없다. 

연합뉴스는 오후5시3분 <불가리스가 코로나에 효과?…남양유업 "77.8% 억제" 주장>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역시 단순히 주장을 옮겨 적었을 뿐 검증은 없었다.

통신사들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일간지와 인터넷신문들도 받아쓰기 경쟁에 나섰다. 

 

◈최초의 비판 시도

질병관리청은 불가리스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하지만 남양유업의 발표 내용은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는 요지다.

이런 질병청의 입장 등을 담아 균형을 맞추려고 한 시도들은 발표당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간지들이 다음날 조간신문 지상에 내보낼 기사를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시점이다.

가장 처음 질병청의 입장을 담은 매체는 중앙일보이다. 중앙일보는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에 효과" vs "인체 검증 안해 의문">이라는 기사 말미에 질병청의 입장을 실었다.

한국일보는 오후 6시42분 <"불가리스가 코로나 억제?" 남양유업 뜬금없는 발표에 주가 급등>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일보 보도와 비슷한 구성에 주식시장 움직임을 추가했다.

 

◈하루지나 비판 쏟아졌지만...

남양유업의 발표 다음날인 14일엔 비판 보도가 주를 이뤘다. 14일 오전 8시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남양유업의 행태를 비판했다.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은 14일 오전 11시36분 <[팩트체크] 불가리스는 '살균제'인가?> 기사를 통해 남양유업의 실험 결과를 검증했다. 뉴스톱은 남양유업의 실험을 다각도로 분석해 실험 방법과 조건이 발효유의 코로나19 억제 효과를 입증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JTBC는 오후 9시6분 <[팩트체크] 불가리스 마시면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된다?> 기사를 내보내 팩트체크에 동참했다.

대다수의 매체들은 이전과는 달리 남양유업의 '셀프 연구'를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를 발행했고, 15일 오전에도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럴까?

이번 불가리스 논란은 섣부른 연구결과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한 남양유업의 책임이 크다. 식약처 등 행정당국이 남양유업의 이번 행태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아무런 검증없이 업체의 주장을 받아쓰거나 의미를 부여해 기사를 퍼뜨린 언론 매체들의 책임도 크다. 뒤늦게 뉴스톱을 비롯한 일부 언론들이 팩트체크에 나섰지만 주가가 급등락하고, 일부 매장에서 해당 제품이 품절되는 등 여파는 컸다.

통신사들은 속보를 전달하는 것이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그러나 아무리 속보를 전달하더라도 기본적인 검증은 거쳐야 한다. 전문가 한 두명에게 전화로 취재만 했어도 업체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베껴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신문사와 인터넷 신문은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를 탓할지 모른다. 실시간으로 이슈를 따라잡아야만 조회수가 늘어난다는 강박증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혼란을 빚을 만한 이슈를 보도할 때는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팩트체크 미디어들의 분발도 요구된다. 사후약방문격인 팩트체크보다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이슈들에 대해 선제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뉴스톱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수백명의 기자가 있는 대형 언론사와는 달리, 뉴스톱에는 몇 명의 기자가 근무하며 언론보도 및 정치사회 전반에 대해 팩트체크하고 있다. 기사의 우선순위에 따라 일부 사안에 대해선 검증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에 대해 독자들께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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