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독일은 69년간 헌법 60번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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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독일은 69년간 헌법 60번 고쳤다?
  • 이채리 팩트체커
  • 승인 2022.08.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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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은 6월 2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절차 완화를 피력했다. 김 의장은 "국민투표 없이 개헌이 가능하도록 경성헌법을 완화해야 한다"며 "재적 의원 3분의 2가 동의하면 개헌할 수 있는 연성헌법 방향으로 가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7년 이후 35년 된 현행 헌법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개정이 너무 어렵다는 취지였다.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김진표 의장은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헌법이 시행되고 나서 69년 동안 헌법이 60번 고쳐졌다"고 주장했다. 1948년 5월 23일 공포된 독일 헌법은 기본법(Grundgesetz)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 주장은 사실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정확한 검증을 위해 독일 연방사법부 법령정보센터에 취재를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뉴스톱>은 기본법 관련 저서와 연구를 중심으로 검증을 시도했다. 

 

◈ 독일연방의회 "57번 개헌"

독일연방의회 학술 부서가 2009년 11월 26일에 발행한 <60년간의 헌법 -숫자와 사실> 연구에 따르면 독일연방공화국의 기본법은 1949년 5월 23일 제정된 이래 60년 동안 57번에 걸쳐 개헌됐다(아래 확인). 독일이 1948년부터 2009년까지 69년간 적어도 57번 이상 헌법을 수정했다는 이야기다. 단, 리스본 조약(EU 헌법 대체 조약)의해 채택된 수정법에 따라 개헌 횟수를 53회로 보기도 한다. 

여러 차례의 개헌이 이뤄지면서 기본법 조항 수는 146개에서 197개로 증가했다. 그중 114개의 기본법이 57건의 개정법률로 수정, 47개의 조항이 재수정됐다. 

출처: 60 Jahre Grundgesetz – Zahlen und Fakten. 개헌 횟수를 서술하는 문단.
출처: 60 Jahre Grundgesetz – Zahlen und Fakten(2009)

 

◈ 2019년까지 약 60차례 개헌

독일권 대형 출판사 Walhalla Fachverlag가 2019년에 발행한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을 살펴보자. Peter Schaded 교수는 서문에서 "기본법 시행 이후 시행 이후 약 60차례 개헌이 있었다"고 밝혔다(아래 확인). 몇 년 동안의 개헌을 의미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발행 시점을 고려하면 70년 정도의 기간이다. 김 의장의 주장과 거의 일치한다. 

출처:
출처: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Grundgesetz für die Bundesrepublik Deutschland)의 Mit einem Vorwort von Prof. Dr. Peter Schade (2019)

◈ 한국의 개헌절차는?

우리나라는 김진표 의장이 언급한대로 경성헌법이어서 헌법 개정 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개헌은 발의-공고-국회의결-국민투표-공포 순서로 이뤄진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 과정에서 국민투표를 생략해 개헌이 신속히 이뤄지자는 주장을 한 것이다.

개헌안 발의는 헌법 제89조 제3항에 따라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나 대통령이 할 수 있다. 대통령은 발의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개헌안은 반드시 20일 이상의 공고 기간을 거쳐야 한다.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생략할 수 없다. 국회의결은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안에 이뤄져야 한다. 국회가 개정안을 수정할 수 없으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며 기명투표로 한다. 국민투표는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권을 가지고 있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다. 과반수 투표와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개헌안이 통과된다. 국민투표로 확정된 개헌안은 대통령이 즉시 공포해야 한다.

만약에 국민투표의 효력이 이의가 있다면 국민투표법 제92조에 따라 투표인은 10만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피고로 하여 투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무효판결이 내려지면 확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국가기록원 '헌법개정절차' 홈페이지 캡처
국가기록원 '헌법개정절차' 홈페이지 캡처

 


정리하면, 독일연방의회 학술 부서가 발행한 연구물에 따르면 헌법 시행 후 69년간 적어도 57회 이상의 개헌이 이뤄졌다. 또한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발행물은 70년에 걸쳐 약 60차례 개헌이 있었다고 서술한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헌법이 시행되고 나서 69년 동안 헌법을 60번 고쳤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로 판정한다. 

시대적 가치가 변화하면서 개헌을 향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헌법학회 회원 헌법개정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회원)의 76.9%가 개헌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개헌은 매번 실패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진정성 결여를 뽑았다. 정치인들이 개헌을 정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판단이다.

국민투표 없이 개헌하자는 김 의장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개헌 결정 과정에서 뺀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과거 국민 동의 없이 진행된 개헌은 독재의 수단으로 작동했다. 게다가 1987년 이후 개헌시도가 몇차례 있었지만 국회의결조차 되지 못하거나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했다. 개헌이 잘 안되는 이유가 국민투표 절차때문이 아니라 개헌을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정치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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