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장연은 왜 출근길 시민의 발목을 붙잡을까 ①

"지난 해보다 '증액'" vs "여전히 턱없이 부족"

  • 기사입력 2022.09.16 15:23
  • 최종수정 2022.09.16 15:26
  • 기자명 김정은 기자

지난 1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시위는 벌써 36번째를 맞이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번에도 전장연과 지하철 이용객의 대립 구도를 강조했습니다. 전장연의 목소리를 배제한 보도도 적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출근길에 이뤄진 시위에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시위를 비판하는 게시물도 많았습니다.

 

표1. 출처: 트위터
트위터 게시글 갈무리

한국에서는 시위로 인한 출근 지각에 대해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지적은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조속한 문제 해결을 바라면서도, 우리 사회가 정작 놓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전장연이 시위를 이어나가는 이유”입니다.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보장 시위는 꽤 오랫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뉴스톱>은 앞서 지난 20년 동안 이어진 이동권 보장 시위의 역사와 쟁점을 짚었습니다. 또 장애인 권리 예산과 관련해 기획재정부(기재부)와 협의를 이루지 못한 점도 살펴봤습니다. 지난 8월 기재부는 예산 편성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인 예산 편성과 관련한 검토 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고 <뉴스톱>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8월 말 기획재정부가 2023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장애인 복지 예산을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뉴스톱>은 장애인 예산이 편성됐는데도 전장연이 시위를 이어 나가는 이유를 2회에 걸쳐 알아보았습니다.

 

◈ 내년 예산안, 올해보다 증가한 것은 사실

기획재정부는 저소득층, 장애인, 취약청년, 노인 등에 대한 지원이 확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추경호 장관이 직접 나서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따뜻한 예산 4대 핵심과제’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기재부는 4대 핵심과제 관련 예산이 올해 65조 7000억원에서 내년 74조 4000억 원으로 13.3%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복지 예산은 5조 1000억원에서 5조 8000억원으로 증액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재부가 편성한 장애인 복지 예산 내역은 아래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2. 기획재정부 2023년 장애인 복지 예산안 정리
기획재정부 2023년 장애인 복지 예산안 (그래픽: 김정은 기자)

기재부가 복지 예산을 확대했다고 밝히자, 경향신문한겨레는 복지지출 증가율이 올해 증가율과 비교할 때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복지지출은 전년보다 5.6% 증가하여, 작년 증가율 5.4%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무지출 사업도 자연 증가분뿐만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예산을 확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재부의 입장대로 내년 전체 복지 예산과 장애인 지원 예산 모두 올해보다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전장연은 무엇 때문에 여전히 출근길 시민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일까요? 전장연 측의 입장을 들어보았습니다. 

 

언뜻 보기에 늘어난 이동권 예산, 턱없이 부족하다

기획재정부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도입보조 신규 지원 ▲저상버스 도입 확충 등을 내세웠습니다. 특별교통수단 이동지원센터 운영비를 국비로 약 238억원 지원하고, 저상버스 도입 예산을 900억 가량 증액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전장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재부가 예산을 “왜곡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장애인콜택시 운영비 지원...‘절반의’ 지원에 그쳐

먼저 국토교통부(국토부)의 ‘2023년 교통약자편의증진 예산안’에 따르면, 특별교통수단 이동지원센터 운영비는 1대당 1900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차량에 필요한 기본경비(콜연결 상담원, 연결시스템, 차량비)를 제외하고 1명의 인건비 수준도 맞추지 못한 예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장연은 정부의 제한적인 지원도 꼬집었습니다. 국토부의 예산안(아래 표 참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조율 50%’와 ‘6개월’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차량 5000대에 한하여 6개월간 운영비의 절반만 보조하겠다는 것입니다. 전장연은 “보조율 50%로 명시한 것은 눈속임 수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표3. 2023년 특별교통수단도입보조 운영비 지원, 출처: 국토교통부
표3. 출처: 국토교통부

단순히 콜택시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간 원활한 이동을 위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지난 4월 ‘장애인 이동권 지역 간 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토론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 콜택시 운영방식의 격차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충청북도를 제외한 모든 도에서 장애인의 환승을 지원하기 위해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지방자치단체에만 의존한 나머지, 별도의 운전원과 차량이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 결과(아래 표 참고)가 나왔습니다. 

표4. 광역단위 특별교통수단 운영현황, 출처: 장애인 이동권 지역 간 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토론회
표4. 출처: 장애인 이동권 지역 간 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토론회

광역이동지원센터가 장애인들의 접수만 대체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② 저상버스 도입...”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저상버스도 현재 2300대에서 4300대로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1900억원 가량(아래 표 참고)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2021년 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른 이행 조치입니다.

표5. 출처: 기획재정부
표5. 출처: 기획재정부

그러나 전장연은 “법에 따른 이행을 하더라도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며 “시내 버스 중 저상버스 도입불가 노선이 20%로 추정된다”고 반박했습니다. 개정된 증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통약자의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이용편의 개선을 위해 정책을 수립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 사정에 따라 저상버스 의무화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마련해, 온전한 의무 규정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종합해보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올해보다 예산을 확대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지원이 한정되어 있고,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이동권 법률의 예외 규정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장연 측의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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