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은 왜 지하철 시위를 다시 하나...그리고 기재부의 입장은?

  • 기사입력 2022.08.03 13:43
  • 최종수정 2022.08.05 02:37
  • 기자명 이채리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마지막 지하철 탑승 시위 이후 28일 만이다. 출입문을 막는 방식의 시위는 아니었다.  전장연 회원들은 2일엔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자 감세는 소신 결단하면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은 그 책임을 각 부처에 떠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추 장관이 장애인 예산 문제와 관련해 장애인 단체와 협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쟁점이 무엇인지 <뉴스톱>이 전장연과 기재부 입장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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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8월 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및 예산 확보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 ⓒ이채리 인턴기자

◈ 장애인 예산 반영 요구했으나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뉴스톱>은 전장연측에 출근길 탑승 시위를 재개한 이유를 물어봤다. 전장연 정책실 관계자는 장애인 권리 예산과 관련해 어떠한 협의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다시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8월말에 사실상 확정되고 국회 심의를 받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29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전장연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전장연은 2023년도 장애인권리 예산 요구안을 설명하고, 다른 부처로부터 제출받은 예산안을 기준으로 예산 반영 여부에 대한 설명을 기재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명확한 입장 표명이나 실무적인 대화에 임하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했다.  

이후 전장연은 다시 추경호 장관에게 장애인권리 예산 반영에 대한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한 달간 응답을 기다렸으나 진척이 없었다. 전장연은 추 장관의 저택에 면담 요청서를 들고 방문했고 회의 석상에 찾아가기도 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당시 회의 석상에서 약 15분~20분가량의 대화 기회가 있었으나 이때도 검토하겠다는 대답으로 끝났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추 장관은 "전 부처와 정치인들의 요구를 예산에 다 담아내면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이라며 예산 반영에 난색을 보였다.  

촬영: 이채리
전장연 활동가가 광화문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요구 내용을 담은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이채리 인턴기자

◈ 기재부에 검토 내역 요청했으나 "계속 검토중" 답변

기재부의 입장을 물어봤다. 기재부 장애인 권익지원과 관계자는 지난 1일 뉴스톱과 통화에서 (전장연과의) 논의를 피하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6월 29일 자 간담회 때 요구 상황에 대해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요구 사항을 온전히 반영할지 여부는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예산 편성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뉴스톱>은 '지난 간담회가 원론적인 이야기로 끝났다'는 전장연 측의 주장을 전하며 기재부에 입장을 물어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단체 쪽에서 오해를 하시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 검토 과정에 있다"고 재차 답변했다. 여러 요인들을 감안해 예산 편성 중이기 때문에 시간이 없고, 그렇다 보니 응답에 지연이 있다며 이를 감안해달라고 덧붙였다. 추후 전장연과 의논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답변드리기 어렵다. 내부적으로 (윗선에) 보고드려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재부에서 검토한 내용은 무엇일까.  <뉴스톱>은 2일 기재부 측에 장애인 권리 예산 관련 검토 내역을 공개를 유무선으로 여러 차례 요청했다. 기자는 관계자에게 '검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회의록과 같은 기록물)를 공개해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에 "검토는 진행 중이지만 최종 보고되어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서 자료 제공은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이 왔다. 예산 관련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라도 검토 진행 과정에 관한 정보는 공개가 가능하지 않냐고 반문한 뒤, 다시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  

 

◈ 낮은 장애인 소득수준...한국의 장애인 복지지출 최하위권

<뉴스톱>은 <[쟁점체크] '장애인 이동권 20년 시위' 왜, 어떻게 진행됐나> 기사를 통해 장애인 권리 예산 요구의 시사점을 보도했다. 노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장애인 이동권 예산은 인권의 문제이자 생존권의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장애인 소득보장 급여수준의 현황과 개선방향> 연구에 따르면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저임금, 고질적인 고용 불안정 등을 이유로 장애인 소득수준은 비장애인에 비해 매우 낮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가구소득은 1천만~3천만원 미만이 36.4%로 가장 많고, 1천만원 미만도 15.6%나 됐다. 전체 가구 중 1천만원 미만 소득 가구 비중은 8.6%다.  장애인 가구의 소득 분포에서 10가구 중 5가구가 연소득 3천만원 미만이다. 3천만~5천만원 미만은 19.3%였다. 

한국의 장애인 복지지출 규모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한눈에 보는 2021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장애급여·상병급여 공적 지출 비율은 0.3%다. 조사 대상인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33위다. 멕시코가 한국보다 낮지만 멕시코는 공적인 장애급여·상병급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비교대상으로 보기도 힘들다. 한국의 장애인 복지지출 규모(2017년)는 GDP의 0.6% 수준으로 OECD 평균 1.9%의 3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G10을 넘어 G7를 넘본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장애인 복지는 대한민국의 품격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출처: 2020 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 장애인 가구의 소득 분포
출처: 2020 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 장애인 가구의 소득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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