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팩트체크] '생분해'도 허위·과장 조심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5. 분해되지 않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 기사입력 2022.09.19 17:54
  • 최종수정 2022.10.12 14:25
  • 기자명 선정수 기자

그린워싱.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짝퉁 친환경’이죠.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친환경적 소비가 강조되면서 기업들도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린’, ‘에코’, ‘녹색’, ‘친환경’, ‘천연’ 등 말만 들어도 지구가 살아날 것 같은 단어들이 광고를 가득 채웁니다. 과연 그린워싱이란 무엇이고, 그린워싱에 속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뉴스톱이 <2022 그린워싱 팩트체크> 시리즈를 통해 우리 곁에 있는 그린워싱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 이 시리즈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출처: C 인터넷 쇼핑몰
출처: C 인터넷 쇼핑몰

◈생분해니까 친환경... 산화생분해의 함정

C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친환경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인증 산화 생분해되는 롤백'입니다. 보통 사용하는 롤백과 다름 없는 모양이지만 '친환경 산화 생분해'라는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제조사 홈페이지를 찾아가 설명을 읽어봤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산화생분해에 관한 환경마크가 법으로 제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제품명에는 "친환경 미국표준 산화생분해 롤백"이라고 표기해 팔고 있습니다.

'스**'라는 브런치 필자는 자신이 구입한 반려견 배변봉투를 소재로 글을 썼습니다. 산화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이라며 친환경 구매를 과시했죠. 산화생분해 플라스틱은 왜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걸까요? 과연 친환경일까요? 과연 이 사람이 구입한 반려견 배변봉투는 완전히 분해돼서 흙으로 돌아갔을까요?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2020년 12월 이 필자는 ‘강아지 똥봉투 epi의 정체’라는 글을 공개했습니다. 부제는 ‘어머! 예쁜데 싸고 친환경이기까지해- ㅇㅇ ㅇㅇㅇ(제품명)’라고 달았습니다. 자신이 구입한 배변봉투가 산화생분해(oxo-biodegradable)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이라는 취지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산화생분해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 원료에 각종 첨가물질을 집어넣어 만듭니다. 열, 자외선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1차 산화분해가 이뤄져 작은 분자로 쪼개집니다. 이후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진행됩니다. 각종 첨가물질이 1차 산화분해를 일으키는 겁니다. 산화분해로 인해 플라스틱 덩어리를 잘게 쪼개지만 결국 이후 과정의 분해속도는 일반 플라스틱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 오염 우려가 상존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정부는 산화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환경표지 인증을 내주지 않습니다. ‘친환경 산화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광고문구는 환경성에 관한 허위∙과대 광고로 단속될 수 있습니다.

출처: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출처: 분해성 관련 환경성 표시·광고 바로알기.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일반생분해는 혹시?

그렇다면 산화생분해가 아닌 일반 생분해 플라스틱은 ‘친환경’일까요? 다수의 생산자들이 생분해 플라스틱이 말끔히 분해돼 흙으로 돌아갈 것처럼 선전하지만 사실은 이와는 거리가 멉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인증 조건은 <퇴비화 조건에서 플라스틱 재료의 호기성 생분해도의 측정(KS M ISO 14855-1)> 방법을 따릅니다. 58±2℃로 유지된 실험장치에서 퇴비의 미생물을 접종한 채로 180일 동안 실험해 분해되는 정도가 표준물질(셀룰로스)의 90% 이상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셀룰로스는 식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기화합물이며 면 섬유의 90%, 목재의 40~50% 정도를 차지하는 물질입니다. 염소가 되새김질해서 소화를 하는 식물의 질긴 부분이라고 이해하시면 빠릅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면 섬유만큼이나 자연에서 분해가 잘 된다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인증 시험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58도에서 6개월(180일) 동안 호기성 조건에서 실험했죠. 이 조건이 우리나라 자연(또는 실험실 바깥)에서 유지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맹점이 존재합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퇴비화 조건’을 상정하고 만들었습니다. 흙에 떨어지거나 파묻히는, 즉 매립과 유사한 조건을 상정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폐기물 정책은 매립이 아닌 소각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환경부는 지난 7월1일 2026년부터 수도권 지역은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매립할 수 없도록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습니다. 그럼 쓰레기 봉투는 어디로 갈까요? 소각장으로 갑니다. 묻혀야 분해가 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인데 불에 타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죠.

누군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만 따로 모아서 파묻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땅에 파묻는다고 해서 완전히 분해되지도 않을뿐더러, 생분해성 플라스틱 분리수거 체계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 및 재활용이 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새로운 체계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녹색연합 허승은 녹색사회팀장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생분해가 되기 때문에 괜찮은 포장재'가 아니라 불필요한 포장재는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라며 "생분해 플라스틱이 향후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대안인지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라고 제언했습니다.

출처:
출처: 분해성 관련 환경성 표시·광고 바로알기.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친환경 생분해 일회용품 사라진다

환경부는 지난 1월 '환경표지대상제품 및 인증기준' 개정 고시를 시행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비닐봉투, 포크, 종이컵, 식품용기 등 일회용품에 대해서도 '친환경 표지(친환경 마크)' 인증이 가능했지만 이제부턴 일회용품은 아무리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어도 친환경 마크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다만 고시 개정 전 기준에 따라 인증을 받은 제품들은 2024년 12월31일까지 친환경마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했습니다.

결국 2025년부터는 '친환경 종이컵', '친환경 생분해성 일회용 포크' 등을 찾아볼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다만 농사를 지을 때 잡초 방지를 위해 땅에다 까는 농사용 필름(멀칭 필름), 장례용 물품(유골함, 수의 등) 등 야외에 설치돼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회수가 어려운 일부 제품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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