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무색페트병은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6.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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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황당 실수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가 시행 중입니다. 2021년 12월25일부터는 위반시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이 배포한 투명페트병 분리 배출 홍보지에 <무색페트병은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라는 문구가 들어있어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무색페트병과 투명페트병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뉴스톱이 팩트체크했습니다.

◈무색페트? 투명페트?

경기도 과천시는 지난 1일 반상회 홍보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굉장히 분량이 많은데요. 그 중 한 페이지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투명한 생수병과 음료수병은 투명페트병으로 따로 모아 배출하고, 그 밖의 플라스틱 용기는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홍보자료에 석연치 않은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무색페트병’은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라는 내용입니다.

투명페트병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PET로 만든 병을 말하는 것일텐데요. ‘무색페트병’은 도대체 뭘까요? 색이 없는 페트병이라는 뜻일까요? 그럼 투명페트병도 포함되는 것 아닐까요? 투명페트병은 따로 모아 버리라고 했으니 색은 없지만 불투명한 페트병을 말하는 걸까요? 굉장히 이상합니다.

과천시 뿐만 아니라 부산 기장군도 지자체 이름만 다른 같은 내용의 홍보지를 배포했습니다. 무색페트병과 투명페트병이라니…

출처: 환경부, 과천시, 기장군
출처: 환경부, 과천시, 기장군

과천시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환경부에서 보내준 홍보자료 문안에 지자체 로고와 연락처만 넣어 배포한 것”이라며 “내용에 관해서는 환경부에 문의하라”고 말했습니다.

환경부에도 물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생수병과 음료수병 이외에는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스터만 보고는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포스터에 생수병과 음료수병을 표시해 놓았기 때문에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면서도 “하반기에 다른 포스터를 제작할 때 두루 의견을 취합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결론은 환경부의 실수입니다.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야 하는 ‘무색페트’라는 분류는 없습니다. 양념류, 식용유, 워셔액, 손세정제 등 ‘생수와 음료수가 아닌 것’을 담았던 페트병은 일반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라는 내용이 잘못 전달된 겁니다. 음료수와 생수를 담았던 병만 <투명페트병>으로 분리배출한다는 점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뚜껑은?

연합뉴스는 5일 <[르포] 갈길 먼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여전히 규정 안 지켜"> 기사를 통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제도에 대해 짚었습니다. 기사는 “생활자원회수센터에 쌓인 투명 페트병 더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알록달록한 라벨과 병뚜껑이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라벨과 병뚜껑이 분리돼야 정상인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라벨을 떼어내고 배출해야 한다는 것은 비교적 명확히 알려져 있는데요. 병뚜껑도 제거해야 하는 걸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환경부는 “비우고 제거하고 찌그려 닫기”를 기억하라고 합니다.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뒤 찌그려뜨리고 뚜껑을 닫아서 ‘투명페트’로 모아달라는 것이죠. 뚜껑을 닫으라고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고요, 둘째는 찌그러뜨린 페트병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출처: 환경부
출처: 환경부

뚜껑을 닫아주면 좋지만 닫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다고 합니다. 분리배출된 투명페트병은 재활용 공장으로 가서 파쇄되는데요. 뚜껑 재질은 보통 PE인데 이건 물 위로 뜹니다. 페트병 몸통은 파쇄되면 물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공정에서 쉽게 분리된다고 합니다. 뚜껑만 따로 충분한 양을 모으면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소량일 경우 선별장에서 따로 잡아내기가 불가능합니다.

◈왜 투명페트만 따로?

유독 투명페트병만 따로 모아달라는 이유는 뭘까요? 페트(PET)는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는 소재입니다. 광택이 좋고 강도가 우수해 생수와 음료는 물론, 각종 음식 포장재에도 흔히 활용됩니다. 과일을 담은 투명 용기나 커피 테이크 아웃 용기도 페트로 만듭니다. 하지만 따로 분리 배출할 때는 이런 포장재는 빼고, 생수와 음료 용기만 분리 배출하라고 하죠. 나머지 페트 포장재의 경우 제품에 따라 다른 플라스틱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PET가 아닌 다른 재질이 섞여 들면 재생 원료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료가 확실한 음료수와 생수병만을 모으겠다는 심산입니다. 간장, 식초, 식용유, 워셔액 등 음료수나 생수가 아닌 것을 담았던 용기를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라고 하는 건 내용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을 때 재생 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겁니다.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투명페트병만 모아 재생원료를 만들면 섬유가 긴 장섬유 원료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걸로 실을 만들어 옷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재활용할 때 단가가 가장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물질이 섞여들면 단섬유 원료가 만들어지는데 이건 인형의 속을 채우는 충진재 등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거죠.

500ml 생수병 12개를 잘 모아 고품질 원료로 재생하면 티셔츠 한 벌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올바른 분리배출법은?

앞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투명페트병의 올바른 분리배출은, ‘비우고, 제거하고, 찌그리고, 닫기’ 입니다. 투명한 생수병과 음료수병의 내용물을 비우고 가볍게 헹군 뒤에 라벨을 제거합니다. 찌그려뜨려서 부피를 줄인 다음에 뚜껑을 닫습니다. 부피를 줄이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페트병이 많아집니다. 결국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죠. 뚜껑을 닫으면 좋기는 한데요. 뚜껑이 없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결국에는 이물질이 섞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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