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경상북도 고준위 핵폐기장 유치의사 밝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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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경상북도 고준위 핵폐기장 유치의사 밝혔지만...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2.10.22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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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 핵연료 처분장 건설 논의 불붙나?
경상북도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이하 고준위 방폐장) 유치의 첫 단추를 눌렀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 경상북도 국정감사에서 고준위 방폐장 유치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뉴스톱이 따져봤습니다.

 

◈경북지사, “고준위 방폐장 요청 받아서 하겠다”

지난 17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경상북도 국정감사에서 이철우 경북지사는 기초자치단체의 요청을 받아 고준위 방폐장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고준위 방폐장 유치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겁니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준위 핵폐기장을 (경북도로 검토한다는데 어떤 의견인가?-마이크 꺼져 불명확)

이철우 경북도지사: 고준위 폐기장은 전세계에서 결정된데가 한 나라 있다는데, 건설된 데는 아무데도 없습니다. 이게 정말 아이러니 한 게 중저준위(핵 폐기물)는 저 100미터 밑에 보관을 하는데, 고준위는 지상에 그냥 쌓아놨잖아요. (중략) 고준위 방폐장도 정부 차원에서 빨리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우리 경북도에서도 경주 지역은 못하게 돼 있고요. 다른 지역은 저희들이 요청받아서 해보려고 합니다.

<2022.10.17. 국회 행안위 경상북도 국정감사>

 

◈고준위 방폐장 신청 주체는 ‘도’가 아니다

국회에는 고준위 방폐장을 설치하기 위한 근거법안이 3건 제출돼 계류 중입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입니다. 내용은 엇비슷합니다. 정쟁 상황이 아니라면 이 법안은 심사 과정에서 미세조정만 거치면 이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합니다. 정부는 이 법이 통과되고 난 이후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출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R&D 로드맵(안), 산업통상자원부
출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R&D 로드맵(안), 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지난 7월 밝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R&D 로드맵(안)’에 따르면 법안이 시행된 이듬해 부지공모가 진행됩니다. 법안들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치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관리시설 부지의 조사∙선정 등에 필요한 업무를 맡기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은 기초자치단체(시∙군∙구)를 신청 주체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다른 지역은 저희들이 요청 받아서 해보려고 한다”고 한 발언은 법이 예정하고 있는 신청 주체와는 다릅니다.

이 발언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기초자치단체가 신청을 하게 되면 도와 잘 협의해서 진행하겠다는 차원에서 이야기 한 것으로 해석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방폐장 유치 신청은 기초자치단체가 해야하는 일이고 도는 협력하는 관계일 뿐입니다. 이 지사의 발언은 방폐장 유치 신청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언제쯤?

정부가 내놓은 로드맵은 기본 관리 시나리오를 통해 고준위 방폐장 건설 일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되면 정부는 계획을 수립하고 조사를 통해 부적합 지역을 배제합니다. 법안들은 “위원회는 전 국토를 대상으로 지질학적 특성과 안전성 등을 조사한 뒤 부적합한 지역을 우선 배제하여 부지적합성 기본조사의 대상이 되는 후보부지를 도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일단 위원회 차원에서 고준위 방폐장이 들어설 수 없는 지역을 추려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고준위 방폐장은 지하 깊은 곳에 사용후 핵연료를 파묻는 곳이라 오랜 시간 동안 외부와 차단된 채로 유지돼야 합니다. 활성단층이 존재하거나, 기반이 무르거나, 지하수가 유입∙유출될 가능성이 많은 지형 등은 사용후 핵연료가 누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부적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전국 단위의 단층 지도를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김영석 교수팀의 연구논문 '한반도 활성단층지도 제작과정 및 해결과제'를 보면 일목 요연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2009년 소방방재청은국가활성단층지도 제작사업을 수행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해 국민들에게 공개할 만한 수준의 활성단층도 제작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울산해역 지진과 경주지진 등으로 한반도 전체의 활성단층지도제작 사업이 현실화됐습니다. 행정안전부는 극한재난대응기반기술개발 사업 과제로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경주지역을 시작으로 2017년부터 4단계로 20년에 걸쳐 외국의 선진조사기법을 도입하여 전국을 대상으로 활성단층(제4기 단층)을 조사하고, 이를 표준화 하여 국가활성단층도를 제작하는 계획입니다. 2037년이나 돼야 우리나라의 활성단층 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 지도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활성단층지도가 완성되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부적합 지역을 배제할 가능성도 물론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배제 기준의 타당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질 여지도 많습니다.

부적합 지역을 배제한 뒤에는 부지 공모에 들어갑니다. 로드맵 상에는 법 시행 2년차에 부지 공모를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습니다. 이 때 시∙군∙구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위원회에 부지 유치 신청을 하게 되는 것이죠. 신청을 하기 전에 시∙군∙구는 주민의견을 확인하고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유치 신청한 지자체의 후보부지를 대상으로 부지적합성 기본조사를 5년에 걸쳐 실시하고, 이후 부지 적합성 심층조사를 4년 더 진행합니다. 부지 선정 단계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뒤 최종 선정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지를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3년입니다. 이후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운영하면서 지하연구시설을 통해 실증을 거치고 영구처분시설을 짓습니다. 모든 과정이 완료되는 데 37년이 소요됩니다.

당장 내년에 고준위 방폐물 관리법이 시행되고 추진 과정에서 아무런 착오없이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2060년이나 돼야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이 가동되는 것입니다.

 

◈방폐장 어디로?

모두의 관심은 결국 ‘사용후 핵연료가 묻힐 장소는 어디로 정해질까’ 하는 걸 텐데요. 일단 경주는 아닙니다. 경주는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하면서 사용후 핵연료 최종 처분 장소로 선정되지 않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관철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 18조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과 광역시도 지역도 제외될 가능성이 큽니다. 법안들이 부적합 지역 배제기준으로 꼽는 요건은 ‘지질학적 특성과 안전성 등’입니다. 이 ‘안전성’ 요건에 인구 밀집지역이 해당될 가능성이 큽니다.

바다와 인접하지 않은 내륙지역도 배제대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운영중이거나 건설중인 원전은 모두 해안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냉각수로 바닷물을 끌어들여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고준위 방폐장은 이 원전 부지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수거해 처분하는 곳입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육상으로 운송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큽니다. 따라서 해상운송 방식으로 접근이 쉬운 해안 지역에 입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앞서 진행됐던 방폐장 입지 조사에서 대부분 임해지역 또는 도서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출처: 경북도청 홈페이지
출처: 경북도청 홈페이지

경북 지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경북에서 바다와 인접한 기초자치단체는 울진군, 영덕군, 포항시, 경주시입니다. 이 가운데 경주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했으므로 고준위 방폐장 입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울진은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과정에서 이미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 이력이 있습니다. 영덕과 포항은 경주와 함께 유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동의율이 가장 높았던 경주에 밀렸습니다.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태양광, 풍력 발전이 들어서는 것에도 치를 떨면서 반대하는 게 요즘 지역 정서입니다. 과연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 처분하는 시설을 우리 동네로 유치하겠다는 지역이 나타날지 주목됩니다. 유치 과정에서 찬반으로 지역 여론이 갈리고 이웃이 원수가 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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