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지진 골든타임 72시간 근거 있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2.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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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재난의 골든타임과 근거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현장에 파견된 우리나라 긴급구호대 1진이 생존자 8명을 구조하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골든타임 72시간을 넘겨 136시간 만에 귀한 생명을 구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진 재난의 골든타임은 72시간이 맞을까요? 누가 이런 걸 정했을까요? 뉴스톱이 팩트체크했습니다.

출처: 대한민국긴급구호대
 대한민국긴급구호대가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재난 현장에서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긴급구호대

◈8명 구조, 1진 긴급구호대 18일 임무 종료

정부는 15일 오후 박진 외교부 장관 주재로 민관합동 해외긴급구호협의회를 열고 강진으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본 튀르키예에 의료인력 등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2진을 파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진 긴급구호대 활동기간이 18일까지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구호대 1진은 지난 7일 튀르키예로 출발, 최대 피해 지역 중 하나인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현지시간 9일부터 구조 활동을 펼쳤습니다. 우리나라 긴급구호대는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고, 희생자 시신 18구를 수습했습니다.

긴급구호대 2진은 수색구조에 중점을 뒀던 1진과는 달리 활동 목적을 ‘구호 및 재건 준비’로 정했습니다. 지진 재난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이 훌쩍 지난 상태여서 피해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졌기 때문에 내린 판단입니다. 이런 판단에서 구호대 인력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구호대 2진은 외교부 2명과 국립중앙의료원·한국국제의료보건재단·국방부로 구성된 KDRT 보건의료팀 10명,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5명, 민간긴급구호단체 4명 등 총 21명으로 꾸려졌습니다. 이재민 구호와 의료지원에 초점을 맞춘 거죠.

출처: 일본 국토교통성
출처: 일본 국토교통성

◈팩트체크: 지진 재난의 골든타임은 72시간?

골든타임은 '인명 구조나 화재 진압 등의 사고 초기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통용됩니다. 많은 언론 보도에서 지진 재난 골든 타임은 72시간이라고 하는데 사실일까요? 근거는 뭘까요?

뉴스톱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김혜원 지진대책연구팀장에게 물었습니다. 김 팀장은 "지진 붕괴 사고의 골든타임은 72시간으로 통용된다"며 "일본의 지진 연구 사례를 준용해 널리 쓰이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1995년 일본 효고현 남부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는데요. 일본에서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부르고, 우리나라에선 고베 대지진으로 많이 불렀습니다. 이 지진으로 6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지진에 대해 분석을 했습니다. 재해 당일부터 5일 동안의 구조자 중 생존자 비율을 집계한 결과, 당일엔 구조자 중 74.9%가 생존자였습니다. 이 비율은 5일째에는 4.8%로 떨어졌습니다. 생존 구조자 수를 비교해보면 당일 518명, 이튿날 195명, 3일째는 133명이었는데 4일째 26명, 5일째 10명이었습니다.(윗 그림 참조)

이런 결과를 토대로 재난 발생 이후 3일 그러니까 72시간이 지나면 생존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결론을 도출한 거죠. 그 이후로 지진 붕괴의 골든타임은 72시간이라는 개념이 통용되기 시작한 겁니다.

 

◈골든타임 이후에도 생존자 구조

우리나라 긴급구호대가 마지막으로 생존자를 구조한 게 지진 발생 136시간 만이었습니다. 골든타임이 한참 지나서 발견된 거죠. 누군가는 골든타임이 지났는데 생존자가 발견된 건 좀 이상한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골든타임이라는 게 꼭 그 시간이 지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개념은 아닙니다. 이 시간을 놓치면 생존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개념이라서 골든타임을 넘겨서 생존자가 발견된 가능성은 항상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형 재난에서도 발생 시점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구조된 생존 사례들이 있습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사망자 502명, 실종 30명을 기록한 초대형 재난이었습니다. 붕괴현장에서 40명이 구조됐고 마지막 생존자는 사고 발생후 17일만에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북 봉화 아연 광산에서 221시간 만에 구조된 사례가 있었구요. 사고 발생 열흘 만에 갱도 내에서 구조된 사례입니다. 경험많은 광부가 갱도 내에서 비닐로 천막을 만들고 커피믹스를 먹으며 버텼다고 합니다. 공간이 충분했고 질식 위험이 없었던 것이 긍정적인 요소였죠. 갱도에 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는 것도 생존을 가능케했던 요인이었구요.

 

◈재난 유형별 골든타임

소방청에 따르면 화재 시에는 소방차가 현장에 5분 이내에 도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인명피해 최소화의 관건입니다. 5분 이상 경과 시에는 화재의 연소 확산속도 및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며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옥내진입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순식간에 화염과 연기가 번지면 골든타임은 무의미할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람은 대량의 유독가스에 노출되면 불과 2~3분 안에 실신하게 됩니다. 그래서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전동차 소재를 연기가 덜 발생하는 불연재, 난연재로 교체한 겁니다. 지하철 구내에 공기호흡기 등을 비치해 놓고 있기도 하죠. 반복적으로 교육 동영상도 내보내는 것이구요.

아직도 슬픔은 진행형입니다만, 핼러윈참사도 짚고 넘어가야겠는데요. 압사사고의 골든타임은 3~5분 정도로 봅니다. 4분은 보통 심정지 이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하는 시간으로 알려져있는데요. 심정지 후 4분이 지나면 뇌세포에 손상이 오기 시작하고, 10분이 넘어가면 대부분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심정지가 발생하면 빠른 시간 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하는 것이죠.

산불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산림청은 산불신고 골든타임을 산불 신고접수에서 산불 현장의 물 투하시간까지 30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시간을 넘기면 불이 커져서 옆 산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산불진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산림청은 산불진화 헬기를 전국으로 분산배치해 어느 곳에서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30분 이내에 진화 헬기가 투입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재난대비품 검색 결과. 출처: 구글 쇼핑
재난대비품 검색 결과. 출처: 구글 쇼핑

 

◈집에서 할 수 있는 재난 대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일단 재난발생시 대피 장소를 알아두는 게 중요하구요. 대피장소까지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파악해 놔야 합니다. 가족이 헤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모든 가족 구성원의 대피장소, 학교 집 직장 주변의 대피장소 정보와 연락처를 숙지해야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모든 가족 구성원들은 반드시 비상용 백(Go Bag)을 준비해 두라고 권고합니다. 비상용 백에는 대피시에 필요한 물품들을 넣어두는데요. 각 가족 구성원의 비상용 백을 배낭이나 바퀴달린 여행용 가방처럼 튼튼하고 휴대가 편리한 가방에 넣어두라고 합니다. 비상용 백은 집에서 나갈 때 쉽게 가져갈 수 있는 장소에 연중 언제나 반드시 준비해 두라고 합니다.

가방에는 비상식량, 물, 응급약품, 플래시, 라디오, 건전지, 호루라기, 여분의 휴대전화 배터리 등을 챙기면 좋구요. 가능하면 평소에 가족수대로 비상용 가방을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성냥, 라이터, 휴대용라디오, 비상의류, 속옷, 병따개, 화장지, 수건, 구급용품, 귀중품(현금/보험증서), 안경 등(생활용품), 생리용품, 종이기저귀 등도 포함됩니다. 귀중품 및 중요한 서류도 챙기는데요. 중요한 서류는 방수가 되는 비닐에 보관하라고 합니다. 여분의 자동차 키와 집 열쇠 세트, 신용카드, 현금카드 및 현금도 넣으면 좋습니다. 편안한 신발, 가벼운 우비, 얇은 담요, 보온력이 좋은 옷 등도 챙기면 좋습니다. 가족연락처, 행동요령, 지도 등이 있는 재해지도 또는 수첩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고립됐거나, 집 안에 거동이 어려운 분이 계시거나 할 때는 대피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최소 3일동안 자립적으로 생존하기에 충분한 생필품을 가정해 비치해 두라고 합니다. 가급적 이 품목들을 찾기 쉬운 별도의 용기나 특별한 찬장에 보관하면 좋은데요. 이 생필품은 비상용이라는 점을 가족들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라면과 통조림 등 가공식품, 식기(코펠), 버너, 부탄가스 등 취사용품 등이 목록에 들어있습니다. 인터넷에 재난대비품, 생존용품 등을 검색하시면 각종 생존 용품으로 꾸린 비상용 백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뭘 넣었는지 참고해서 가족 수대로 비상용 가방 꾸려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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