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세사기에 문재인 정부는 손 놓고만 있었다?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4.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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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문 정부는 전세사기 손 놓고 폭탄 돌리기"
문 정부 당시 전세사기 대책은 '단속' '보증보험 확대' 집중
빌라왕 등 조직범죄 부각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경매 중지 외에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전 정부 책임을 강조하는 말이 나왔다. 18일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세사기가 늘어난 원인이 “문재인 정권의 이념적 부동산 정책 실패”라고 지적했다.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집값을 폭등시켰고, ‘임대차 3법 개정’ 등을 추진해 전세 문제를 악화시켜 수도권과 인천 아파트 전셋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거다. 또한, 강 대변인은 “전세 사기 범죄 폭증을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사실상 손 놓고 폭탄 돌리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전세사기 문제는 지난해 말 인천 미추홀구, 서울 강서구 화곡동 등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 ‘빌라왕’ 이슈와 함께 화제가 됐다. 과거의 전세사기 범행은 특정 임대인이 특정 임차인과 금융기관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최근의 전세사기 범행은 전문 전세사기 조직이 바지 임대인을 내세우고 수백~수천 명의 임차인을 목표로 범죄 과정을 설계한 뒤 분양대행업자,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를 동원했다는 차이가 있다.

20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국민의힘과 정부는 20일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해 피해 주택 경매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 금융권의 경매공매 유예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처=뉴스1
20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국민의힘과 정부는 20일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해 피해 주택 경매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 금융권의 경매공매 유예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처=뉴스1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강 대변인 지적처럼 '손을 놓고 있던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뉴스톱은 문재인 정부 집권기인 2017년 5월~2022년 5월 사이 ‘전세사기’ 키워드로 언론 보도와 정부 보도자료를 검색해 당시 사기 사례와 대책을 살펴봤다.

 

◆문재인 정부 전세사기 대책...‘단속, 보증보험 확대’

2019년 ‘부동산 중개 사기’ 사례가 크게 불거졌다. 월세 계약을 전세 계약인 것처럼 위장해 전세보증금을 빼돌리는 방식이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2014~2019년 사이 서울과 전북 익산에서 벌어진 전세 사기 사건은 대개 원룸과 오피스텔에서 20~30대 신혼부부나 대학생 등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부동산 거래에 서툰 젊은 층이 주된 피해자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 시기 발표된 전세사기 관련 대책 내용 정리. 출처=당시 언론 보도, 정부 보도자료
문재인 정부 시기 발표된 전세사기 관련 대책 내용 정리. 출처=당시 언론 보도, 정부 보도자료

정부는 ‘단속’에 집중했다. 경찰은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피싱, 생활, 금융사기를 ‘서민 3불’ 사기범죄로 선정하고 집중단속과 예방 활동을 벌였다. 전세사기는 당시 ‘생활사기’에 포함해 단속대상에 들어갔다. 2020년 5월 경찰은 5개월간 ‘서민경제 침해사범’ 단속 대상에 전세사기를 넣고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8월에는 부동산 범죄에만 집중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11월까지 100일간 전세사기 등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를 단속하는 계획이었다. 이때 단속대상에는 현재 전세사기 유형인 ‘전세보증금 편취’ 행위가 들어갔다. 당시 경찰은 전세사기범 110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인터넷에 올라온 부동산 허위매물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방안도 도입했다. 2020년 8월 국토교통부는 실제 없는 매물을 올리거나 과장하는 부동산 매물 광고를 올리는 중개업자에게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는 2020년 도입한 감시체계를 보완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보유한 실거래정보와 네이버부동산 등 부동산 플랫폼에 있는 매물정보를 비교해 거래 완료 여부를 검증하는 식으로 아파트 매매 광고를 단속했다. 다만 이 대책은 전세사기에 특화한 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후에도 건물 500채를 보유한 세 모녀가 세입자 수백 명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건이 터지자 정부는 ‘보증보험 가입 확대’시작했다. 2021년 8월부터 정부는 140만여채에 달하는 임대사업자 주택 전체에 대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임대사업자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를 대비해 신규 혹은 갱신계약시 무조건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이 대책은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담보로 시세의 60% 이상 대출을 받았거나 전세금이 시세보다 높은 ‘깡통전세’는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돼 ‘사각지대’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받았었다. 

2021년 전세금을 보증해주는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대책을 내놨다. 악성임대인을 형사고발하고 명단공개도 추진하는 방안이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세사기를 벌인 악성임대인을 압박하고자 형사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전세사기에 대한 형사조치를 추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곳으로 검사 출신 변호사 등 형사 업무 전문가로 구성된 기구였다. 지난해 3월 공사는 위원회를 열어 악성 임대인의 소유 부동산 관리, 수익권을 빼앗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국회에서는 전세사기 대책을 위한 법안이 제안됐지만 폐기되거나 심사단계에 머물러있다. 2019년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이 임차인, 공인중개사에게 제공해야 할 정보에 주민등록 전입세대를 추가한 ‘깡통 전세사기 예방법’을 발의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전세를 얻는 임차인이 임대대상물의 담보나 법적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게 만들고자 한 법이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이듬해 5월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다음 해 발의된 임대사업자 처벌 법안도 심사단계에 머물러있다.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사업자를 처벌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 보증금을 고의적으로,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는 임대사업자에게 10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은 아직 위원회 심사단계에 머물러있다.

 

◆경매 중지 등 ‘전세사기’ 종합대책 낸 윤 정부

지난해 말부터 깡통주택을 수천 채 단위로 보유한 임대인, 이른바 ‘빌라왕’ 때문에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알려졌다. 건물주,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이 함께한 조직범죄임이 드러났다. 문제의 임대인이 사망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피해자가 속출했다. 최근 피해자들은 전국단위 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3일 게시한 전세사기 유형과 예방에 관한 카드뉴스 갈무리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3일 게시한 전세사기 유형과 예방에 관한 카드뉴스 갈무리

윤석열 정부는 올해 2월 전세사기 종합대책을 내놨다. 같은 사기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예방’에 초점을 뒀다. 전셋값을 부풀리는 데 활용된 전세 보증보험 제도와 감정 평가를 손보기로 했다. 1~2%대 낮은 이율로 대출을 늘리는 등 피해자를 돕는 대책도 함께 나왔다. 이에 대해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정부 대책은 예방대책에 불과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긴급 주거지원 실효성을 높이고 피해실태조사와 이를 구제할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해자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는 다시 대책을 내놓고 있다. 19일 정부는 피해자 거주 주택에 대한 금융회사의 경매 매각 처분을 미루는 방안을 중심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집이 팔리는 시기를 미뤄 주거 안전을 보장한다는 차원이다. 정부와 여당은 20일 피해 주택 경매 시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매로 넘어간 집을 피해 임차인이 먼저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공공기관이 임차인 보증금을 우선 반환해주자는 제안에는 실효성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정부가 검토 중인 대책의 실효성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박효주 간사는 19일 인터뷰에서 “경매 중지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협조를 요구해야 할 상황이라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만 실효성을 말할 수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은 피해자들의 보증금 회수 여부”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경매 중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재진 세명대학교 도시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19일 인터뷰에서 “실질적으로 정부가 경매를 중단시키려면 채권 기관들과 합의가 되어있어야만 가능하다”며 장기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피해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서 공급하고, 그 주택에 피해자를 우선 입주시키는 것도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전세사기 사건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문 정부는 이에 대한 단속과 보증보험 가입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말 빌라왕 사건 등으로 조직적인 전세사기 범죄가 알려지게 됐다. 정부는 전세사기에 집중해 추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셋값을 부풀리는 제도를 손보는 대안과 피해자 구제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부분적인 대응은 있었지만 전세사기에 특화된 대책은 많지 않았다. 본격적인 대책이 나온 윤석열 정부 시기는 범죄에 공인중개사, 분양대행업체 등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이 이슈가 된 이후였다. 따라서 국민의힘 강 대변인 주장대로 문 정부 시기 전세사기 대책이 실효성이 없었을 수는 있겠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고 평가하려면 사안의 무게가 시기별로 달라진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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