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안철수 "재보궐 국회의원은 같은 지역구 한번 더 출마가 통례"?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7.0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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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선거 당선자는 같은 지역구에서 재출마하는 게 ‘통례’일까? 총선이 1년 남짓 다가온 가운데 당내 공천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기존 지역구인 분당갑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나오자, 이 지역구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를 견제하는 발언을 했다. 

안 의원은 7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재보궐선거로 1년 10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사람은 사실은 주민과의 약속이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 번 더 나가는 것이 지금까지 정치권에서의 통례”라고 말했다. 

7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전화로 연결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모습. 출처=CBS
7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전화로 연결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모습. 출처=CBS

재보궐선거는 지역구 국회의원, 지역구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자리가 비었을 때 이를 보충하고자 실시하는 선거다. 재보궐선거 당선자는 기존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됐을 때, 부정부패로 인한 형벌을 받는 경우에 대신 자리를 채운다. 재보궐선거 당선자 임기는 당선된 뒤로 전임자 임기만료일까지다. 

임기 도중 당선자가 바뀌기 때문에 재보궐 당선인의 임기는 다소 짧다. 안철수 의원은 재보궐선거에 내세운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다음 총선에 같은 지역구 후보로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실제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모든 국회의원은 같은 지역구 후보로만 출마했는지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2010년 이후 재보궐 당선자...다음 총선 ‘같은 지역구’ 출마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 사례를 살펴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당선인통계' 재보궐선거 결과창에 조회되는 2010년 7월 28일 선거부터 지난해 재보궐선거까지의 당선자를 확인했다. 총 9번 진행된 재보궐선거로 뽑힌 5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다음 총선에 다른 지역구로 출마한 사람은 없다. 안철수 의원의 주장은 사실인 셈이다.

이에 대해 공약 이행을 확인하는 시민단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5일 통화에서 "통례 여부에 대한 의견은 없다"며 "지역 주민에게 공약을 제시하고 당선이 됐으니 공약에 대한 신의를 지키지 않고 지역구를 옮기는 게 적절치 않다고 당내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관계자도 뉴스톱에 "통례인지 확인해본 바가 없고, 가치 판단의 영역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재보궐 다음 총선 이후엔 지역구 바꿔서 출마한 정치인 많아

재보궐 직후 치러진 총선은 아니지만 이후에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 의원은 상당히 많았다. 발언의 당사자인 안철수 의원은 2013년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2016년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 출마했다. 하지만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성남분당갑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손학규 전 의원은 재보궐선거에만 3번 나간 특이한 사례다. 1993년 경기 광명을 재보궐선거 후 1996년과 2000년 총선 모두 같은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2008년 지역구를 '서울 종로'로 옮겼다. 손학규는 2011년 재보궐에서는 경기 성남분당을로 옮겼다가 2014년 재보궐에서는 경기 수원병으로 다시 옮겼다.  

이정현 전 의원(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도 2014년 재보궐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16년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 나와 당선되어 이변으로 기록됐다. 이정현은 이후 보수정당 사상 처음으로 호남출신 당대표가 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이정현은 2020년엔 '서울 영등포을'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했다. 내년 총선엔 다시 전남 순천 혹은 옆 지역구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김태호 의원은 2011년 김해을 재보궐선거에 나가 당선됐고 2012년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로 출마했다. 하지만 2020년엔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으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했다. 이밖에 안상수 전 의원, 고 배덕광 전 의원, 정미경 전 의원은 재보궐 이후 같은 지역구지만 이름이 바뀐 곳 혹은 옆 지역구로 출마했다. 

2010년 7월 28일 이후 치른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선자 가운데 직후 총선이 아닌, 그 이후 총선에서 지역구를 옮긴 경우만 표시했다.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당선인 통계, 선거벽보
2010년 7월 28일 이후 치른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선자 가운데 직후 총선이 아닌, 그 이후 총선에서 지역구를 옮긴 경우만 표시했다.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당선인 통계, 선거벽보

같은 지역구에서만 쭉 출마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역구를 계속 바꿔서 출마하는 정치인도 종종 있다. 주로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정치인이 지역구를 자주 바꾼다. 정동영 전 의원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네 번 지역구를 바꿨다. 1996년, 2000년엔 전주 덕진에서 당선,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비례대표 출마했다가 노인폄훼 발언으로 사퇴, 2008년에는 서울 동작을 낙선, 2009 재보궐선거땐 무소속으로 전주 덕진 당선. 2012년 서울 강남을 낙선. 2015년 재보궐선거에선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88년, 1992년 선거에서 '부산동'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지만, 1996년 총선에선 통합민주당 서울 종로 후보로 나섰지만 이명박 신한국당 후보에게 패배. 1998년 재보궐선거에서는 '서울 종로' 후보로 나와 당선됐다. 하지만 2000년 총선에서 노무현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종로를 등지고 '부산북·강서을'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은 이때 붙었다.  

정치인이 총선 지역구를 바꿔서 출마하는 것에 대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국회의원은 지역 대표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국가의 대표”라며 “의원 한명 한명이 입법기관으로서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옮기는 게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축구 국가대표 선수를 예시로 들었다. 예를 들어 지역구 의원은 프로축구 수원팀의 선수이면서 국가대표로 차출된 경우로 볼 수 있다. 이 선수는 소속은 수원이지만 동시에 국가대표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선수가 수원팀을 위해서 국가대항전에서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면 국가대표로서의 의무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구 의원도 자기 지역구만을 위한 건설, 교통 예산 확보에만 힘쓴다면 전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일 지역구 3연임 금지'...정치권 논의 대상

2013년 5월 출간된 21세기정치학회보 논문 <지역주의에 기초한 한국 정당의 공천에 관한 연구>는 1992년 14대 총선부터 2012년 19대 총선까지 6차례 선거에서 양대 정당 소속 지역구 현역의원의 공천 자료를 분석한 자료다. 분석 결과 현역의원들은 전체적으로 약 3분의 2 정도가 다시 정당의 공천을 받아서 같은 지역구 선거에 출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동일 지역구나 유사한 지역구에서 3연임을 한 의원이 55명이라고 밝혔다. 기존 지역구가 합쳐지거나 나눠진 경우도 포함한 결과다. 이 수치는 지역구 의원 중 21.7%이자 국회의원 정원 기준 18.3%에 달한다. 지역구 의석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와 서울에서 지역구 3연임 의원 중 절반 이상인 28명이 분포됐다. 이와 달리 민주당 텃밭인 광주와 전북, 국민의힘 강세인 경북에서는 1명도 없었다. 수도권 등 총선 경합 지역에서는 기반을 다져놓은 현역 의원을 재공천해 선거에서 우세를 점하려는 경향을 보인 반면, 공천이 곧 출마인 지역에서는 내부 경쟁이 치열해 현역이라도 재공천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한 지역구에 너무 오래 출마하는 것이 정치 신인 발굴을 막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안으로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연임 출마 제한’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 측에서도 3연임 금지에 공감을 표하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를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리하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재보궐선거로 뽑힌 사람은 같은 지역구 후보로 다음 총선에 나오는 게 통례’라는 발언은 지난 재보궐선거 당선자 선거 이력을 살펴볼 때 ‘사실’이다. 2010년 이후 9차례 재보궐선거 국회의원 당선자 가운데 직후 총선에서 다른 지역구로 옮겨 출마한 사람은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직후가 아닌 그다음 총선에서는 탈당, 입당, 합당 등 정치적 상황변경으로 안철수 의원처럼 지역구를 옮겨서 출마한 사례가 다수 있다. 국회의원은 ‘지역구’로 뽑지만, 국가 전체를 위한 입법 대표자를 뽑는 성격이므로 지역구 변경에 대한 문턱이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정치권에서는 한 지역구에서 3번 이상 출마하는 것을 막겠다는 논의가 심심찮게 이뤄진다. 이런 점도 감안해 더 적절한 공천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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