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소고기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 전 세계 수십만명?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6.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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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토론 중 광우병이 다시 언급됐다. 6월 26일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긴급 토론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토론하던 중에 나온 이야기다.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성을 두고 논쟁을 하다가 15년 전 ‘광우병 사태’로 이야기가 번졌다. 

6월 26일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방송 화면 갈무리.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광우병과 관련해 논쟁을 벌였다. 출처=TV조선
6월 26일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방송 화면 갈무리.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광우병과 관련해 논쟁을 벌였다. 출처=TV조선

토론회 진행자는 “광우병 때도 소고기 먹으면 다 죽는다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느냐”며 “그걸 빗대봤을 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막연한 위험에 대한 의혹 아니겠느냐”고 질문했다. 

위 의원은 “광우병은 괴담이 아니”라며 “광우병 사태는 당시 이명박 정부가 밀실 행정을 통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와 특정 부위까지 수입하겠다고 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위 의원은 또한 “결국 30개월령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고, 특정 부위는 수입하지 않는 걸로 결론 났다”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30개월 이상 된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이 세계에서 한 명이라도 나왔느냐”고 물었다. 위 의원은 “미국에서 광우병 걸린 소가 발견이 되지 않았느냐”며 “수십만명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정치권에서 과학에 기반을 두지 않은 괴담의 사례로 광우병 사태가 언급되곤 한다. 인간 광우병 관련 최신 통계와 자료를 통해 정치권 언급이 사실인지 살펴봤다. 

 

◈전 세계 인간 광우병 감염자...232명 

전 세계적으로 이른바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올해 2월 기준으로 232 혹은 233명이다. 인간 광우병은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소의 위험 부위를 섭취해 감염되는 ‘변종 크로이츠벨트-야콥병(vCJD)’을 말한다. 영국 국립CJD연구감시센터가 발간한 자료에 나온 수치상 전 세계 vCJD 발생 건수는 12개국 총 233건이다. 영국이 17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프랑스는 29명, 스페인 5명, 아일랜드 4명, 미국 4명 등이다. 한국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통계에는 프랑스 감염자 수치가 1명 더 적어 총 232명으로 나온다. 같은 출처의 자료인데 1명 차이가 있다. 

영국 국립CJD연구감시센터가 밝힌 변형CJD(인간 광우병) 발생 현황. 총인원은 233명인데 미국에서 발생한 세 번째 환자는 어린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주할 때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고, 네 번째 미국 환자는 미국 본토 바깥에서 거주했을 당시 감염됐을 거라는 내용이 담겼다. 출처=The National CJD Research & Surveillance Unit(NCJDRSU)
영국 국립CJD연구감시센터가 밝힌 변형CJD(인간 광우병) 발생 현황. 총인원은 233명인데 미국에서 발생한 세 번째 환자는 어린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주할 때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고, 네 번째 미국 환자는 미국 본토 바깥에서 거주했을 당시 감염됐을 거라는 내용이 담겼다. 출처=The National CJD Research & Surveillance Unit(NCJDRSU)
올해 4월 7일 발간된 질병관리청 CJD 관리지침에 담긴 올해 2월 기준 변형 CJD 전 세계 발병현황. 영국 홈페이지에 게시된 숫자와 1건 차이가 있다. 출처=질병관리청
올해 4월 7일 발간된 질병관리청 CJD 관리지침에 담긴 올해 2월 기준 변형 CJD 전 세계 발병현황. 영국 홈페이지에 게시된 숫자와 1건 차이가 있다. 출처=질병관리청

위성곤 의원도 추후 보도자료와 페이스북 게시물로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232명이 맞는다고 했다. 위 의원은 “수십만명”이라는 표현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언급한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건수는 ‘19만여 건’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3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세계적으로 약 19만 건의 소해면상뇌증(BSE), 이른바 광우병이 발생했다. 

 

◈인간 광우병...명칭 구분 필요 

인체 내부 프리온 단백질이 비정상적 단백질로 바뀌어 세포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쌓여서 변성될 때 생기는 병을 전염성해면상뇌병증(TSE)라고 한다. 그중 대표 질환으로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있다. 그런데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다른 경로로 감염된다. 출처=질병관리청 2023년도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관리지침
인체 내부 프리온 단백질이 비정상적 단백질로 바뀌어 세포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쌓여서 변성될 때 생기는 병을 전염성해면상뇌병증(TSE)라고 한다. 그중 대표 질환으로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있다. 그런데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다른 경로로 감염된다. 출처=질병관리청 2023년도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관리지침

병의 명칭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광우병은 소에게 발생하는 만성 신경성 질병, 소해면상뇌증(BSE)이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 감염에 따른 신경세포 변화로 기립불능, 전신마비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100% 폐사하는 질병이다. 현재까지 BSE의 전파는 이 병에 걸린 소의 뼈 등이 함유된 사료를 섭취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사람에게 생기는 질환은 따로있다. 단백질 변형으로 뇌에 구멍이 생기는 건 비슷하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도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관리지침>에 따르면,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변형 프리온 단백이 중추신경계에 쌓여 신경계가 변형되어 생기는 병이다. 뇌가 광범위하게 파괴되어 스폰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CJD는 감염경로에 따라 산발성, 가족성, 의인성으로 분류된다. 자연적인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산발성 CJD가 85~9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족성은 유전적 소인에 따라 발병하는 것이다. 의인성은 감염된 조직에 접촉해 발생하는데, 감염된 각막을 이식받거나 감염자 뇌에서 추출된 호르몬의 주입 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와 별도로 인간 광우병으로 알려진 것은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다. 감염 경로가 앞선 CJD들과 다르지만, 나타나는 증상이 비슷하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섭취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전체 CJD 가운데 1~2%만 차지해 발생 비율이 높지 않다.

 

◈2008년 당시 논란 대상...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문제

2008년 당시 광우병 사태 자체가 괴담에 따른 결과라고 보긴 어렵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 기록에 따르면, 2008년 4월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다. 1단계로 30개월 미만 소에서 생산된 갈비 등, 뼈 포함 쇠고기(특정위험물질 등 제외)를 허용했고, 2단계로 미국이 ‘강화된 사료금지조치’를 공포할 경우,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도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미국과의 합의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등 강하게 반발이 계속되었다. 

그 이유는 광우병 위험 요인이 큰 뇌, 척수, 머리뼈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부위조차 수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양국은 30개월 미만 소의 경우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를 뺀 뇌, 머리뼈, 척수, 눈에 대해 모두 수입을 허용하도록 합의했다. 미국 안에서조차 식용 판매를 금지하던 부위였다. 또한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나와도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하는 ‘수입위생조건 5조’도 문제가 됐다. 

2008년 6월 정부는 미국과 추가합의를 거쳤다. 미 정부가 보증하는 ‘한국수출용 30개월령 미만 증명 프로그램’을 통해 30개월 미만 소만 수출할 수 있게 했다. 2회 이상 식품안전위해 징후가 발견되면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해당 작업장의 수출작업 중단 요청이 가능해지게 됐다, 또한 뇌, 눈, 척수, 머리뼈 등 광우병 관련 물질이 있다고 하는 4개 부위는 수입을 금지했다. 2008년 6월 말부터 시작된 이런 방식의 검역 규칙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정리하면, 전 세계에서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에 걸린 사람 수는 올해 2월 기준 232명이다. 영국에서 발생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동물성 사료를 먹인 소고기를 섭취한 사람 가운데 감염자가 많았다. 이후 동물성 사료 섭취가 금지됐고, 그 이후엔 감염자 수가 줄었다. 소가 걸리는 광우병(BSE) 발병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19만 건이 있다. 최근까지 감염 사례가 나올 때마다 우리 정부는 해당 국가에 대한 수입검역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례는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수십만명에 달하는 것도 아니다. 적은 확률이지만 인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니 검역 조치가 강화돼 왔다. 미국에서도 광우병을 옮길 가능성이 높은 30개월령 이상 소의 등뼈는 특정위험물질로 지정돼 국내법으로 식용이 금지됐다. 공포를 조장하는 숫자 부풀리기도 적절하지 않지만, 아예 위험성이 없다는 식으로 논쟁에 활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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