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과는 받아내겠다는, '짠한' 윤석열

[뉴스의 행간] 국감장에 나온 윤석열 검찰총장

  • 기사입력 2019.10.18 08:38
  • 최종수정 2019.12.09 15:34
  • 기자명 김준일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은 사퇴했지만 조국 정국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습니다. 출석 자체가 화제가 된 만큼 발언 하나하나에 많은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여야 모두 각자의 시각에서 하고 싶은 질문을 했고 윤 총장은 거침없이 답을 했습니다. <국감장에 나온 윤석열>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짠한 총장님, 얼마나 힘들까

일반적으로 검찰총장이 국감에 출석하면 야당은 공격하고 여당이 감싸는 게 익숙한 풍경입니다. 그런데 17일 국감장에선 정 반대의 상황이 나왔습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영웅으로 추앙을 하다가 살아있는 권력 조국을 수사하니까 만고역적으로 ‘검찰춘장’이라는 놀림까지 받게 됐다”고 말했고,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늘 서초동으로 오면서 짠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총장님 얼마나 힘들까”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해 “성역없이 수사할 거죠? 그때도 총장님 칭찬하고 계신 여기 계신 분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개인적 관심거리”라고 말을 했습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정경심 교수 소환과 패스트트랙 수사를 비교하며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총장은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다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회법 위반 사안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될 것을 예고한 겁니다. 모든 수사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욕을 먹는 현 상황에서 검찰을 여야 모두를 강도높게 수사하는 방식으로 검찰의 살 길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이명박이 가장 쿨해

이철희 의원이 “검찰에 대한 중립성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현 정부 중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적인가. 어렵냐”고 묻자 윤 총장은 “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뭐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바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자 총장님 좋습니다. 자 그러면..“이라고 다음 질문을 했습니다. 이 의원이 예상했던 질문이 안 나오자 당황해 빨리 주의를 돌린 겁니다.

윤석열 총장의 발언은 상당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댓글 수사로 압력을 가했던 박근혜 정부는 당연히 선택할 수 없었고, 문재인 혹은 이명박 정부를 택해야 했는데, 이명박을 택한 겁니다. 한마디로 애기하면 현 정부는 쿨하지 못하다, 조국 장관 수사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하고 있다고 돌려서 비판한 겁니다. 이 발언으로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한 윤 총장의 사고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하는데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알아서 다 잘할 것이란, 검찰 조직에 대한 믿음, 조직을 사랑한다는 윤석열의 속내를 드러낸 겁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은 BBK 의혹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광우병 보도를 한 MBC 피디수첩을 기소하고, KBS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려는 정부 방침에 동조해 무리하게 배임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정치검찰의 오명이 가장 높았을 때가 바로 MB 정권 시절입니다. 윤석열 총장의 선택적 기억입니다.

 

3. 한겨레 사과는 받아야겠다

윤석열 검사가 건설업자 윤중천에게 접대받은 증언이 나왔음에도 검찰이 조사도 하지 않고 덮었다는 한겨레에 대해 윤석열 총장은 “이 언론은 우리나라 대표 정론지다. 저는 사과를 받아야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왜 이런 보도를 하게 됐는지 (설명하고), 같은 지면에 공식 사과를 한다면 고소 취하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겨레는 첫 보도를 한 뒤 후속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에 대해 문제를 삼는 취지는 알지만 국회의원,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등 이런 사람들은 시민으로서 권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발언의 강도나 내용으로 볼 때 윤석열 총장은 한겨레 보도의 의도에 의심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여권 쪽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윤석열에 불리한 보도를 해 자신을 찍어내려는 의도가 한겨레 보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아직 진행중인 사안인데다, 윤중천의 증언을 들은 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로 드러나는 상황인만큼. 한겨레가 1면에 사과기사를 낼 리가 만무합니다. 윤총장의 강경한 태도는 여권에 대한 메시지, 즉 조국 수사를 방해하고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 나는 갈길을 가겠다는 의중을 명확히 밝힌 것입니다. 한겨레 고소건은 윤 총장이 사퇴하거나, 조국 장관 수사건이 모두 마무리 된 이후에 정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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