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받은 김윤옥에 뇌물수수 적용 가능할까

  • 기자명 최윤수
  • 기사승인 2018.03.28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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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수의 법률 팩트체크] 알선수재죄ㆍ뇌물수수죄ㆍ제3자뇌물제공죄 가능성 확인해보니

2018년 3월 23일 헌정 사상 4번째로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초 구속된 사람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1995년 11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상 뇌물수수 등 혐의가 적용됐다. 얼마 후인 1995년 12월 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형법상 반란 수괴 등 혐의로 구속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31일 특가법 뇌물수수 등 총 13개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가법(뇌물)과 횡령으로 구속됐다고 알려졌을 뿐 정확한 혐의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수사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공소제기 시에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윤옥 여사(왼쪽)와 이명박 전 대통령. 두 사람 모두 구속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영부인이었던 김윤옥 여사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2018년 1월 19일경 김윤옥 여사가 대통령 당락을 바꿀 정도로 경천동지할 세 가지 일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중 하나는 김윤옥 여사가 2007년 8월경 재미교포 사업가로부터 에르메스 명품 가방을 선물받은 일로 밝혀졌는데, 가방 안에 현금 3만달러가 들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 밖에 2007년경 큰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를 통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금원을 받았다거나 2011년 10월경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활비 1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김윤옥에게 알선수재죄 적용 가능성 낮아

영부인이 명품가방이나 현금을 받았다면 뇌물죄에 해당할까. 형법 상 수뢰죄나 사전수뢰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 또는 중재인” 혹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뇌물을 수수해야 한다. 김윤옥 여사는 대통령의 배우자일 뿐 공무원이 아니므로, 혼자서는 뇌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형법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다만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 등을 수수하면 알선수재죄로 처벌된다(특가법 제3조).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이 김윤옥 여사의 금품수수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도 김윤옥 여사가 이 전 대통령에게 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면 알선수재죄가 된다. 알선수재죄는 2007년 12월 21일 전까지는 공소시효가 5년, 그 이후에는 7년이므로, 김 여사가 2007년경 금품을 수수한 것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됐다. 2011년 10월경 특활비를 받은 것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으나, 알선수재죄에 해당할지 미지수다.

특가법 제3조(알선수재)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알선수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선의 상대방인 공무원이나 그 직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까지는 없어도, 알선 사항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고, 금품수수 명목이 그 사항에 대한 것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단지 금품을 주는 사람이 수수자에게 잘 보이면 그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는 정도였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도5655 판결).

국정원에서 영부인에게 특별한 사항에 대한 알선을 위하여 금품을 주었을까. 수사를 통해 밝힐 부분이지만,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과 상의한 뒤 받았다면 뇌물수수죄 가능성

수사의 방향은 김 여사가 공무원인 이 전 대통령과 공모하여 직무에 관련한 금품을 수수했는지에 맞춰질 것이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뇌물죄의 주체가 되는 공무원과 뇌물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아도 수수한 사람이 공무원의 대리인이나 공무원이 생활비를 부담하는 등 사정이 있어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에 있을 때는 제3자 뇌물제공죄(형법 제130조)가 아니라 뇌물수수죄(형법 제129조 제1항)로 본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8077 판결). 최순실(개명 후 이름 최서원)도 공무원이 아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하여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제3자 뇌물제공죄는 뇌물수수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므로, 뇌물수수죄를 적용할 때 처벌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때 성립한다(형법 제129조 제1항).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여 정부의 중요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등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이 넓게 인정된다.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판결). 따라서 김윤옥 여사가 대통령 당선 이후 금품을 받은 경우 이 전 대통령과 공모했다면, 뇌물수수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후보 시절 금품수수에 사전수뢰죄 적용 여부 논란

김 여사가 금품을 수수한 시점이 대통령 취임 전인 경우에는 사전수뢰죄(형법 제129조 제1항)가 문제된다. 이 경우에는 뇌물수수죄와 달리 청탁이 있었는지까지 입증되어야 한다. 또한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어느 순간부터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하는지도 논란이다. ①선거의 입후보자는 사전수뢰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견해, ② 단순히 입후보자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여론조사 결과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해당한다는 견해, ③ 입후보자는 높은 도덕성이나 청렴성이 요구되므로, 해당한다는 견해가 대립된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하지만, 그 전이라면 사전수뢰죄 적용대상이 되는지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공소시효도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기소되지 않으므로(대한민국헌법 제84조), 내란 또는 외환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는 대통령 임기 중 공소시효가 정지된다(헌법재판소 1995. 1. 20. 선고 94헌마246 결정).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이 김 여사와 공모하여 2007년 및 2011년 각 3천만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

특가법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ㆍ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그 수수(수수)ㆍ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가액)(이하 이 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수뢰액이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수뢰액이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그러나 김윤옥 여사의 경우에는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으므로, 1억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것이 아니라면, 2007년 수수한 금품과 관련해서는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했다. 결국 김윤옥 여사가 받은 에르메스 백의 가격과 그 안에 현금 3만달러가 들어 있었는지를 정확히 조사를 해야 처벌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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