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일본 수십차례 사과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대리보상’?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3.03.2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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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의 한 주간 팩트체크 기사 소개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반성과 사과를 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정부 차원에서 ‘대리 보상’을 했다’, ‘독일과 프랑스, 중국과 일본도 화해했다’, 지난 주 관심을 모은 이슈와 발언입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크 관련 주요 뉴스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1.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 사과... 문제는 진정성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반성과 사과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도 일본이 지금까지 50차례 넘게 사과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 SBS에서 따져봤습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SBS 방송화면 갈무리

해방 이후 일본 정부의 첫 유감 표현은 1960년 고사카 젠타로 외무상이 한국을 방문해 “과거 관계는 유감”이라고 했던 발언입니다.

이후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방한해 “불행한 역사를 엄숙히 받아들인다”며 총리 자격 첫 유감을 표했고, 이듬해 히로히토 전 일왕은 “불행한 과거는 유감이다, 다시는 반복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일왕의 첫 유감 표명이었습니다.

이후로도 이어진 일왕과 총리 자격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최소 53차례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 사과나 유감 표명을 했던 당사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역사 왜곡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대표적입니다. 2007년 3월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했다가 바로 다음 달 사과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집권 2기인 2013년 4월에는 식민 지배를 사과하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합니다. 하지만 이듬해 또 사과하며 계승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2015년 4월에는 위안부 피해자에 사과하면서도, 동시에 군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함께 썼습니다.

사과, 유감으로 볼 수 있는 표현이 ‘횟수’로 따지면 많았지만, 역사 왜곡 발언도 계속되면서 사죄의 진정성 문제가 늘 제기됐던 것이 한일 관계의 역사였습니다.

 

2. 노무현 정부 때도 강제동원 ‘대리 보상’?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과 관련해 과거 정부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은 이미 사라졌다고 판단해 당시 정부 차원에서 ‘대리 보상’을 했다는 것입니다. YTN오마이뉴스에서 짚어봤습니다.

YTN 방송화면 갈무리
YTN 방송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했다고 규정했습니다. 역대 정부가 같은 기조를 유지하며 정책을 펴왔다며, 특히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의 보상을 언급했습니다.

특별법 제정의 근거가 됐던 2005년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에는 이해찬 당시 총리를 공동위원장으로 해 부처 장관들과 사회 지도급 인사가 참여했습니다.

당시 민관위원회는 한일청구권협정 이후 우리 정부가 일본에 추가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1965년, 일본 정부가 불법성 자체를 부인하며 법적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있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협정 대상에 포함됐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확히 설명했습니다.

다만 우리 정부 재정으로 피해자들에게 추가 보상하는 건 도의적 차원이라고 규정했습니다. 1975년 보상 대상에 부상자나 생존자 등이 빠지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한단 의미입니다. 나아가 이는 우리 정부가 일본에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는 차원이라며, 징용 과정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일본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대법원 또한 2018년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살아있다고 판단하면서 2007년 당시 추가 보상의 법적 성격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3. 윤 대통령이 꺼낸 ‘독일·프랑스’ ‘중국·일본’ 화해,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주도적이고 전향적인 한·일 관계 개선을 주장하며 1960년대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 1972년 중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사례를 들었습니다. 경향신문에서 따져봤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1963년 ‘엘리제 조약’을 체결하며 공식 화해했습니다. 당시 콘라트 아데나워 서독 총리가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을 방문해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과 우호조약을 맺었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 속에서 국경을 맞댄 양국의 경제·안보상 교류·협력 필요가 컸다는 배경은 현재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추진 이유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과거사를 대하는 독일의 태도는 일본과 달랐습니다. 독일은 프랑스에 일관되고 진정성 있게 사과·반성했고 프랑스는 화해·용서로 호응했습니다. 헬무트 콜 전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요아힘 가우크 전 대통령 등 독일 지도자들은 프랑스를 찾아 지속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독일 법원은 지난 해 101살 나치 전범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는 등 현재도 과거사 청산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며 강제동원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1993년 고노 담화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10년 간 나오토 담화 등을 통해 과거사를 사과·반성했지만, 사죄 표현을 담지 않은 2015년 아베 담화나 일본 지도자들의 전범 신사참배 등이 이어지며 사과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 고위급 인사들은 여전히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있으며, 현직 총리도 공물을 바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1972년 “중·일 양국 인민의 우호를 위해 일본에 대한 전쟁 배상 요구를 포기한다”는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의 선언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는 일본의 과거사 책임 인정이 수반됐습니다. 공동성명에는 “일본 측은 과거 전쟁을 통해 중국 국민에게 중대한 손해를 줬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한다”는 문구가 적시됐습니다.

중국인과 한국인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대응도 판이합니다. 한국과 중국은 각각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1972년 중·일 공동선언상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는지를 놓고 일본과 갈등을 빚었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중국인 강제노역 피해자들은 2000년대에 니시마츠건설·가지마건설·미쓰미시광업 등 일본 가해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 등을 진행해 사과와 배·보상을 받아냈습니다. 반면 한국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2018년 한국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 기업으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일본정부는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강제동원 문제에 명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독일은 과거사와 관련해 프랑스에 진정성을 갖고 일관되게 사과했습니다. 일본은 중국에는 전쟁 책임을 반성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지만, 한국에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4. 한일 관계 개선으로 ‘수출’ 좋아진다? 같은 계산법으로 ‘수입’은?

한일 정상회담 직후 양국의 관계 개선으로 무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는 경제인단체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국의 대일 수출액이 연간 27억 달러, 우리 돈 3조 5천억 원 정도 늘어날 거라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전망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수입은 어떨지 YTN에서 따져 봤습니다.

YTN 방송화면 갈무리
YTN 방송화면 갈무리

한일 정상회담 직후 나온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연구소의 분석은 “우리나라 수출액이 연간 26.9억 달러 증가한다.”였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기 전인 2017년과 2018년의 비중(4.9%)을 회복한다면 대일 수출액도 그만큼 늘어날 거라는 계산입니다.

같은 방법을 ‘대일 수입’과 ‘무역수지’에 적용해보니, 일본의 규제로 대일 수출 비중이 0.4%p 감소한 기간, 일본에서의 수입 비중은 3.4%p로 훨씬 많이 줄었습니다. 2017년과 2018년 전체 수입 중 일본의 비중은 10.8%였지만, 지난해에는 7.4%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대일 수입액 비중에 2017년과 2018년 수준인 10.8%를 대입하면 일본에서의 수입액은 약 272억 달러 증가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대일 무역수지를 따져보면, 약 245억 달러의 적자가 더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수출액 증가분보다 수입액 증가분이 훨씬 크기 때문인데 현실화하기는 어려운 수준입니다.

한일 관계 개선으로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액이 약 27억 달러 늘어날 거라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전망은 수출 증가라는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일 수입 품목에 중간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13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복합적인 지표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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