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일본 '돌고래 떼죽음'은 지진 전조?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04.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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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지진 예측할 수 있다” 속설 검증
관련 연구 있지만, 아직까지 과학적 근거 밝혀진 바 없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모은 글이 있습니다. “일본여행을 가려는 데, 돌고래 집단 좌초가 있었고 이는 대지진 전조현상이라는 기사들을 보고 걱정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관련한 언론보도들이 있고 돌고래 이외에 다른 동물들의 지진 전조현상을 다룬 기사들도 찾을 수 있습니다. 동물들이 지진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지 관련 연구들을 확인했습니다.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갈무리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갈무리

동물들의 지진예측 보도는 돌고래 외에도 다수 언론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2년 1월8월에는 산갈치, 2021년 2월에는 대왕오징어가, 2016년에는 개미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동물들의 ‘지진예측’은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속설로 실제사례가 언급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1975년 중국 요동지진이 있습니다. 당시 며칠 전부터 동물들이 이상 반응을 보여 주민 5만 명을 미리 대피를 시켰고 이후 실제로 강도 7.0의 지진이 났지만 희생자가 극히 적었다는 것입니다.

근거로는 동물들은 ‘감각이 인간보다 예민하다’ 혹은 ‘인간에게는 없는 감각이 있다’거나 세로토닌 호르몬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지진 예측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있었습니다. 특히 지진이 잦은 일본의 학계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75년 요동지진의 경우, 1년 뒤인 1976년 당산 지역 지진 때는 전조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결국 8.0 수준의 더 큰 지진이 일어나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진 전조현상이 일률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이상행동은 동물들이 사람보다 더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에 지진 ‘예측’이 아니라 조금 ‘먼저’ 느끼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진에는 P파와 S파가 있는데, 약한 진동인 P파는 전파 속도가 빠르고 강한 진동인 S파는 P파보다 느립니다. 약하지만 빠르게 도달하는 P파를 느끼는 동물들의 반응이 지진을 예측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2017년 한국재난정보학회 논문집에 실린 <동물 이상행동과 지진전조 가설검증 연구동향 및 한계점> 논문에서, 공동저자인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이소희, 박영진 연구원은 “관련연구에서는 데이터의 신뢰성 검증이 어렵고, 우연하게 계측된 데이터의 적은 샘플 수, 적합한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등 공통된 한계점을 지적하고 있다"며 "이에 지진예지에의 활용 가능성 검토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동물 이상행동과 지진발생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물의 이상행동으로 지진발생 등 재난을 예측하는 것은 관련 데이터의 신뢰성 검증이 어려우며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진행된 관련연구도 결론은 같았습니다. 오리하라 요시아키 일본 도카이대학 특임교수 연구팀이 2017년 일본지진학회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 ‘지진어’로 불리기도 하는 ‘사케가시라’와 산갈치 등 8종류의 심해어를 대상으로 연구했지만 지진을 예측했다는 과학적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결과는 미국 지진학회 학회지인 「Bulletin of the Seismological Society of America」에도 게재됐습니다.

지난 2월 튀르키예에서 진도 7.8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도 ‘새들의 이상행동이 관찰되었다’ 등의 소문이 돌자,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결론은 같았습니다. 개와 고양이 등이 먼저 느끼는 전조현상은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대부분 동물들의 이상행동은 일관적이기 않기 때문에 지진으로 인한 전조현상이라고 보기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기사에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USGS나 다른 어떤 과학자도 대지진을 예측한 적 없다”며, “현 시점에서 우리는 지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제대로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선 지진이 발생할 지역, 정확한 발생 시기, 지진의 규모 등 3가지를 맞춰야 하는데 현재까지 그 누구도 이 정도로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2022년 9월 호주 남동부 태즈메이니아 섬에서는 둥근머리돌고래 230여마리가 집단 좌초했고, 같은 장소에서 2020년 9월에도 참거두고래 270여마리가 좌초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호주에서 지진이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2021년 9월 22일에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에서 진도 5.9 지진이 발생했지만 돌고래 집단 좌초와는 시차가 1년이 납니다. 

정리하면 동물들은 지진을 예측한다는 속설은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일본 기상청미국 지질조사국 홈페이지에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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