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우리도 있어요... 특수목적견의 세계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2.27 08: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9 구조견만 있는 건 아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현장에 파견된 우리나라 긴급구호대가 귀국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과 격려를 보냈는데요. 주목받지 못한 영웅, 언성 히어로가 있습니다. 과묵하고 그저 맡은 일에 충실한 대원들이죠. 이들은 우리 구호대가 구조한 생존자 8명 중 2명을 찾아내는 활약을 펼쳤다고 합니다. 바로 119구조견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119구조견을 비롯해 수많은 개들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기도 하지요. 특수목적견의 세계, 뉴스톱이 분석해봤습니다.

 

출처: 소방청
출처: 소방청

◈119 구조견

우리나라 해외긴급구호대 1진은 지진 발생 다음날인 7일 현지로 출발해 9일부터 구조활동을 펼쳤습니다. 긴급구호대는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고, 희생자 시신 19구를 수습했습니다. 외교부, 소방청, 육군 특수전사령부 등 수색·구조 인력 등 118명으로 꾸려졌는데요. 여기에 구조견 4마리도 포함됐습니다. 

이번에 파견된 구조견은 소방청 119구조본부 소속이구요. 이름은 토리, 토백이, 티나, 해태. 이렇습니다. 토리 토백이는 일곱살, 티나는 여섯살, 해태는 네살입니다. 견종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벨지안 말리노이즈입니다. 리트리버는 맹인 안내견으로도 많이 활약하는 종류이고요, 말리노이즈는 잘 알려진 셰퍼드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몸집이 좀 작습니다.

우리 구조견들은 재난 현장에 파견돼 생존자 구조에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요. 구조견 해태는 생존자 2명을 발견해 냈습니다. 토백이 토리 해태는 유리 파편 등에 발이 찔려 다쳤지만 붕대를 감고 현장에서 활약해 현지 언론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나라들이 지진 현장으로 구조대를 보냈습니다. 구조견들은 1~2년 정도 구조 탐색 훈련을 받는데요. 사람보다 1만배 이상 발달된 후각과 50배 이상 뛰어난 청각을 활용하여 재난현장의 생존자를 신속하게 탐색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재난 현장에서 희생자를 발견하면 짖거나 바닥을 긁는 방식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멕시코는 지진이 잦은 편이라 구조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현장에 구조견 16마리를 파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프로테오라는 이름의 벨지안 셰퍼드가 구조 탐색 도중에 숨졌습니다. 건물 잔해에 깔려 숨졌다는 이야기가 있고, 추위와 과로 때문에 숨졌다는 설이 있는데요. 멕시코 당국은 사인을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프로테오가 2명의 생존자를 구조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다는 것과 임무를 수행하던 중 숨졌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입니다. 멕시코 당국이 프로테오를 추모하는 행사의 동영상을 공개했는데요. 구호대원이 숨진 프로테오를 향해 "임무를 완수했다. 챔피언(mission completed, champion!)" 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울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귀국한 구조견은 어디로?

해외긴급구호대 1진과 함께 우리나라 구조견들도 귀국했습니다. 이후 구조견들은 어디로 돌아갈까요? 이번에 파견됐던 구조견들은 119 구조본부 소속인데요. 원 소속인 충청강원, 영남 특수구조대로 돌아가게 됩니다. 구조견은 구조탐색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2시간 이내로 일상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중앙119구조본부와 전국 시도 소방본부에서 119구조견을 운용하고 있는데요. 현재 전국의 119구조견은 모두 서른 다섯 마리라고 합니다. 견종은 벨지안 마리노이즈, 저먼 셰퍼드, 래브라도 리트리버 인데요. 이 견종은 사람을 잘 따르고 성품 변화가 적은 종이면서 의욕이 높아 어떤 냄새를 맡아야 원하는 먹이나 놀잇감을 얻을 수 있는지 빨리 깨닫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능력 덕분에 구조견으로 활용되는 것이죠.

 

◈다양한 특수목적견 

반려견과는 달리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개들이 있습니다. 특수목적견이라고 부르는 개들인데요. 직업이 있는 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장애인 보조견, 119 구조견, 수색 탐지견, 군견, 마약 및 폭발물 탐지견, 검역 탐지견 등이 있습니다.

개의 다양한 특성과 능력을 인간 활동에 빌려온 건데요. 장애인 보조견은 잘 알려진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있구요. 청각장애인 안내견, 지체장애인 안내견, 의료치료견 등이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복지부장관이 발급한 장애인보조견 표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311건이었다고 합니다. 장애인 보조견을 신청하는 분들은 많은데 이 가운데 20% 정도만 보조견을 배정받았다고 하네요.

다양한 특수 목적에 잘 어울리는 견종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군견과 경찰견은 대부분 독일 셰퍼드 또는 벨기에 말리노이즈 입니다. 날렵하고 영리하고 적응력이 뛰어나 추적, 정찰, 탐지 임무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다른 견종보다 인내심과 집중력이 뛰어나 탐지견, 추적견 임무를 주로 맡는다고 합니다. 진돗개도 군견 적격 판정을 받기는 했는데요. 주인에 대한 높은 충성심이 돌발 변수가 많은 임무 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합니다. 담당 군견병이 전역하거나 보직 변경 시 통제가 쉽지 않아 일반적으로는 잘 선발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마약탐지견으로 활약하고 있는 견종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스프링거 스파니엘입니다. 안내견으로는 온순하고 영특한 성격을 가진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수목적견의 정년

사람에게 정년이 있듯 이런 특수목적견들도 은퇴 시점이 있다고 합니다.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쇠퇴합니다. 지난 1월 영남119특수구조대의 구조견 ‘소백이’가 은퇴했는데요. 9년 동안 223건의 재난 현장에 출동해 13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합니다. 소백이는 2013년 생인데요. 지난해 10월 은퇴가 결정됐다고 하네요. 구조견의 고령화 기준은 7.7세~10.5세라고 합니다. 개의 한 살은 사람으로 치면 6~8세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소백이는 60세를 훌쩍 넘긴거죠. 마약탐지견은 보통 6~9년 정도를 활동한 뒤 은퇴하는 걸로 파악됩니다. 군견은 8살 안팎에 은퇴를 한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기관에선 은퇴견을 일반인에게 분양합니다. 입양 이후에는 해당 가정에서 여생을 보내는 거구요. 입양이 되지 않으면 해당 기관에서 생활한다고 하는데요. 은퇴견이기 때문에 최소 생활만 보장해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전에는 은퇴견들이 다른 개의 응급수술 등을 위해 헌혈을 하는 공혈견 용도로 쓰이거나, 동물 실험용으로 보내지기도 했었는데요. 관련 법 개정으로 특수 목적견은 동물 실험용으로 쓰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법 조문은 “장애인 보조견 등 사람이나 국가를 위하여 봉사하고 있거나 봉사한 동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금지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사람을 위해 그야말로 분골쇄신한 대가가 동물실험이어선 안 되겠죠.

출처: 관세청 홈페이지
출처: 관세청 홈페이지

◈은퇴견 입양하면 지원해 주나?

경상남도와 경기도 고양시가 은퇴 특수목적견을 입양할 경우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이들 지자체는 은퇴견의 예방접종비와 진료비, 사망시 장제비 등을 지원합니다. 고양시는 한 마리당 최대 25만원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조례가 없는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은 입양 이후에 고스란히 입양자의 자부담으로 은퇴견을 돌봐야 합니다.

평생을 인간을 위해 고생하다가 은퇴한 특수목적견은 기본적으로 고령인 경우가 많고 질병을 가진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반려견을 돌보는 것보다 더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인간을 위해 애쓴 특수목적견들이 은퇴 후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장애인 안내견 위탁 양육을 하고 싶어요

퍼피워킹이라고 하는데요. 안내견으로 성장할 강아지들을 생후 8~9주부터 1년 정도 사회화하는 과정입니다. 강아지들이 가정과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 자원봉사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친 뒤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요건이 굉장히 엄격한데요. 일단 하루종일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분이여야 하구요. 서울 수도권에 거주해야 하고 막내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어야 한다고 하네요. 다른 반려견과 함께 지낼 수도 없구요. 7~8개월이 되면 예비 안내견이 20kg 정도로 커지기 때문에 활동량이 많고 힘이 좋은 개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도 필수라고 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