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바드'에 한일 수장과 현안 물어보니... 중립적인 듯 하지만 틀린 팩트도

  • 기자명 윤재언
  • 기사승인 2023.05.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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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어로 한국 옹호하는 답변 나와
양국 수장 정보에 대해서는 틀린 정보 제시하기도
아직 정보 학습용으로 사용하기에는 과제 적지 않은 느낌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 이어 구글에서도 ‘바드(bard)’를 발표했다. 특이한 점은 기본 언어로 영어 외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최근 기자회견을 전하는 기사에 따르면 구글 CEO 순다 피차이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영어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언어 학습이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생성형AI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비교적 신기술에 긍정적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생각된다.

아래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여전히 복잡한 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민감한 문제와 정치 리더에 대해 양국 언어로 질문해보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 한국어로는 명확하게, 일본어로는 애매하게 대답

먼저 아예 양국 간에 부르는 이름이 ‘독도’와 ‘다케시마’로 갈리는 독도 영토 문제에 대해 물어봤다. 한국어 결과는 ‘독도가 명백하게 대한민국 땅’임을 설명하고 있다. 근대 이전 역사뿐만 아니라, 최근 국제법적 해석까지 제시하는 데 이어, 일본의 주장도 반박하고 있다. 마지막에 어디에선가 학습한 듯한 정부 입장까지 곁들여졌다(아래 사진).

 

 

추가로 ‘다케시마’라는 일본명을 한국어로 물어봤을 때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케시마는 일본이 부르는 독도의 이름입니다.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이며,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은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 측면에서 명백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아래 사진).

 

 

그렇다면 일본어로 물어봤을 때는 어떨까?

먼저 일본어로 ‘다케시마가 어디 영토인지 알려달라’고 물어봤다. 여기에 대해서는 “대규모언어 모델로서 저는 아직 학습 중이라 그에 대해서는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애매한 답이 돌아왔다(아래 사진). 대답을 회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학습이 덜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명확하게 한국 땅이라고도, 일본 땅이라고도 밝히지 않은 셈인데, 이번에는 다시 한번 일본어로 ‘독도(独島)는 어디 영토인지’ 물어봤다.

이번에는 다소 명확한 답이 나왔다. “독도(일본 호칭: 다케시마)는 일본해에 위치한 두 개의 작은 섬과 몇 개의 암초로 구성된 군도입니다. 양쪽 나라 모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둘의 주장을 다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독도가 한반도 일부라 주장하고, 일본은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독도문제는 양국 간 긴장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명확하게 어느 쪽인지를 인정하지 않고 완전히 중립적 입장에서 설명하는 셈이다(아래 사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어로는 명확하게 ‘인권 침해’ 사건이라며 일본군의 문제점과 사죄, 배상, 역사 직시 등을 지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어로 물어보자 “답변을 할 수 없다”고 해, 질문을 조금 변형했으나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아래 사진).

 

 

양국 수장에 대한 의견: 객관적인 평가 나열했지만 팩트 틀린 정보도 포함

다음으로는 양국 수장에 관해 물어봤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약력과 대선 이후의 정책과 공약, 보수·진보 양측의 반응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에는 “지켜봐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고 있다. 일본어 답변은 조금 더 길었다. 중간까지는 동일한 내용이었으나, 그 뒤에 “대단히 근면하고 바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감이 강하고 약자 편이라고도 한다”라는 좋은 성격과 “성격이 급하고 감정적이 될 때가 있어, 그 성격이 문제가 돼 실수를 범한 적도 있다”는 부정적인 점이 동시에 제시됐다(아래 사진).

 

기시다 후미오 수상 역시 비슷했다. 한국어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약력과 정책, 주장 등이 거론된 뒤, 개인적인 성격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있다. 다만 팩트에 문제가 있었다. 기시다에 대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처음 보는 내용이었다. 일본어 역시 구성은 비슷했다. 다만 부동산 정책에 대한 내용이 없었고, 해당 부분은 ‘정책입안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로 바뀌어 있었다. 즉 틀린 팩트는 없었다(아래 사진).

 

 

다음으로 양국에 깊은 인상을 남긴 전직 수장(문재인 전 대통령, 아베 신조 전 수상)에 대해 물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한국어 답변은 약력과 함께, 그 동안 추진했던 정책과 그 평가를 두루 다루고 있다. 내용도 특별히 팩트와는 어긋나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 문단에 “대한민국의 역사에 중요한 한 획”을 그었다는 높은 평가를 거론하며, “최초의 진보정당 출신 대통령”이라는 틀린 팩트를 제시한 게 눈에 띈다. 일본어 답변은 조금 더 심플하게 그 동안의 약력과 정책을 거론한 뒤, 평가가 엇갈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일본어 대답에도 ‘한국 첫 좌파대통령’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었다(아래 사진).

암살당한 아베 신조 전 수상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한국어 답변은 초반 부분 팩트가 틀려 있었다. 아베가 졸업한 대학 정보는 맞았지만, 그 뒤 “1982년 유리카모메에 취업”했다는 내용은 잘못됐다. 아베는 1979년부터 3년반 정도 고베제강소에 근무했다. 1982년에는 아버지인 신타로가 외무대신이던 시절 비서관으로 정계 입문한다. 유리카모메는 도쿄 오다이바 지역에 있는 모노레일로 회사 설립 자체가 1988년으로 시기도 맞지 않는다. 그 외 정보는 특별히 잘못된 내용은 없었다(아래 사진).

 

 

일본어 답변은 잘못된 팩트가 바로 잡혀 있었다. 고베제강 입사와 정계입문 시기도 정확했다. 다만 “1999년에 자민당 간사장에 임명됐다”(실제 간사장 임명은 2003년)는 다른 내용의 잘못된 정보가 있었고, 마지막 문단에서는 “아베는 물의를 빚는 인물이었다”는 단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면서 같은 문단에서 “일본 정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죽음을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다”고도 전하고 있다. 문장 연결이 다소 어색했다(아래 사진).

 

바드에게 몇 가지 질문을 입력한 결과, 전반적으로 한국어와 일본어로 물었을 때 답변의 큰 차이는 없었지만, 군데군데 팩트가 틀린 내용이 있었다. 만약 사전 지식이 전혀 없이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해 물어볼 때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영토와 위안부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어로는 명확히 답변한 데 대해, 일본어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이른바 ‘눈치’를 학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챗GPT도 정보 검색용보다는 외국어 구사 및 공부용(주로 영어)으로 쓰는데, 아무래도 정보의 정확성에서는 아직 과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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