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대통령 불만, 기업도 반박...각종 조사 무엇이 문제인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5.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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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시장조사부터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4대강 보 활용 인식조사까지 각종 조사가 도마에 올랐다. 불투명한 조사 결과 공개부터 정치권의 ‘감탄고토’식 반응, 편파적인 설문 방식 등이 비판을 받고 있다. 각종 조사는 숫자를 통해 현실을 명확하게 드러내 주는 게 본 역할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오히려 현실을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톱은 최근 논란이 됐던 각종 조사를 짚어봤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삼성전자 에어컨 점유율 48.6%... LG전자 발끈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시장조사기관 GfK를 인용해 “삼성전자의 1분기 국내 에어컨 시장점유율은 48.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국내 에어컨 시장에서 2013년 43.6%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2016년 42.7%, 2017년 45.5%, 2018년 43.0%, 2019년 37.6%, 2020년 40.4%, 2021년 41.7%, 2022년 41.0% 등 40%대의 높은 점유율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삼성전자 보도자료
출처: 삼성전자 보도자료

이에 대해 LG전자가 발끈하고 나섰다. LG전자 측은 “GfK에 제품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없고, 해당 통계에 최다 판매 창구인 LG베스트샵 판매량이 포함돼 있지 않아 전체 판매량을 반영하지 못한 수치”라고 반박했다.

시장조사기관은 각종 제품의 판매량 등 시장정보를 분석해 기업에게 제공한다. GfK는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으로 삼성전자는 GfK의 자료를 꾸준히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LG전자는 백색가전에는 정확한 매출량 조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가진 우리 데이터를 빼놓고 특정사의 점유율을 집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양사의 점유율 싸움은 해묵은 스토리다. 2008년엔 LG전자가 냉장고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고 삼성전자가 이를 반박했다. 에어컨과 세탁기 부문에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이는 시장조사기관이 가전기업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조사 결과를 통보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국가통계처럼 원자료가 대중에게 공개되지도 않고 검증할 방법도 없다. 언론의 입장에선 받아쓰거나 받아쓰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다. 소비자들은 수십년째 혼란을 느껴도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다.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그나마 나은 정치 여론조사... 대통령 발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표본 여론조사는 표본 설정 체계가 과학적이고 대표성이 객관화돼야 한다. 나아가 질문 내용과 방식도 과학적이고 공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결국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주 69시간’ 논란을 부른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과 관련해 국민 여론을 보다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맥락이었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뿐 아니라 내용과 과정도 국민께 소상히 알리고, 이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 지지도를 포함한 각종 여론 조사 결과가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나타나면서 청와대와 국민의힘 측에선 여론조사에 대한 불만을 자주 표출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한국갤럽이 조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와 관련해 질문 자체가 찬성을 유도하는 쪽으로 편향돼 있었다며 “신뢰하기 어렵다”고 이례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60%, 반대 26%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런 당정의 여론조사 비판을 두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출처: 환경부
출처: 환경부

◈환경부, 4대강 보 활용 인식조사... 환경단체 “왜곡”

환경부는 16일 <4대강 보를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 국민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조사 결과, 보 인근 주민(총 4000명)의 약 87%(3473명)가 가뭄 등 물 부족 위기에 보를 적극 활용하는데 '찬성'했으며, 이는 일반국민(총 1000명)의 찬성 비율인 약 77%(774명) 보다 높았다. 반면, 일반국민 중 보 활용에 '반대'하는 비율은 약 14%(136명)에 불과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설문 조사 목적은 <4대강 보를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국민인식을 객관적으로 조사·분석하여 향후 보 운영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실시됨>이라고 적었다.

설문조사는 <4대강 보 활용 필요성>에 대한 배경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물 부족으로 광주․전남지역의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이 예년 대비 50% 밖에 되지 않는 등 지난해부터 남부지방의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가뭄 총력 대응을 위해 댐과 댐을 연계하고, 농업용수를 생활용수로 대체해서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가뭄 등 물 위기에 대응할 계획입니다.> 라고 설명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조사 설계가 불공정하다고 지적한다.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사장은 "보 활용에 대한 정책 결정을 위한 설문이라면, 정책을 설명할 때에 반대 측 의견도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설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4대강 보 활용 필요성에 대한 정보를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4대강 보 활용에 대한 찬반 양론이 있으며 세부 내용은 이렇다”라고 알려줘야 응답자들이 자유로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 설문의 첫번째 질문은 <귀하께서는 이처럼 가뭄 등 물 부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에 저장된 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보와 그 안에 가둬둔 물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물음이다. 그래놓고는 “일반국민의 경우 77% 이상 보 적극 활용에 찬성한다고 응답”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설문조사는 보를 개방/해체 또는 존치할지를 묻는 물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여론이 4대강 보 존치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수량보다는 수질·생태를 중시해야 한다'라고 답한 응답자(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 28.6%, 일반 응답자 32.6%)가 수량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응답자(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 11.5%, 일반 응답자 9.5%)보다 두드러지게 많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보를 활용해 물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는 상황에서 여론의 흐름이 이와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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