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한국·한국인... 그 이유는?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04.2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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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여러 조사에서 드러난 ‘우울한 한국’, ‘행복하지 않은 한국인’
국가사회시스템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일수록 만족도 높아
사회에 대한 신뢰 높고 복지 충분할수록 국민행복도 높아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잇따라 전해졌습니다. 우울증 커뮤니티 회원도 있었고, 젊은 연예인,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한 ‘워킹맘’도 있었습니다.

2021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규모는 3년 연속 세계 10위를 기록했습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5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경제규모로는 선진국임을 부정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고 합니다.

조사와 지표로 증명된 행복하지 않은 한국인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가 지난 3월 20일 공개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23>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들이 스스로 ‘삶의 질’을 평가해 측정한 행복 지수에서 10점 만점에 5.951점을 기록하며, 조사대상 137개국 중 57위에 머물렀습니다. 선진국 그룹 중 하나인 OECD에서는 38개 회원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또 다른 국제조사에서도 한국인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IPSOS)가 지난 3월 공개한 ‘세계 행복(GLOBAL HAPPINESS) 2023’ 보고서에서,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행복하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57%이었습니다. 조사대상 32개국 중 31위에 해당했습니다. OECD가 발간하는 ‘삶의 질 보고서(How’s life) 2020’에서도, 한국인들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평가한 항목에서 조사 대상 33개국 중 32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인의 낮은 행복도는 지표로도 나타납니다. 삶의 질 지표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출산율’과 ‘자살률’입니다. 각각 ‘행복한 사회’와 ‘불행한 사회’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입니다. 한국은 이 두 지표에서 OECD 국가 중 가장 나쁜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에 비해 0.03명 감소해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였습니다.

또, 통계청이 지난 2월 20일 펴낸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2021년 기준 26.0명으로 전년보다 0.3명 늘었습니다. OECD국가 중 부동의 1위이자 OECD평균의 두 배 가량 높았습니다.

국가의 미래인 아동과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도 암울합니다. 한국방정환재단이 2021년 12월 발행한 <2021년도 한국어린이·청소년행복지수∣국제비교연구조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조사대상 OECD 22개 국가 중 최하위인 22위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비주얼 캐피탈리스트
이미지 출처: 비주얼 캐피탈리스트

국가사회적 환경 누릴 수 있는 계층일수록 만족도 높아

여러 조사와 통계를 종합하면, 한국인들의 행복도는 전 세계에서는 중상위권, 선진국 그룹에서는 하위권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인들은 왜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 걸까요?

앞서 유엔보고서는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소득(1인당 국내총생산) △사회적 지지(의지할 사람이 있는가) △건강(기대수명) △의사결정의 자유 △집단 내 너그러움 △부정부패 여부 등 6가지 핵심요소를 사용해 행복 수준의 차이를 분석했습니다. 주로 국가사회적 환경인데 한국인들은 현재의 한국 상황에 대해 57%가 행복하다고 답했습니다.

2018년 발표된 ‘행복한 국가의 조건은 무엇인가’ 논문에 따르면 △거버넌스(국정운영)의 질, △부정부패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사회적 신뢰와 제도에 대한 신뢰, △복지제도 및 이에 따른 불평등의 정도가 주관적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유엔행복보고서의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입소스의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자녀’(78%), ‘배우자와의 관계’(73%)에서 가장 큰 만족을 느끼지만, ‘국가 경제 상황’(21%), ‘사회·정치 상황’(23%), ‘인생에 의미를 느낌’(34%), ‘물질적 부’(39%), ‘배우자나 애인이 생길 기대감’(21%)에 대한 만족도는 최하위 수준이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한 조건 1순위로 ‘좋은 배우자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31%), ‘건강하게 사는 것’(26.3%), ‘돈과 명성을 얻는 것’(12.7%), ‘소질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10.4%),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7.6%)’을 순서대로 꼽았습니다. 가족을 꾸린 기혼자의 경우 만족도가 높지만 미혼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비영리연구재단 <랩2050>은 2019년 4월 발간한 ‘자유안정성 혁명: 행복하고 혁신적인 대한민국을 위한 제안’ 보고서에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낮은 ‘삶의 질’의 대표적인 단서로 노동 관련 지표를 꼽았습니다. 노동 시장 내에서 저임금(중위임금의 2/3이하)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이 OECD 국가들 중에서 두 번째로 나쁜 수준이고, 남녀 임금 격차도 OECD에서 가장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한국인들의 장시간 근로시간도 지적했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021년 12월 31일 발간한 <2021년 한국인의 행복조사 및 한국인의 미래 가치관 연구 심층분석> 연구 보고서에서도, "행복 취약계층(주로 60대 이상, 1인 가구, 중졸 이하, 건강상태가 나쁜 집단)을 통해 행복의 불평등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통계청도 앞서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서 “저소득층에서 삶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요약하면, 국가사회적 환경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위치일수록 만족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출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보고서
출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보고서

국제통화기금(IMF)이 2021년 12월 발간한 <재정과 개발>(Finance and Development) 겨울호가 ‘행복한 삶’(A Life Well Lived)이라는 주제로 유엔 조사 세계행복지수에서 매년 상위권에 오르는 덴마크와 코스타리카, 뉴질랜드를 살펴본 결과, 이 세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행복요소는 ‘국가사회에 대한 신뢰’와 ‘충분한 복지제도’였습니다. 

한때 행복한 나라하면 떠오르던 ‘부탄’은 최근 여러 국제 조사에서 상위권은커녕 대부분 하위권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왕국으로 상대적으로 정보세계화가 더디었던 부탄국민들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의 수준에 대해 알게 되면서 행복도가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UN행복보고서에 서, 상위와 하위의 행복 격차가 적은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더 컸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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