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IMD 국가경쟁력평가는 주관적 평가다?

  • 기자명 최은솔 기자
  • 기사승인 2023.06.2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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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대상과 신뢰성에 의문 제기 목소리
주관적이란 비판에 과거보다 설문 비율 줄여
평가 지표 64%는 실업률 등 현재 통계
경제, 정부 재정, 과학기술 등 종합적 평가

최근 스위스 국가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매년 발표하는 'IMD 국가경쟁력평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IMD는 △경제성과 △기업 효율성 △정부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분야를 측정해 최종 순위를 발표한다. 한국은 올해 64개국 중 전년도보다 한단계 하락한 28위를 차지했다. '경제성과 분야'에선 역대 최고 순위(14위)를 기록했지만 '정부효율성 분야'(38위)에선 지난해보다 2단계 하락해 그 이유에 대해서 해석이 분분했다. 특히 정부효율성 분야의 세부항목 중 재정 항목(32위→40위)이 크게 하락했기에 정부는 재정준칙을 빨리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6월 20일 정부는 IMD 국가경쟁력평가 결과가 나온 뒤 자세한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는 보도자료와 게시물을 올렸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화면 갈무리.
6월 20일 정부는 IMD 국가경쟁력평가 결과가 나온 뒤 자세한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는 보도자료와 게시물을 올렸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화면 갈무리.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조사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각국 경영인들 대상으로 한 설문자료에 의존한 주관적 평가이기에 국가경쟁력지표 대표성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 지표가 현재 국가경쟁력이 아니라 미래 국가잠재력을 평가하는 지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IMD 국가경쟁력평가) 그 지표 자체가 현재의 수준을 나타내는 게 아니다”라며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이 나라가 지금 본인들 역량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IMD 국가경쟁력 지표는 주관적 평가라서 공신력이 없는지, 현재 경력보다는 미래 잠재력을 평가하는 설문인지 뉴스톱이 확인했다. 

 

◈IMD 국가경쟁력평가란?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경영개발대학원(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은 매년 6월 OECD 국가 및 신흥국 총 64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이 평가의 목적은 국가와 기업이 부를 증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가늠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어느 나라가 기업이 돈 벌기 좋은 환경이냐를 따져본 평가다. 평가 내용은 4대 분야, 20개 부문, 336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다.

올해 조사에서 순위를 매길 때 참조한 자료는 통계자료 164개, 설문조사 92개다. 통계는 IMF나 OECD 등 국제기구나 각국 정부 통계, 민간기업 자료를 활용한다. 설문조사는 전 세계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IMD와 각국 협력사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한국 협력사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80명 이상 설문 응답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IMD 평가는 ‘주관성 강한’ 설문조사?  설문은 전체 27% 차지

총 336개 항목 중 92개 설문조사가 올해 경쟁력평가 순위 산정에 반영됐다. 비중으로 보면 27%다. IMD가 각국 기업 경영자에게 이메일 설문을 보내 답변받는다. IMD는 조사대상자를 각국 국민소득과 1-2-3차 산업별 비중을 고려해 정한다고 한다. 

각국 협력사는 설문을 받는 데 도움을 준다. 한국에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기획재정부 도움을 받아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단체에 설문 참가를 요청한다. 설문을 뿌리는 대상 기업인 수는 수천 명이지만, 회수율은 1% 정도라고 한다. IMD는 통상 국가별로 80명의 답변을 받는다고 한다.

주관적 설문조사가 경쟁력 평가에 너무 큰 요소를 차지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2012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고길곤 교수는 <국가경쟁력지수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논문에서 IMD 국가경쟁력평가가 “경쟁력을 설명하는 명확한 개념 정립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설문조사를 통한 연성자료의 활용도가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표본설계의 타당성 및 대표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고길곤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발표되는 IMD 국가경쟁력지수 순위에 대해 언론사가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정부 역시 순위변동에 있어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고 교수는 국가경쟁력평가의 개선사항으로 ▲ 국가경쟁력 개념 정립 ▲ 연성자료 비중 감축 표본설계 타당성과 대표성 제고 ▲ 타당도 제고 ▲ 측정값과 표준오차 값 제시 등을 내놨다.

IMD 측에서도 설문조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점차 설문 반영 비중을 줄여오고 있다. 2008년에는 설문조사 문항이 123개로 전체 평가지표 중 37%를 차지했으나 2019년부터는 설문조사 문항을 92개로 줄여 전체 평가지표 중 비중이 27%로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IMD 지표가 주관적 요소가 강하다는 지적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주관적 평가란 지적에 대해서 절반의 사실이라고 평가한다.

IMD 국가경쟁력평가 순위 산출에 포함하는 평가지표 개수 변동. 2015~2019년 사이 평가지표 개수는 따로 확인이 어려워 비워놨다. 출처=IMD 국가경쟁력 연감
IMD 국가경쟁력평가 순위 산출에 포함하는 평가지표 개수 변동. 2015~2019년 사이 평가지표 개수는 따로 확인이 어려워 비워놨다. 출처=IMD 국가경쟁력 연감

◈현재가 아닌 미래 평가? 미래 지표도 있지만 소수

결론부터 말하면, IMD 평가는 ‘현재' 국가 경쟁력을 판단한 결과다.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 선정에 쓰인 통계자료는 164개(64%), 설문조사는 92개다(배경자료 80개는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통계자료에는 수출, 투자, 소비 등 경제 관련 지표와 정부 재정 관련 데이터, 과학기술 인프라 등이 포함됐다. 설문조사는 앞서 얘기했듯이 경영자들이 현재 각국의 경제 상황이나 법 제도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물어본 주관적 평가다. 

그렇다면 IMD 지표엔 전망 등 주관적 의견이 포함된 것이니 미래 잠재력을 평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IMD 평가 국내 협력사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상하 국제거시팀장은 “일부 항목 통계 가운데 최신 통계가 없는 경우에는 작년, 재작년 데이터를 쓰는 경우도 있다”며 “국가별 통계를 표준화시켜서 등수를 매기는 체계이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만을 위한 평가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윤 팀장의 의견은 현재 경쟁력 지표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IMD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IMD가 발표한 2023년 세계경쟁력연감(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 웹페이지를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 창출을 하기 위한 국가의 경쟁력 제고 상태를 분석”한다고 나온다. 실제 일부 통계 중에는 미래 성장잠재력과 관련된 '인구고령화(Ageing of population)' 등 지표가 있다. 하지만 현재 실업률도 포함되어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의 발언도 IMD 평가가 '미래를 위해 한 국가가 현재 역량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보는 지표'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IMD가 홈페이지에 밝힌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이 지표의 성격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평가 대상은 '현재 경쟁력'과 관련된 통계가 많지만, '미래 잠재력'과 관련된 것도 있기 때문에 해당 발언은 '절반의 사실'로 판단한다.

 

◈IMD 평가 순위는 국가 경제력? 기업하기 좋은 강소국 상위권에 위치

IMD 평가가 실질적인 국가별 경제력과 영향력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언론보도도 있다. 2023년 평가로 보면 종합 순위상 1위부터 5위까지 경제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들이 차지했는데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OECD 주요 10개국 가운데 20위권에 들어간 나라는 3개국만 있었기 때문이다.

2023년 IMD 국가경쟁력평가 종합순위 결과. 출처=기획재정부 보도자료
2023년 IMD 국가경쟁력평가 종합순위 결과. 출처=기획재정부 보도자료

IMD 평가는 종합적으로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냐를 판단하고자 설계된 조사다. 따라서 경제 규모와 관계없이 IMD가 집계한 지표가 잘 나온 국가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올해 조사에서 1위부터 3위를 차지한 국가는 덴마크, 아일랜드, 스위스다. IMD는 상위 3개국과 4위 싱가포르가 “시장 및 교역 파트너에 대한 접근성을 잘 활용하는 작은 국가”라고 밝혔다. IMD 측은 이들 국가가 타 국가와의 교역 장벽을 낮추고 개방성을 유지한 점에 대해 좋은 평가를 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IMD가 경쟁력평가 상위권에 선정된 국가에 대해 평가한 내용. 시장과 교역 상대국에 대한 접근성을 잘 활용한 작은 규모 국가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IMD 2023년 연감 평가 관련 웹페이지 갈무리
IMD가 경쟁력평가 상위권에 선정된 국가에 대해 평가한 내용. 시장과 교역 상대국에 대한 접근성을 잘 활용한 작은 규모 국가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IMD 2023년 연감 평가 관련 웹페이지 갈무리

한국과 비슷한 순위인 말레이시아를 살펴보자. 말레이시아는 올해 한국보다 1위 높은 27위를 기록했다. IMD 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GDP)은 4060억 달러로 1조6500억 달러인 한국의 4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올해 말레이시아는 한국보다 국제무역(International Trade)과 물가(Prices) 평가 지표에서 20위 이상 높게 나타났다. 경제 규모와 순위가 직접 연관이 없다는 의미다.

IMD는 노동시장의 인력 공급항목에서도 말레이시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23년 말레이시아 경쟁력 평가 보고서를 보면 말레이시아는 “수요 주도형 노동시장 모델을 통해 인재 개발이 강화됐다”며 “업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했다고 나온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는 디지털 기술을 강화해 전반적인 사회의 규제 개혁이 되어있고, 환경 면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강화했다고 평가받았다.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2023년 국가경쟁력평가 20개 세부 분야 순위 비교 내역. 출처=IMD 연감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2023년 국가경쟁력평가 20개 세부 분야 순위 비교 내역. 출처=IMD 연감

따라서 전문가들은 IMD 평가를 개별 항목별로 지난해 대비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참고’만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상하 국제거시팀장은 “200여 개에 달하는 통계와 90여 개 경영자 설문으로 조사된 평가 결과는 지표마다 달리 볼 필요가 있다”며 “국가마다 중요시하는 평가항목만 참고하면 되고 각 국가 상황에 맞지 않는 평가 결과는 무시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법인세 항목은 경영자를 위한 단체인 IMD 속성상 0%에 가까울수록 더 높은 순위를 받게 된다. 하지만 모든 세율을 0%로 만든다고 했을 때 정부 효율성이 올라가고 세금 제도가 선진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 법인세 관련 평가항목은 중요하게 보지 않고 넘겨도 괜찮다는 뜻이다.

IMD 평가 결과를 공개한 기획재정부 거시정책과 관계자도 26일 통화에서 “이 지표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보다 일부 지표에서 특수하게 나온 걸 참조하는 용도로 쓴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올해 평가에서 재정 효율성 지표에서 하락한 점을 강조한 보도자료 내용에 관해 “지표가 나쁘게 나와서 재정 분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게 아니라 기존 정부 정책 방향이 재정건전성 회복과 재정 준칙 수립이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하겠다는 것”이라며 IMD 평가에 따라 정책 목표가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리하면, IMD 국가경쟁력평가의 실체와 신뢰성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돼 왔다. 첫번째로 주관성이 반영된 설문조사 비율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 IMD 측에서도 설문조사 비중을 점차 줄여오고 있다. 주관적인 설문조사라는 지적은 절반의 사실로 평가한다.  IMD 조사가 ‘현재 경쟁력’이 아닌 ‘미래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절반의 사실로 평가했다. 평가 지표 중 현재와 미래 지표가 섞여 있다. IMD 평가는 각국 상황에 맞춰 ‘참고’만 하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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