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비행기 좌석 등받이 젖히는 건 내 권리... 정말 맞을까?

  • 기자명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2023.06.30 07: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월 3일 중국 항공기에서 좌석 등받이를 놓고 승객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는데요. 비행기 승객 간 꾸준히 일어나는 갈등 중 하나는 '좌석 등받이'입니다. 비행기 내 제한된 공간에서 등받이를 젖히면 공간이 더 좁아지기 때문인데요. 등받이를 내리는 건 해당 좌석의 비용을 냈으니 권리라고 주장하는 한편,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에 민폐라는 주장이 엇갈립니다. 

최근 페이스북에서도 '기본적으로 좌석을 뒤로 젖히는 것은 편의로 해당 좌석을 구매한 고객의 기본 권리이다'라는 입장이 있습니다. 보통 권리란 '어떤 일을 자유로이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주장하고, 요구할 힘이나 자격'을 뜻하는데요. 등받이를 젖히는 게 권리라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해 뉴스톱이 따져봤습니다.

출처=한 페이스북 이용자 캡쳐본. 기본적으로 좌석을 뒤로 젖히는 것은 편의로 해당 좌석을 구매한 고객의 기본 권리이다라고 주장하는 글. 
출처=한 페이스북 이용자 캡쳐본. 기본적으로 좌석을 뒤로 젖히는 것은 편의로 해당 좌석을 구매한 고객의 기본 권리이다라고 주장하는 글. 

◈ 검증 대상 - '기본적으로 좌석을 뒤로 젖히는 것은 해당 좌석을 구매한 고객의 기본 권리이다'? 

우선, 비행기 앞뒤 좌석 간격 등의 배치는 기종, 항공사, 각 클래스별로 다릅니다. 비행기의 좌석은 일반적으로 ▲일등석(퍼스트 클래스) ▲이등석(비즈니스 클래스, 프레스티지 클래스) ▲일반석(이코노미 클래스)으로 등급이 매겨집니다. 간격이 넓은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등의 경우 등받이를 젖히는 게 자유롭습니다. 퍼스트 클래스의 경우 등받이가 180°로 젖혀지기도 합니다. 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 일반석은 기본적으로 좌석 간의 공간이 좁습니다. 대부분 일반석에서 등받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합니다.  

기본적으로 등받이로 인한 갈등은 개인따라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주관적 요소입니다. 그렇기에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이와 같은 사안은 검토 대상으로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나 분쟁 사례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분쟁 사례는 대부분 비행기 예약, 결항, 지연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비행기 좌석과 관련한 분쟁해결기준은 정보 제공의 영역으로만 두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국토부)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 따르면, '제9조 정보제공' 의무로 항공운송사업자 등은 항공기의 좌석 배치(앞뒤 좌석 간격·좌석 넓이) 비상구 위치 등 기내 배치도를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하는 정도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뉴스톱>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제주항공 등에 등받이를 젖히는 게 승객의 권리인지 물었습니다. 각 항공사의 언론홍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권리라고 보기엔 애매모호하다"거나 "권리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승객 간의 '에티켓' 또는 매너의 영역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또한 공간이 좁은 일반석에서는 등받이를 젖힐 수 있는 각도도 한계가 있어 큰 문제로 이어지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항공사 측은 이·착륙할 때와 기내식 등 식사 시간에만 등받이를 원위치로 세우게 하고 있습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승객 간의 다툼이 크게 번지지 않는 한, 등받이와 관련해 항공사 측에서 따로 강제하는 사안이나 기준은 없습니다.

애초에 좌석 간의 간격이 넓히면 발생하질 않을 갈등인데요. 국토부 항공기술과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비행기의 좌석 간격은 국내외에서 의무화된 기준은 없다고 합니다. 비행기 제작시, 비행기에서 탈출해야 하는 비상상황도 고려하기 때문에 무작정 좁힐 수도 없다는 것인데요. 비행기 설계·제작 시 비행기 좌석이나 간격은 구조적인 결함이나 내충격성,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인증받습니다. 

이렇다 보니, 좌석 사이의 간격은 항공사 측에서 승객에 대한 편의성 차원으로 결정합니다. 다만 비행기 내부의 공간은 이윤과도 연결돼 있어 최대한 줄여왔습니다. 항공사 입장에선 좌석 사이 간격이 여객기의 공간을 많이 차지하면 할수록, 전체 좌석이 줄어들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왼쪽) 객실, (오른쪽) 객식 배치를 위한 일반적인 수치. 서울대학교 스누온 강의 자료 캡쳐본. 출처=https://ocw.snu.ac.kr/sites/default/files/NOTE/2228.pdf
(왼쪽) 객실, (오른쪽) 객식 배치를 위한 일반적인 수치. 서울대학교 스누온 강의 자료 캡쳐본. 출처=https://ocw.snu.ac.kr/sites/default/files/NOTE/2228.pdf

평균적으로 비행기 좌석의 앞뒤 간격은 ▲퍼스트클래스 38~40inch(인치) ▲이코노미 34~46인치 ▲고밀도 소형 항공기 30~32인치 정도로 두고 있습니다. 

종합해 보자면, <기본적으로 좌석을 뒤로 젖히는 것은 해당 좌석을 구매한 고객의 기본 권리이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각 항공사의 입장, 한국소비자원에서 분쟁해결 기준을 두지 않는 점, 좌석 간의 간격에 대한 의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해당 주장은 '사실 아님'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비행기 좌석 등받이 각도 조절에 대한 권리를 명확히 규정한 근거도 찾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등받이를 젖히는 건 앞뒤 승객 모두 양해를 구해야 하는 사안으로, 어느 한쪽이 특정 권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등받이로 인한 갈등의 원인과 책임은 항공사 측에 있습니다.  

한편, CNN 보도에 따르면, 항공사들이 유지 보수로 인한 비용, 좌석 경량화, 다툼 방지 등의 이유로 이코노미석의 등받이 조절 기능을 없애는 추세라고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승객의 공간이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공간이 넓어진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