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의식해 선거부정 음모론에 '빨대 꽂은' 전광훈

[뉴스의 행간] 보석으로 풀려난 전광훈

  • 기사입력 2020.04.21 10:10
  • 기자명 김준일 기자

전광훈 목사가 20일 보석으로 석방됐습니다. 구속 56일만입니다.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등을 염두해 조건부 보석을 결정했습니다. 보증금 5000만 원을 내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이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어떤 집회나 시위에 참가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보석으로 풀려난 전광훈,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음모론에 숟가락 얹기

전광훈 목사는 서울구치소에서 나와서 기자들에게 나를 여기에 집어 넣고 선거를 조작하려 했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진실과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보수 유튜버와 일부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선거부정, 개표부정 음모론에 밥 숟가락을 얹은 겁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부정 음모론은 선거에 패배할 때마다 진보 보수 양 진영에서 제기됐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광훙 목사가 나오자마자 이 음모론에 숟가락을 얹은 것은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첫 번째는 정부 주도하에 부정선거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무효이며 현 정권은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하기 위함입니다. 두 번째는 태극기 부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언급함으로서 자신이 태극기 부대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굳건히 하기 위함입니다. 세 번째, 부정투표에 대한 자신의 저항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며 향후 행보가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해서입니다.

 

2. 박근혜에 숟가락 얹기

전광훈 목사는 "저의 석방을 위해 기도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저와 같이 억울하게 갇혀있는 자가 전국에 약 6만명 있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구출을 위해 앞으로 좀 힘을 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서 저보다 더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오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봐야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은 이번 선거에서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등 소위 친박을 표방한 정당들은 봉쇄조항 3%는커녕 2%도 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박근혜 정당에 표를 준 사람들을 모두 합치면 수십만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매우 열성적 지지자이며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위해서 지갑을 여는데도 주저하지 않습니다이번 선거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사실상 미미해졌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전광훈 목사같은 사람이 박 대통령에 매달리는 이유는 정치적 영향력이 아닌 금전적 이익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전 목사는 과거 태극기 집회 도중 가장 기쁜 시간이라며 헌금함을 돌리고 1억원 이상 모아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3. 주목되는 주말 예배 

법원은 보석을 허가하며 전광훈 목사가 변호인 외에 사건 관계인과는 전화·소셜미디어 등 어떤 방법으로도 접촉해선 안 되고 이 사건과 관련된 일체의 집회 시위에 참가해선 안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예배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참석 가능합니다따라서 이번 주말 전 목사가 자신이 담임으로 있는 사랑제일교회에 참석해 예배를 주관할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에도 불구하고 19일까지 4주째 현장예배를 이어갔습니다. 사랑제일교회 조나단 목사는 총선 후 치러진 첫 예배에서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있다"며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일어날 줄로 믿으며, 공산주의를 막아내게 하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예배에는 차명진 전 의원도 참석했습니다. 

전 목사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라도 주말 예배에 일단 참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목사가 돌아오는 일요일 예배에 참석해 이와 비슷한 정치적인 발언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 법원의 보석 허가 조건에 위배되는 것인 법원이 판단을 해야 합니다. 만약 예배중 정부 비판 목소리를 냈는데 보석조건 위반이라며 다시 구속된다면 전 목사와 지지자측은 종교탄압 프레임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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