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3루간 꿰뚫는...우전 3루타? 이게 가능해??

야구팬 헷갈리게 만드는 야구기사

  • 기사입력 2020.05.20 11:49
  • 최종수정 2020.05.20 11:53
  • 기자명 선정수 기자

야구의 계절이 한창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야구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야구 관련 기사들을 읽다보면 미간이 찌푸려지는 표현들이 가끔씩 눈에 띈다. 도대체 왜 이런 표현을 사용하게 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무근본 야구 용어를 추적해봤다.

① 우전 3루타?

5월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프로야구 SK와 LG 경기 8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3구를 타격해 오른쪽 펜스 상단을 맞고 튀어나오는 큰 타구를 날렸다. 1루 주자는 여유있게 홈으로 들어왔고 김현수도 3루에 안착했다. 한 스포츠 매체는 이 장면을 촬영한 사진기사를 내보내며  "김현수가 1타점 우전 3루타를 치고 3루에서 웃고 있다"는 사진설명을 곁들였다.

2019년 10월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PO 3차전 기사에서도 '우전 3루타'라는 표현이 보인다. 한 스포츠매체는 "7회말 무사 LG 정주현이 우전 3루타를 치고 3루에서 기뻐하고 있다."라는 사진기사를 내보냈다. 

② 3루간 안타?

2019년 3월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기아 경기를 기록한 기사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유격수로 출장한 하주석은 4대4로 맞선 7회말 KIA 선두타자 최원준의 3루간을 뚫는 타구를 처리했다." 

③ 중전 홈런?

카카오TV 등 동영상 플랫폼을 검색하면 수많은 중전홈런이 등장한다. '3회말 NC 나성범 백스크린 넘기는 중전 투런 홈런(시즌 14호)'이 한 가지 예이다.  

 

야구의 3루타는 타자가 공을 때린 뒤 1루, 2루를 거쳐 3루까지 안착할 때 성립한다. 보통 외야수 앞에 떨어진 타구로는 타자주자가 2루에도 도착하기 쉽지 않다. 외야수가 깊은 수비위치를 잡았을 때나 두 야수 사이에 떨어진 타구에는 2루까지 도착하는 경우가 왕왕있다. 하지만 야수 앞에 떨어진 타구로 3루타를 만들어 내는 것은 타자 주자의 발이 여간 빠르지 않아선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좌전·중전·우전 3루타라는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사진기사의 사진설명과 인터넷 스포츠매체들의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라고 일컫는다. 모든 정식 경기에는 선수, 심판과 함께 기록원이 배치되고 기록지에 모든 경기 상황이 기록된다. 타구의 방향은 수비하는 야수의 전후 좌우에 점을 찍는 방법으로 기록한다. 즉 타구가 떨어진 지점에 따라 안타를 달리 구분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통 야수 앞에 떨어지면 앞 전(前)자를 사용해 좌전, 우전, 중전 안타라고 부른다. 야수의 키를 넘기면 넘을 월(越) 자를 써서 좌월, 중월, 우월이라는 표현을 쓴다. 왼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이 좌월 홈런, 가운데 담장을 넘기면 중월 홈런으로 부르는 식이다. 우익수 왼쪽 옆 1루를 지나는 우측 파울라인으로 빠져나가는 안타는 줄 선(線)자를 사용해 우선, 마찬가지로 좌익수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안타는 좌선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타구 기록법. 출처: KBO홈페이지
타구 기록법. 출처: KBO홈페이지

야수 키를 넘긴 안타는 '좌(우)전 3루타'가 아니라 좌(우)월 3루타 

그렇다면 좌전 3루타와 우전 3루타는 도대체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①의 사례를 보면 타자가 친 타구가 우익수 머리 위를 넘어 담장에 맞고 떨어졌으므로 '우전 3루타'라는 표현은 잘못됐다. '우월 3루타'로 써야 맞는 표현이다. ②는 우익수 머리를 넘어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졌으므로 역시 '우월 3루타' 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우익수 왼쪽의 파울라인 근처 페어지역에 떨어졌다가 파울라인 바깥으로 빠져나간 타구가 3루타가 됐다면 '우선(상) 3루타'라는 표현을 쓴다. 따라서 ①②에 쓰인 '우전 3루타'는 잘못된 표현이다. 

하지만 모든 '좌·우전 3루타'가 잘못된 표현인 것만은 아니다. 다저스 시절 류현진이 선발등판했던 2019년 5월31일 메이저리그 경기에서도 3루타가 나왔다. 메츠와의 경기 1회말 다저스 공격에서 선두타자 크리스 테일러가 좌익수 방향으로 타구를 날렸는데 상대 좌익수였던 JD 데이비스가 다이빙캐치를 시도하다 뒤로 빠지면서 타자주자가 3루에 안착했다. 이런 경우 수비 실책을 주지 않고 안타로 기록된다. 타자주자가 3루까지 도달했으므로 3루타,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졌으므로 좌전안타, 둘을 합치면 '좌전 3루타'로 기록되는 것이다. 우익수앞에 떨어진 안타성 타구를 우익수가 잡아 곧바로 1루에 송구해 타자주자를 잡아내는 '우익수 앞 땅볼'이 성립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3루간을 꿰뚫는'으로 검색을 시도해봤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3루간을 꿰뚫는'으로 검색을 시도해봤다.

삼루간(3루간)이 아니라 '삼(루)유(격수)간 안타'가 맞아

②에 쓰인 '3루간을 뚫는 타구'는 도대체 어디로 향한 타구일까? 3루는 세번째 루(壘)인 'third base' 인데 여기에 '사이'를 뜻하는 간(間)이 붙었다면 도대체 3루에 틈새가 어디있다는 뜻일까. 이 표현은 3-유간의 오기로 보인다.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고 지나가는 타구라는 의미에서 '3-유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작성자가 이를 '3루간'으로 잘못 인식하고 기사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비단 이 기사 외에도 수많은 기사에서 '3루간을 꿰뚫는', '3루간을 가르는' 등의 잘못된 표현을 찾을 수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중전 홈런'을 검색해봤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중전 홈런'을 검색해봤다.

 

중견수 앞(중전) 홈런은 없다...중월홈런이 있을 뿐

③중전홈런이라니... 인사이드파크홈런(러닝홈런)이 아닌 다음에야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백스크린을 넘기는 중전홈런이라니 어불성설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 듯하다.

최근 한국의 스포츠 매체들은 각종 경기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쓰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일본식 표현이 많은 야구용어도 해당된다. 상황에 맞지 않는 '우전 3루타', '좌전 3루타'라는 일본식 한자 표현을 쓰는 대신 '우익수 키를 넘는 3루타', '왼쪽 라인을 타고 빠져나간 3루타' 정도의 우리말 표현을 사용하는 게 어떨까. 그도 아니면 '왼쪽 3루타, 오른쪽 3루타' 정도로만 써도 되지 않을까? 사진 기사도 엄연히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매체사의 생산물이다. 상황에 맞는 정확한 표현을 사용해 기사(사진 설명)을 작성하고 인터넷에 내보내기 전에 한번 더 확인해보는 세심한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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