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소셜미디어, 그리고 '섹션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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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소셜미디어, 그리고 '섹션230'
  • 박상현
  • 승인 2020.06.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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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박학다식 칼럼] 현재의 인터넷을 만들어낸 '섹션 230'의 미래는?

지난 달 26일, 트위터가 트럼프의 트윗에 팩트체크 버튼을 붙여서 큰 화제가 되었다. 현재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우편투표(mail-in ballots)에 관해 트럼프가 꾸준히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트위터의 CEO 잭 도시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며 내린 조치였다.

 

하지만 이 조치는 CEO가 하루아침에 내린 조처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의 규정을 어기는 트럼프의 각종 트윗으로 홍역을 앓아온 트위터가 지난 1년 여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준비했다고 한다. 일반 사용자들과는 다른 규정이기는 해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도 적용하기로 한 후 첫번째 대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된 것이다.

트럼프는 분노했지만, 트위터의 제재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무력을 사용해 살해한 사건으로 전국에서 인종폭동이 발생하고 약탈과 방화가 잇따르자 이번에는 트럼프가 약탈범들을 “깡패”라고 부르며 군을 동원해서 죽이겠다는 트윗을 하면서 “when the looting starts, shooting stars”(약탈이 시작되면 사격도 시작된다)는 도발적인 표현을 사용했고, 트위터는 트럼프의 트윗이 “폭력을 미화한다”는 이유로 가려버린 것이다.

 

물론 클릭을 하면 트윗의 내용을 볼 수 있지만, 대선 이전부터 트위터를 자신의 입으로 사용해온 트럼프에게는 트위터가 자신의 입을 막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아무런 제재없이 트윗을 날리던 트럼프는 연이어 이런 일이 발생하자 자신의 재선을 향한 가도에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트위터를 보복하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법만 허용한다면 "트위터를 문닫게 하고 싶다”는 말을 했지만, 아무도 그가 자신의 가장 큰 무기를 포기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그 대신 종종 이야기하던 “섹션(Section) 230을 개정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트위터에서는 아무런 공식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같은 실리콘밸리의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진실의 여부를 판단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재빨리 꼬리를 내리고 둘 사이의 싸움에서 빠져나갈 태세를 취했다.

섹션 230이 뭐길래 문제가 되는 걸까?

 

"인터넷을 만들어낸 26개의 단어"

Section 230은 법조항이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던 1996년, 인터넷이 이제 막 확산되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태동하던 시절에 미 의회는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이라는 새로운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의 주요 목적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포르노를 억제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었다. 품위(Decency)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십 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법안에서 가장 관심을 끌게 된 조항은 230조, 즉 섹션 230이다. 왜냐하면 그 조항이야 말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존재하게 된 기반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시큐리티를 연구하는 제프 코세프(Jeff Kosseff) 교수는 230조 중에서도 c항 1호, 즉 "No provider or user of an interactive computer service shall be treated as the publisher or speaker of any information provided by another information content provider”(쌍방향 컴퓨터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용하는 자는 또다른 정보 콘텐츠 공급자가 제공한 정보의 출판자나 발화자로서의 책임을 지지않는다)라는 내용을 두고 지금의 인터넷을 만들어낸 26단어라고 까지 말한다. 왜일까?

특히 c항은 “선한 사마리아인(Good Smaritan)” 조항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서비스 제공자(인터넷 플랫폼 기업)가 자신의 플랫폼에 다른 사용자들이 남겨놓은 포스팅이나 댓글의 내용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면책조항이다. 따라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그곳에서 마음껏 "발화(speak)”를 하게 하고, 그 내용을 읽으러 온 방문자들을 상대로 광고를 해서 수익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내용이 특별한 이유는 조항에 등장한 출판자(publisher)와는 다른 법적 지위를 인터넷 기업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신문사, 출판사, 혹은 방송사는 자신들이 발행하거나 방송하는 내용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은 개인의 명예훼손 등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이제 막 탄생하려는 인터넷 세상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이런 면책조항을 준 것이다.그리고 그 배경에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과거에 존재했던 비즈니스 카테고리로는 구분하기 힘든 새로운 존재라는 인식이 존재했다. 이는 틀린 인식이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이 조항은 많은 논란과 오해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트럼프와 소셜미디어 기업들,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원과 변호사들의 싸움은 바로 이 법안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를 두고 벌어진다.

 

트럼프가 이해하는 230조

트럼프는 트위터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면책의 혜택을 받으면서 장사를 하게 된 230조를 손보겠다고 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Repeal Section 230!!!”) 하지만 그 법의 자세한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였다. 만약에 트럼프가 면책조항을 없앤다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기업들은 자신의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로 인한 소송 등의 법적 공격에 노출될 것이고,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더욱 적극적으로 제재하고 가차없이 삭제하는 단속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230조가 없으면 트위터가 제일 먼저 삭제해야 할 것은 트럼프의 트윗이라는 것.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자신의 발등을 찍는 일을 하려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마다 230조를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코세프 교수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230조를 만들어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인터넷 기반의 비즈니스를 키워내려는 것, 둘째는 사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일일이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콘텐츠를 조정(contents moderation)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하려는 것이다. 즉, 230조(특히 c항 2호)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적절하지 않다("objectionable")고 판단할 경우 콘텐츠를 제거하거나 접근을 막을 수 있고, 그러한 행동에 대해 민사책임이 없다는 규정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플랫폼에 사람들이 포스팅한 내용에 책임을 지지 않을 뿐 아니라,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포스팅한 내용에 제재를 가하는 경우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후자를 겨냥한 것이다. 그동안 공화당과 극우파, 그리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자신들이 올린 콘텐츠의 확산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있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1 (보수진영의 이런 주장이 한국의 포털 사용자들에게도 익숙할 수 있다). 자신과 자신의 지지자들이 포스팅한 내용에 대해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제재를 가하거나 접근을 막을 경우 소송을 할 수 있는 길을 터놓겠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가 230조를 손보면 자신이 제일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30조가 사용자들의 포스팅에 대해 플랫폼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조항을 건드리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언론사, 통신사, 서점

사람들이 같은 조항을 보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은 230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난해성에도 그 이유가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전통적인 산업모델에 기반해서 이해하려는 진보와 보수진영의 시각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1996년에 이 법안이 생기기 전까지 미국의 통신법은 통신 관련 비즈니스가 궁극적으로 두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뉜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전통적인 언론출판(press)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물류(common carriage) 모델이다. 전자는 신문, 출판사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이 발행하는 콘텐츠에 책임을 지게 된다. 가령 신문사가 외설적인 내용을 게재해서 문제가 되면 신문사에게 법적인 책임이 돌아가는 식이다.

타인물류 모델 우체국을 생각하면 쉽다. 자신의 물건을 스스로 운송하는 자가물류(private carriage)의 경우 화물에 마약처럼 법에 저촉되는 물건이 있을 경우 운반하는 사람이 책임을 지게 되지만, 우체국의 경우라면 다르다. 운반을 했을 뿐 내용물에는 책임이 없다. 이 모델이 적용되는 것이 가령 AT&T와 같은 통신기업(telco)들이다. 이 기업들은 통신망을 제공할 뿐이므로, 사용자들이 그 망을 통해서 어떤 불법적인 내용을 주고 받아도 망 제공자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 두 가지 틀을 사용해서 플랫폼 기업들을 바라본다. 먼저 민주당의 경우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자신의 플랫폼에 올라오는 내용에 대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 일조한 가짜뉴스를 비롯한 러시아의 개입에 페이스북이 책임이 있다고 하는 이유가 그것이고, 트럼프가 가짜 뉴스를 꾸준히 확산시켜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 트위터를 비판하는 것도 바로 인터넷 기업이 언론출판 모델 쪽에 가깝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반면 공화당과 트럼프는 인터넷 기업을 타인물류 모델로 바라본다. 그들의 책임은 우체국처럼 내용과 무관하게(content-agnostic) 그저 성실히, 개입없이 운반하는 것인데 왜 자꾸 내용을 들여다보고 판단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230조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게서 비판을 받고 있고, 트럼프는 물론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도 개정을 주장을 하고 있다. 그 두 진영이 드는 이유만 다를 뿐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분법은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미국에서는 제3의 모델로 언론의 자유(미국 수정 헌법 제1조)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는 이 주장은 바로 서점/가판대(bookstore/newsstand) 모델이다. 1959년과 1991년의 판례(Smith v. California, Cubby v. CompuServe)에 기반한 이 모델에 따르면 언론출판사 처럼 발행, 혹은 판매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도,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책과 신문을 전부 취급해야 하는 의무도 질 필요가 없다. 이 모델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는 근거도, 필요할 경우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도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잭 도시 트위터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잭 도시 트위터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230조의 미래

트럼프는 230조를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후 곧바로 플랫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물론 이 명령이 법적인 효력을 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무리한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사례가 있는데, 이 경우도 대통령의 권한을 벗어나 입법부의 영역을 건드렸다는 것이 중론이고, 법원에서 막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법적인 효력만을 생각하고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권한을 근거없이 과장하는 트럼프가 트위터 같은 기업에 의해 입에 재갈이 물리는 모습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주기 싫었을 것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 무엇보다 230조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기업들의 사업 근거라는 사실을 볼모로 잡고 위협을 하면 그들을 긴장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커버그는 곧바로 페이스북은 진실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트위터와 선을 그었고, 트위터 역시 트럼프가 폭력을 미화한 트윗 이후에 같은 내용을 표현만 약간 달리해서 올린 트윗에는 제재를 가하지 않는 등 극도의 탐색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로서도 다시 일격을 맞으면 타격이 크지만 트위터로서도 230조를 쟁점으로 만드는 일은 피하고 싶기 때문에 양측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트위터의 결정으로 얼떨결에 불똥이 튄 페이스북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페이스북의 직원들은 “왜 우리는 트럼프의 문제발언을 제재하지 않느냐”며 저커버그에게 직접 항의했다. 저커버그는 직원들에게 대통령의 발언에 팩트체크를 하거나 포스트를 삭제하는 등의 중대한 결정을 성급하게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 대답에 만족하지 못한 일부 직원들은 가상파업에 들어갔다. 트위터가 이번 조치를 위해 1년 넘게 정책적인 준비를 한 것을 생각하면 저커버그가 이 문제를 지금부터 전향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당장 행동에 옮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230조가 트럼프가 원하는대로 수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트럼프와 트위터가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페이스북이 계속해서 눈치를 보게 된다면 적어도 트럼프의 위협 만큼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 공화 양당이 모두 230조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면, 특히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개정을 공언한 상태임을 고려한다면, 이 법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230조를 포함한 통신품위법이 통과되던 1996년만 해도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이 태어나기 전이다. 그 이후에 이런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생겨났으니 이 법은 의회가 의도한 목적의 절반, 즉 인터넷 비즈니스 육성이라는 목적은 달성했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나머지 절반인 콘텐츠 조정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현재의 230조로 충분할 것인지, 아니면 실패했기 때문에 개정을 통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토론과 로비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1. 물론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의 결정은 당파성과 무관하다고 부인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극우진영에서 가짜뉴스를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억누르는 알고리듬에 유독 보수우익의 콘텐츠가 많이 걸려드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진보진영에서는 트럼프와 보수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불만을 터뜨리고 항의를 하는 바람에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당연히 해야 할 제재를 머뭇거리는 바람에 오히려 극우 콘텐츠가 더 많이 확산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상현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미디어 혁신가다. 엑셀러레이터인 메디아티의 콘텐츠랩장을 지냈다. 페이스북에 워싱턴 업데이트를 연재하고 있으며 서울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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