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순수한 사랑' 영화는 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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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순수한 사랑' 영화는 통할 수 있을까?
  • 홍상현
  • 승인 2020.08.2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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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현의 인터뷰] 영화관ㆍ온라인 투 트랙 개봉 영화 <극장>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극장」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 연극인 ‘나카타(야마자키 켄토 분)’가 어느 날 같은 운동화를 신고 있던 ‘그녀(사키, 마츠오카 마유 분)’에게 무심코 말을 걸고, 그녀 또한 어딘가 애처로움을 자아내는 그에게 손을 내밀면서 함께 살게 된다는 내용의 ‘유키사다 이사오 표’ 사랑영화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극장」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 연극인 ‘나카타(야마자키 켄토 분)’가 어느 날 같은 운동화를 신고 있던 ‘그녀(사키, 마츠오카 마유 분)’에게 무심코 말을 걸고, 그녀 또한 어딘가 애처로움을 자아내는 그에게 손을 내밀면서 함께 살게 된다는 내용의 ‘유키사다 이사오 표’ 사랑영화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단언컨대 그는 지난 2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했던 해외 영화감독 중 한사람이다. 같은 아시아의 영화인으로서?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그밖에도 몇 가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봉준호 감독과 그는 친구다. 한 살 터울의 또래로 비슷한 시기 조감독 생활을 거쳤다. (봉 감독은 <모텔 선인장>,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 등, 그는 <러브레터>,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등) 그리고 2000년 둘 다 장편상업영화 감독에 데뷔했다. 봉 감독은 2월에 개봉한 <플란다스의 개>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고, 그는 7월에 개봉한 <해바라기>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 수상의 영애를 안았다.

대중적 성공을 거둔 시기도 비슷하다. 봉 감독은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525만 관객을 동원(흥행수익 약 357억 원)하는 기염을 토했고, 그는 2001년 한일 합작영화 <GO>로 일본 아카데미 14개 부문을 석권, 업계 유력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하는 국내영화 베스트 10에서 1위를 차지한 기세를 몰아 2004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630만 관객을 동원(흥행수익 약 946억 원), 실사영화 사상 15위의 흥행성적을 올리는 위업을 달성한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2001년 한일 합작영화 「GO」로 일본 아카데미 14개 부문을 석권, 업계 유력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하는 국내영화 베스트 10에서 1위를 차지한 기세를 몰아 2004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630만 관객을 동원(흥행수익 약 946억 원), 일본 실사영화 사상 15위의 흥행성적을 올리는 위업을 달성한 이력이 있다. 사진제공: (C)Isao Yukisada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2001년 한일 합작영화 「GO」로 일본 아카데미 14개 부문을 석권, 업계 유력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하는 국내영화 베스트 10에서 1위를 차지한 기세를 몰아 2004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630만 관객을 동원(흥행수익 약 946억 원), 실사영화 사상 15위의 흥행성적을 올리는 위업을 달성한 이력이 있다. 사진제공: (C)Isao Yukisada

이쯤 되면 슬슬 머릿속에 어떤 이름이 떠오르는 분이 계실 것이다.

그렇다. 위에서 말하는 ‘그’란 바로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다. 다만 봉 감독과의 연대기적 유사점만을 강조하면 유키사다 감독이 좀 섭섭함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사실상의 한국 영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력 때문이다. <해바라기>의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이후 유키사다 감독이 만든 장편과 중ㆍ단편들 가운데 17편이 한국의 영화제에 왔고(부산국제영화제 10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3편, 전주국제영화제 1편), 그 중 대부분이 국내에서 공개되었다. 이후 한국에 오지 않은 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심지어 부산국제영화제가 기획한 작품에서도 메가폰을 잡았다.

물론 한국 아닌 다른 곳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에서도 활약했다. 세계3대 국제영화제의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서만 두 번이나 트로피를 거머쥔 감독이 그리 흔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유키사다 감독에게 한국은 언제나 1순위였다. ‘부산’으로 상징되는 한국영화계는 그에게 항상 따듯하게 반겨주는 제2의 고향이요, 가장 뜨겁게 환호해주는 무대였다. 해서, 두 나라 영화인의 정체성을 한꺼번에 간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아시아나 유럽, 혹은 북미의 국제영화제 행사장을 어슬렁거리다 어디선가 달려와 함박웃음을 지으며 인사하는 그와 마주쳤다는 이야기는 종종 듣게 되는 에피소드다. 그런 그가 <해바라기>로 처음 한국을 찾은 지 20주년이 되는 올해, 신작 <극장>으로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야마자키 켄토 배우는 현재 명실상부한 톱스타. 하지만 안주하지 않고 매순간 연기자로서의 성장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그의 이런 모습은 「극장」의 나가타가 보여주는 깊이 있는 연기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야마자키 켄토 배우는 현재 명실상부한 톱스타. 하지만 안주하지 않고 매순간 연기자로서의 성장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의 이런 모습은 「극장」의 깊이 있는 연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 연극인 ‘나카타(야마자키 켄토 분)’가 어느 날 같은 운동화를 신고 있던 ‘그녀(사키, 마츠오카 마유 분)’에게 무심코 말을 걸고, 그녀 또한 어딘가 애처로움을 자아내는 그에게 손을 내밀면서 함께 살게 된다는 내용의 ‘유키사다 이사오 표’사랑영화.

하지만 <극장>은 이제까지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된다. 사연이 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한국의 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이고 극장개봉을 통해 일반 관객을 만나려던 유키사다 감독의 계획이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국제영화제는커녕 영화관의 폐쇄로 국내 개봉조차 미뤄졌었다. 아니, 천재지변으로 개봉날짜를 지키지 못해도 극장은 기다려주지 않는 탓에 작품이 숫제 사장될지도 모르는 위기까지 겪었다. 절치부심하던 유키사다 감독이 내린 결단은 영화관(일본 국내)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세계)를 통한 투 트랙 개봉이다.

(※ <극장>을 클릭하면 영화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극장」은 영화와 연극을 융합시켜보려는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 실제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여덟 편의 연극을 연출해본 이력이 있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극장」은 영화와 연극을 융합시켜보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 실제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여덟 편의 연극을 연출한 이력이 있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해바라기>의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을 통한 한국 관객과의 첫 만남으로부터 20주년, 그 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GO> 등으로 흥행감독이 되시고, 특히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도 되셨지만 한국의 영화제에서 초청하면 언제든 기꺼이 달려와 주셨습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부산은 제게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니까요. 제 데뷔작 <해바라기>를 찾아내주셔서 세계의 문이 열렸거든요. 부산뿐만 아니라 부천, 전주, 어느 영화제의 관객 분들도 늘 저를 따듯하게 맞아주셨기에 한국에 갈 때마다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힘을 얻어오고는 했습니다. 또, 아시아는 물론 세계 영화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국경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용기를 주셨고.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어요.

「극장」의 시나리오는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과 두 편의 연극을 함께하고 「핑크와 그레이」에서도 호흡을 맞추었던 호라이 류타 작가가 담당했다. 유키사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그 결과 주인공 사키와 나가타의 캐릭터가 훨씬 더 구체화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극장」의 시나리오는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과 두 편의 연극을 함께하고 「핑크와 그레이」에서도 호흡을 맞추었던 호라이 류타 작가가 담당했다. 그 결과 주인공 사키와 나가타의 캐릭터가 훨씬 더 구체화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다만, 지난 2년간은 시간이 좀 더디게 흘러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리버스 엣지>로 2018년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 오신 뒤, 한동안 극장에서 뵐 수 없었는데요.

유키사다 이사오

새 영화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2019년 2월에는 <가난한 생쥐는 치즈의 꿈을 꾼다>, 6월에는 <극장>의 촬영을 진행하고, 연내에 완성해서 2020년에 유럽이나 한국의 전주국제영화제, 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할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코로나 19 사태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어요.

주인공 나가타의 위악적인 풍모를 연출하기 위해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야마자키 켄토 배우에게 수염과 눈을 가릴 정도로 머리를 기르고 약간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은 야마자키 배우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주인공 나가타의 위악적인 풍모를 연출하기 위해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야마자키 켄토 배우에게 수염과 눈을 가릴 정도로 머리를 기르고 약간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마침 시나리오를 읽은 야마자키 배우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저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을 비롯해서 한국에 수많은 지인이 있으십니다. ‘사실상 한국 영화인’이신데요. (웃음)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의 수상이 이어질 때도 매번 누구보다 기뻐하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셨다고요.

유키사다 이사오

그럼요! 봉준호 감독은 특출한 재능을 가진 자랑스러운 친구랍니다. 그가 만든 에너지 넘치는 작품들은 볼 때마다 감동을 줄뿐더러, 영화의 끝없는 지평을 확인시켜주지요. 아울러 저 또한 쉼 없이 제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봉 감독의 오리지널리티는 저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영화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19 사태로 국내 개봉이 미뤄지고 작품이 사장될 위기까지 겪었던 「극장」은 영화관(국내)과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스트리밍서비스(세계)를 통한 투 트랙 개봉을 통해 간신히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코로나 19 사태로 국내 개봉이 미뤄지고 작품이 사장될 위기까지 겪었던 「극장」은 영화관(국내)과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스트리밍서비스(세계)를 통한 투 트랙 개봉을 통해 간신히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네. 한국에도 올해 개봉을 목표로 두 편의 신작을 준비하신다는 소식은 전해졌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영화제 출품에 차질이 빚어지는 바람에, 올해도 감독님의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극장>의 투 트랙 개봉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재회가 늦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관객들에게는 대단한 낭보입니다만, 어떻게 이런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극장>은 4월에서 5월에 걸쳐 개최되는 유럽의 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를 한 뒤, 4월 17일에 국내 28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 사태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선언으로 극장이 폐쇄되면서 연기될 수밖에 없었지요. 갑자기 모든 것이 불확실해져버린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관객들께 제 영화를 전해드릴 수 있을지를 생각했어요. 제작사는 이미 제작비, 배급ㆍ선전비를 많이 들인 상황이라 어떻게든 회수를 하고 다음 작품 제작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입장이었고. 어쩔 줄을 모르겠더군요. 그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개봉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전송료와 관련된 조건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세계전송(최대 242개국)을 통해 제 작품을 전 세계 관객들이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감독으로서 극장 개봉 자체를 못하는 일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는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걸 전제로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비주얼도 사운드도 영화관에서 보고나서 뒤에 완성합니다. 이것을 관객이 스크린을 통해 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프로듀서에게 호소했지요. 그래서 결국 제작위원회, 아마존 등과 협의한 끝에 이해를 얻어 20개관에서의 극장 개봉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동시에 시행하게 된 겁니다. 일본 국내에서는 최초의 사례예요.

나가타는 항상 자아와 싸우고 있는 인물이며, 이 자아가 연인(사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장애로 작용한다. 야마자키 켄토 배우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자신만 바라보는 소중한 연인을 업신여기는 어리석은 사내의 심정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나가타는 항상 자아와 싸우고 있는 인물이며, 이 자아가 연인(사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장애로 작용한다. 야마자키 켄토 배우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자신만 바라보는 소중한 연인을 업신여기는 어리석은 사내의 심정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슬슬 신작, <극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일단 이 작품은 한국에도 소개된 『불꽃』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마타요시 나오키 씨의 동명소설이 원작인데 역시 “유키사다 이사오의 스토리텔링”으로 재창조되면서 전혀 새로운 느낌의 영화가 되었습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마타요시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 이 색다른 연애 소설을 읽고 크게 공감했습니다. 소설의 결말부를 읽고 있는데, 영화와 연극을 융합시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너무 해보고 싶어서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마타요시 작가한테 손을 들고 영화로 만들 수 있게 해 달라며 입후보를 하게 된 거죠. (웃음) 그간 여덟 편의 연극을 연출한 경험도 있고, 언젠가 연극을 테마로 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연극을 하는 청년들의 고뇌를 그린 『극장』이야말로 완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시나리오 작업은 두 편의 연극과 제 영화 <핑크와 그레이>에서 호흡을 맞춘 호라이 류타 작가에게 부탁했어요. 그라면 주인공들이 벌이는 연극과의 사투나 극작가로서의 고뇌 등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렇게 호라이 작가의 시나리오를 받아봤는데 원작 소설에 충실하면서도 1인칭의 소설을 3인칭의 시나리오로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주인공 사키와 나가타의 캐릭터가 훨씬 더 구체화되어있더군요.

이 ‘좋은 의미에서 심플한’ 각본의 라스트에 제 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전례 없는 아이디어를 더해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등의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칸 이치로 배우는 나가타의 중학교 동창이자 극단의 핵심멤버인 친구 ‘노하라’로 등장해 극적효과를 배가시키는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한국 관객들에게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등의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칸 이치로 배우는 나가타의 중학교 동창이자 극단의 핵심멤버인 친구 ‘노하라’로 등장해 극적효과를 배가시키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호라이 작가는 역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며 얼마 전(7월 2일) 한국에서 세 번째로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는데요. <극장>에서는 정말 실력의 정점을 보여준 느낌입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영화를 만들다 보면 많은 시나리오 작가들과 협업을 하게 됩니다. 작품에 따라서 그 주제를 풀어갈 이야기 상대를 고르는 느낌인데요. 마주하고 있는 타자에 따라 제가 도대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알 수 있거든요. 물론 저 혼자서도 시나리오를 쓸 수 있지만 역시 다른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좋더라고요. 호라이 작가는 늘 아름다운 각본을 심플한 느낌으로 만들어주십니다. 굳이 수정을 가한다는 게 주저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담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역할이 제 몫이죠.

같이 연극을 만들 때도 예컨대 굳이 죽어야 할 필요까지 없던 주인공이 죽음을 선택한다면 내러티브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물었더니 호라이 작가가 의미 있는 답을 준비해주었습니다. 또, 전작인 <핑크와 그레이>에서 화면이 흑백으로 전환되는, 즉, 갑자기 차원이 바뀌는 메타픽션(meta-fiction)적 아이디어는 제가 낸 것이었는데, 허구가 현실로 바뀌고 서사가 뒤틀리면서 호라이 작가 특유의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시선이 더욱 흥미롭게 부각되었던 적이 있어요.

<극장>에서도 앞서 언급한 제 아이디어가 주인공의 연극에 대한 믿음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마츠오카 마유 배우의 시나리오 독해력을 칭찬했다. 그녀가 세워놓은 연기 플랜이 워낙 훌륭했던 까닭에 연출자의 위치에서 전체를 부감한다는 느낌으로 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마츠오카 마유 배우의 시나리오 독해력을 칭찬했다. 그녀가 세워놓은 연기 플랜이 워낙 훌륭했던 까닭에 연출자의 위치에서 전체를 부감한다는 느낌으로 협업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여기서 감독님의 필모그래피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경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캐스팅에 관한 것입니다만, 우선 늘 당대 최고의 스타를 캐스팅하신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것뿐이었다면 굳이 “하나의 경향”이라는 표현까지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좋은 프로듀서의 능력일지도 모르니까요.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이전의 작품과 차별화되는 그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낸다’는 겁니다. 한 해에 주연한 작품이 동시에 한국에서 공개되고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례적인 기록을 가진 야마자키 배우는 <극장>에서 전성기의 조니 뎁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토탈 이클립스>의 디카프리오처럼 예민하고 섬세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야마자키 배우의 역량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신뢰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연기파로 알려진 스다 마사키 배우에게 ‘동세대 연기자들 가운데 뛰어난 사람으로 누구를 꼽겠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야마자키 배우의 이름을 거론하더라고요. 그는 단정하고 순수한 분위기의 멋진 청년이라는 인상이 있습니다. 해서, 굳이 그 아름다움에 따로 손을 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극장>의 주인공은 무척 뒤틀린 남자거든요. 그렇다면 어떻게 위악적인 풍모를 연출해야할까 고민하다 일단 수염에 눈을 가릴 정도로 머리를 기르도록 하고,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자세를 유지하도록 하는 등 외적인 분위기를 좀 바꿔보게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야마자키 배우도 시나리오를 읽고 저랑 비슷한 생각을 했더라고요.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가 그의 내면적인 캐릭터 연출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야마자키 배우는 현재 톱스타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연기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어요. 그 마음이 또한 <극장>의 나가타가 보여주는 충동적 광기나 표정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혹시?’라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릴 필요는 없다. 그가 맞으니까. 현재 가장‘핫’한 밴드로 손꼽히는 킹누(King Gnu)의 키보드 주자, 이구치 사토루. 지난해부터 연기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라아벌 극단의 리더 ‘오미네’역을 맡았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혹시?’라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릴 필요는 없다. 그가 맞으니까. 현재 가장‘핫’한 밴드로 손꼽히는 킹누(King Gnu)의 키보드 주자, 이구치 사토루 배우. 지난해부터 연기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라아벌 극단의 리더 ‘오미네’역을 맡았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얼마나 멋진 캐릭터가 나오든 관객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려면 완벽한 동경의 대상이 되거나 감정이입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극장>에 등장하는 주인공, 즉 나가타는 후자에 해당하는 느낌인데요.

유키사다 이사오

나가타라는 사내는 항상 자아와 싸우고 있는 인물이며, 이 자아가 연인(사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야마자키 배우에게 설명했습니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자신만 바라보는 소중한 연인을 업신여기는 어리석은 사내의 심정을 유감없이 연기해 주길 바란다고 말이죠. 야마자키 배우 그 자신, 나가타가 취하는 행동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현실 속의 자신과 연기하는 배역 사이의 간극이나 호흡을 적절하게 활용하더군요.

감독으로서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거짓이 없는 것’을 화면에 담고자 했습니다. 그랬더니 심지어 야마자키 배우의 서툰 면조차 주인공에게 피가 흐르게 만들어주더라고요. 불안한 시선, 도시 어디에도 발붙일 곳 하나 없는 불안정한 상황 등 야마자키 배우 없는 나가타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몰입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야마자키 켄토 배우는 테이크가 거듭될수록 새로운 것들을 얻어가면서 진면목을 발휘하는 스타일. 반대로 마츠오카 배우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준비해 온 연기를, 마치 즉흥적으로 해내는 것과 같은 신선함과 함께 풀어낸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야마자키 켄토 배우는 테이크가 거듭될수록 새로운 것들을 얻어가면서 진면목을 발휘하는 스타일. 반대로 마츠오카 배우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준비해 온 연기를, 마치 즉흥적으로 해내는 것과 같은 신선함과 함께 풀어낸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상대역을 맡은 마츠오카 마유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분명 관객은 <극장>이라는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언급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극장>의 사키는 <어느 가족>에서 아키로 분한 그녀와 마찬가지로 정점에 달해있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마츠오카 배우의 시나리오 이해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실제로 또 <극장>의 사키처럼 남성에게 의존하다 만신창이가 된 인물을 알고 있었고, 그런 앞이 보이지 않는 관계에 빠져 있는 여성에게 미래를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어 했지요. 그렇다 보니 좀 더 생생한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연기가 필요했고.

마츠오카 배우가 세워놓은 연기 플랜이 워낙 훌륭했기 때문에 저는 감독의 위치에서 전체를 부감한다는 느낌으로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마츠오카 배우는 자신의 연기도 연기지만 야마자키 배우가 표정연기를 훌륭히 해내거나 할 때마다 제 앞에서 무척 기뻐했어요. 결국 마츠오카 배우와 야마자키 배우 모두 거울처럼 북돋워주는 관계였던 겁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극장」에서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거짓이 없는 것’을 화면에 담고자하는 생각으로 촬영해 임했다. 그 결과 시간이 갈수록 역에 놀랍게 몰입해 가는 야마자키 켄토 배우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극장」에서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거짓이 없는 것’을 화면에 담고자하는 생각으로 촬영해 임했다. 그 결과 시간이 갈수록 역에 몰입해 가는 야마자키 켄토 배우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야마자키 배우와 마츠오카 배우, 물론 대단한 메리트를 가진 분들이지만 <극장>은 그 내용상, 연출을 하면서 균형을 적절히 유지해 케미스트리를 이뤄내지 못하면 자칫 따분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결과가 성공적이더군요.

유키사다 이사오

야마자키 배우는 슬로우 스타터(slow starter)입니다. 테이크가 거듭될수록 새로운 것들을 얻어가면서 진면목을 발휘하는 스타일이지요. 반대로 마츠오카 배우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준비해 온 연기를, 마치 즉흥적으로 해내는 것과 같은 신선함과 함께 풀어내요. 각자 개성이 다르지만 특히 마츠오카 배우의 경우 야마자키 배우에게서 OK컷을 찾아낼 때까지 버텨주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숨은 이유가 있어요. 야마자키 배우에게서 충동적인 모습이 나오는 순간을 포착해내고 싶었거든요.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척 힘든 촬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훤칠한 외모에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아사카 코다이 배우. 국내에 공개된 출연작은 「호박과 마요네즈」뿐이나 드라마를 중심으로 많이 얼굴이 알려져 있는 그는 「극장」의 재미를 더해주는 ‘다도코로’로 분해 명품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훤칠한 외모에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아사카 코다이 배우. 국내에 공개된 출연작은 「호박과 마요네즈」뿐이나 드라마를 중심으로 많이 얼굴이 알려져 있는 그는 「극장」의 재미를 더해주는 ‘다도코로’로 분했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극장>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은 개성이 넘치는 조연들이 영화의 시퀀스의 전환이나 사건의 전개에서 최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초청작이기도 했던 <인생: 무제>로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연기상(잼스톤상)을 수상한 이토 사이리 배우가 눈에 띱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가장 같이 일하고 싶었던 젊은 배우들이 함께해 주었어요. 말씀하신 이토 사이리 배우부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칸 이치로 배우, <호박과 마요네즈>의 아사카 코다이 배우, 밴드 킹누(King Gnu)의 멤버 이구치 사토루 배우까지.

특히 이토 사이리 배우는 아역시절부터 워낙 돋보이는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꼭 한 번 같이 일해보고 싶었어요. 독보적인 허스키보이스에 코케티시(coquettish)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장래가 기대됩니다. 연기의 폭도 넓지요. <극장>에서는 아오야마로 분했는데 역으로 “매체에서 원하는 기존의 개성을 어필하기보다 그저 자연스러운 평소 모습대로 연기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하다 보니 이토 배우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뉘앙스가 훨씬 많이 나타나더군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인생: 무제」에서의 열연으로 도쿄국제영화제 연기상(잼스톤상)을 수상한 이토 사이리 배우는 「극장」애서 ‘아오야마’로 분해 개성있는 모습을 뽐낸다. 유키사다 감독의 주문은 “매체에서 원하는 기존의 개성을 어필하기보다 그저 자연스러운 평소 모습대로 연기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인생: 무제」에서의 열연으로 도쿄국제영화제 연기상(잼스톤상)을 수상한 이토 사이리 배우는 「극장」애서 ‘아오야마’로 분해 개성있는 모습을 뽐낸다. 유키사다 감독의 주문은 “매체에서 원하는 기존의 개성을 어필하기보다 그저 자연스러운 평소 모습대로 연기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사견입니다만, 애초에 코로나 사태라는 극단적인 변화를 상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극장>이라는 작품이 현실과 겹쳐지게 된 흥행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주인공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의 장면이 작품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인데요. 마치 감독님의 의도를 그림에 그린 것처럼 정교하게 보여주는 비주얼이 정말 훌륭했습니다. 감독님과는 <리버스 엣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마키 켄지 촬영감독, 그리고 감독의 의도를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스태프의 한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소마 나오키 미술감독 등과 어떤 비주얼 플랜을 세우셨는지 궁금합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극장>의 무대인 도쿄의 시모키타자와는 연극과 음악의 성지입니다. 무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내일의 꿈을 위해 절차탁마를 거듭하는 장소의 현장감이 필요했거든요. 이런 리얼리티 없이는 결코 작품이 성립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태프들과 같이 이 거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로케이션헌팅을 했어요. 나카타와 사키의 동선을 구성하면서 찻집과 선술집, 그리고 두 사람이 들어가 잠시 쉬는 교화 등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주요한 건 영화의 타이틀이기도 한 극장이었는데요. 이 로케에서도 시모기타자와에 실제로 있는 세 군데의 소극장(역전극장, OFF시어터, 소극장 낙원)을 활용했습니다. 다만, 배경이나 로비에서 밖에는 촬영을 할 수가 없었어요. 어디든 공연스케줄이 꽉 차이었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인 실내장면은 촬영소의 스튜디오 세트를 통해 재현해야 했습니다. 다만 작업이 무척 성공적으로 이뤄진 까닭에 실제로 무대에 섰던 적이 있는 배우들마저 감동시킬 정도의 리얼리티를 연출할 수 있었지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두 사람만의 장소”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사키의 방. 외관은 로케이션헌팅을 통해 섭외한 건물에 아이비를 입힌 것이지만, 내부는 촬영소에서 세트를 제작했다.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두 사람만의 장소”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사키의 방. 외관은 로케이션헌팅을 통해 섭외한 건물에 아이비를 입힌 것이지만, 내부는 촬영소에서 세트를 제작했다.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특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두 사람만의 장소”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사키의 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사키의 방을 찾느라고 정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이곳저곳을 알아보았는데 시모기타자와 한구석에 실제로 있는 2층짜리 원룸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런데 사키의 방은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어야 했습니다. 외관은 로케이션헌팅을 통해 섭외한 건물에 아이비를 입힌 것이고, 내부는 역시 극장의 경우처럼 촬영소에서 세트를 제작했어요.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도 로케지 풍경에 맞춰 재현했고요. 방의 벽면이 연극의 세계와 이어지는 것을 표현함에 있어서 미술파트는 특히 빛을 포함해 리얼한 현장감에 대단히 신경을 써야했습니다. 창문도 그런 벽면의 특성에 맞춰 만들었습니다. 일단은 이 플랜을 세운 뒤에 나머지 요소들을 역으로 맞추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자극적인 설정도 없는 이 영화가 시작된 후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느새 사키의 방 안에 앉아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단지 그 느낌 하나만으로도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신작을 기다린 보람은 충분하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자극적인 설정도 없는 이 영화가 시작된 후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느새 사키의 방 안에 앉아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느낌 하나만으로도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신작을 기다린 보람은 충분하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감독님의 작품이 매번 기대되는 것은 사랑영화라는 공통점은 있으나, 늘 관객에게 시대적 환경에 맞춰 새로운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장>의 연출에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로 접근하셨습니까.

유키사다 이사오

거리 풍경이나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달라질지라도 사랑의 모습에는 변함이 없지요. 인간은 서로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고, 이내 증오와 어리석음을 배웁니다.

그런, 누구라도 느껴보았을 감정을 그리는 게 좋아요. 이야기의 기복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담담한 생활의 루틴을 카메라로 관조할 때, 거기 비쳐지는 기미(sign)에 인생의 단편이 담겨있는. 영화란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코로나 19 사태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간에 거리를 두라고 강요받고 있지요. 하지만 물리적 거리두기를 하더라도 서로를 마주보는 감정은 결코 달리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거리를 두어야 하는 까닭에 만나고 싶고, 만지고 싶고, 이어지고 싶다는 다음은 더더욱 강해지지 않을까요.

<극장>은 남성의 어리석음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한번쯤은 지나오는, 누군가를 지탱해주었던, 혹은 지탱해주지 못했던 사랑을 주제로 다뤘고요. 또한, 그 모든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긍정하고 싶었습니다.

“거리 풍경이나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달라질지라도 사랑의 모습에는 변함이 없지요. 인간은 서로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고, 이내 증오와 어리석음을 배웁니다. 그런, 누구라도 느껴보았을 감정을 그리는 게 좋아요. 이야기의 기복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담담한 생활의 루틴을 카메라로 관조할 때, 거기 비쳐지는 기미(sign)에 인생의 단편이 담겨있는. 영화란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유키사다 감독의 말이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거리 풍경이나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달라질지라도 사랑의 모습에는 변함이 없지요. 인간은 서로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고, 이내 증오와 어리석음을 배웁니다. 그런, 누구라도 느껴보았을 감정을 그리는 게 좋아요. 이야기의 기복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담담한 생활의 루틴을 카메라로 관조할 때, 거기 비쳐지는 기미(sign)에 인생의 단편이 담겨있는. 영화란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유키사다 감독의 말이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친구인 봉준호 감독이 <극장>을 보고 나더니 ‘개인적으로 친한 한국 연극인 부부의 실화, 그리고 제 조감독 시절이 떠올라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말해주더군요. 크리에이터들의 생생한 느낌이 배어있는, 그렇게 멈춰버린 시간 속의 두 사람을 그린 작품입니다.

저로서도 무척 감정이입이 되는, 예술가의 불안감이 낳는 편협함과 거기 기대있는 인간의 고뇌를 최대한 리얼하게 그려봤어요. 그 답답함과 부정적인 감정 너머에 있는 성장을 많은 분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한국 관객 여러분께는 언제나 많은 것을 배움은 물론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한국에 가서 여러분의 감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늘 감사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문득 유키사다 감독과의 첫 인터뷰 이후 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음을 깨달았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도쿄, 쉰 번째 생일이 지난 지 얼 마되지 않았던 시점. (게재일은 9월 12일) 그는 쉼 없이 달려온 세월을 돌아보면서 회한을 토로하기보다 “수많은 감독들이 쉰 살에서 예순 살이 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 영화사에 기록되는 작품을 내놓았다. 이는 앞으로의 10년이 내게 갖는 의미를 상기시켜준다”면서 창작에 대한 열정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각오를 내비쳤다. 그렇게 준비한 두 편의 작품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때문에 객석조차 줄여버린 극장에서 개봉하는 현실을 바라보며 왜 복잡한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미래를 이야기했다. 힘겨운 오늘너머 내일을 꿈꾸는 담대함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 번 더 <극장>을 봐야겠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한 번 스크린으로 영화를 다시 보며 프레임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그의 손길을 느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즈음 꼬박 한 달 동안 우기가 이어지던 하늘이 개어있었다.

“「극장」은 남성의 어리석음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한번쯤은 지나오는, 누군가를 지탱해주었던, 혹은 지탱해주지 못했던 사랑을 주제로 다뤘고요. 또한, 그 모든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긍정하고 싶었습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극장」은 남성의 어리석음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한번쯤은 지나오는, 누군가를 지탱해주었던, 혹은 지탱해주지 못했던 사랑을 주제로 다뤘고요. 또한, 그 모든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긍정하고 싶었습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사진제공: (C)2020 Theatre: A Love Story Film Partners

 

홍상현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한ㆍ일 두 나라 매체에 분석 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교수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출신. 같은 대학 이미지인류학연구실(IAL)의 네트워크 멤버였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의 논쟁적인 저작을 소개한 번역가이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거쳐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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